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응답의 선언

by 마음벗

세상에는 표면적으로는 친절하고 사려 깊어 보이지만, 은밀히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본인도 모를 만큼 영리하다.

세월에서 습득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사람인 척, 쿨한 척, 생각 없는 척 행동하며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후벼 판다.


작은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쑤셔댄다.

딱지가 앉아 상처가 더 단단해질 시간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히 사소한 괴롭힘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 즉 지옥의 기술이다.

그들의 행동은 정교하다.


“내가 뭘 했다고?”

“내가 어쨌다고?”

“너는 그럼 잘했어?”


그들은 우리의 반응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계산하며 대응한다.

말 한마디, 감정의 흔들림 하나까지 먹잇감처럼 취급하며, 다시 상처를 주기 위한 자료로 삼는다.

즉, 상처를 준 행위 자체보다, 우리의 반응을 끌어내는 과정이 그들의 목표다.

이런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진실은 단순하다.

결론적으로, 상종할 가치가 없다.


그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상대에게 이해나 사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 기대는 결국 상처를 키우고 피로를 쌓게 만들 뿐이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상처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그렇다면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답은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무응답, 무표정, 침묵의 선언.


상대가 기대하는 감정적 반응을 주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연습장, 놀이터, 장난감이 되지 않는다.

반응을 멈추는 순간, 그들의 힘은 무력해진다.

그들이 아무리 교묘하고 은밀하게 상처를 주려 해도, 반응이 없는 마음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무응답의 선언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단호한 선택,

상대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차단하는 경계다.

반응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상처와 괴롭힘의 연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평정과 내적 자유를 확보하게 된다.


또한, 무응답은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다.

상대를 바꾸고, 깨닫게 하며, 인정받으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 어떤 기대도 상처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무응답은 단호하지만 현명한 선택이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말로 싸워봤자, 감정으로 맞서봤자, 그들의 전략은 더 교묘하게 돌아올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 반응하지 않는 순간, 그들의 힘은 끝나고, 내 마음은 안전해진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정하다.

인과응보가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선악의 심판이 공평하게 내려지는 일은 드물다.

악한 자가 당장 벌을 받지 않고, 억울한 이가 곧바로 보상받지 않는다.

그들도 사실은 알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고 믿기에, 스스로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른다.


“나 정도면 인정 많은 거야. 나 정도면 도리를 아는 거지.”

그런 착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피해자의 반응에는 더욱 격렬히 반응한다.

“네가 뭘 잘했다고 그래?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냐. 솔직히 네가 잘못했잖아.”


이런 변명을 쏟아내며, 도리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더 깊숙이 밀어 넣고, 꾸며내며 포장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마음이 후벼파이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때로는 무뎌지고, 때로는 억울하며, 때로는 웃음이 나기도 하다.


‘도대체 어디까지 후벼 파는 걸까?’ 싶다가도, 문득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싶은 공포가 찾아오기도 한다.

견디고 받아들였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은 문득문득 찾아와 우울과 슬픔을 남긴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다.


결국 내가 내린 선택은 또 무응답이다.

나의 반응은 그들의 기쁨이 되고, 동시에 내 마음을 관통하는 무기가 된다.

내가 나를 믿고 정당성을 세워 놓았다 해도, 그들은 더 황당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돌아온다.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더 강력한 방어막을 세워가며, 다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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