10. 내 탓이라는 속박

by 마음벗

사람은 누구나 실수와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는, 타인의 사소한 말과 행동이 반복되면서 내 탓이라는 굴레 속으로 스스로를 묶게 만든다.

나는 실제로 예민한 감정을 잘 알아차리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티를 내거나 잘 표현을 하지 않는다.


“네가 예민해서 그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실제로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나는 ‘내가 예민해서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그러다 보니 깊게 고민하며 긴 시간을 허비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네가 예민해서 그래.”


그 말을 들을 때면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몰리는 것 같아 억울하고 부당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 내 감정이 정당하다는 증거를 찾아내야만, 그제야 겨우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겉으로는 우유부단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속에서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래서 내 반응은 늘 늦게 드러난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잘못했나?”

“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처음에는 작은 의심과 불안이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하고,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드는 속박으로 발전한다.

끝없는 자책 속에서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자유로운 생각과 판단은 사라진다.

속박은 육체적 폭력보다 더 은밀하며, 스스로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라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그 과정은 눈에 띄지 않고,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피해자는 스스로를 돌아볼 틈조차 없이 서서히 지쳐가며, 마음 깊은 곳에서 절망을 키워간다.

속박은 단순한 불편함이나 기분 상함이 아니다.


반복되는 자책과 내적 압박은 마치 보이지 않는 형벌과 같다.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 지워져 버렸으면,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으면 해.”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는 모진 형벌, 그것이 바로 내 탓이라는 속박이다.

속박 속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감정은 복합적이다.

자책과 동시에 분노와 혼란, 무력감이 교차한다.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외부 세계와의 연결은 약해지고,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진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내 탓이라는 생각은 대부분 상대의 의도와 행동에서 비롯된 착각과 반복된 심리적 압박의 산물이다.


즉, 문제의 원인은 자신이 아니라, 반복되는 외부적 요소와 그 구조에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속박의 힘은 점차 약해진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인지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결국, 내 탓이라는 속박은 피해자가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절망 속에서 무력하게 만드는 은밀한 폭력에서 지쳐갔다.


몇 년 전,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했고, 숨 쉬는 것이 가끔 힘들다고 호소했다.

의사는 내 맥을 짚더니 고개를 저었다. “맥이 상당히 불안정합니다.”

숨을 잠시 멈추었을 때는 맥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숨을 들이쉬자 맥박은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스트레스 요인이 있으면 반드시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내 덧붙였다. “문제는… 그 차단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죠.” 1주일 뒤 한약을 받아 왔고, 열심히 먹었다.

제발 나아지기를.............


내 탓이라는 속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사람들과의 공간적 격리만이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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