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유치원 안 간다고 떼쓰던 막내가 유치원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매일 아침 울면서 안 가겠다고 버티던 아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좋은 선생님, 익숙해진 친구들, 편안해진 교실...
그 속에서 막내는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가끔 아이는 낯선 이름을 입에 올리곤 했다.
“엄마, OO가 오늘 검은색 치마 입었어.”
“오늘 OO이가 유치원에 안 왔어.”
“오늘은 OO이가 유치원에 왔어. 같이 블록 놀이했어.”
나는 그저 유치원에서 사귄 친구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통학버스에서 나는 뜻밖의 장면을 보았다.
막내가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시선의 끝에는, 바로 그 친구가 있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설레는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나는 기쁘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우리 막내에게서 저런 표정을 볼 수 있게 되다니....
그 아이를 바라보는 막내의 눈빛은 너무 따뜻했고, 막내의 그 표정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여자아이가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어쩜 저리도 귀엽고 예쁠까.’
그때 문득 생각했다. 저 친구는 우리 막내에게 봄날의 설렘을 가르쳐준 고마운 은인 같은 존재구나.
그 후로도 나는 통학버스 안의 그 아이에게 종종 눈길이 갔다.
그 여자아이와 눈치 마주치면 슬며시 손도 한 번 흔들어주었다.
고마운 친구다.
그리고 나는 문득 미래를 상상했다. 언젠가 성인이 된 우리 아이들에게 진짜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나는 얼마나 기쁠까.
내가 줄 수 없는 감정과 경험,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성장하고 진짜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시어머니가 된다는 건, 결국 이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질투하지 않고, 그 사랑이 아들을 더 따뜻하게 만들도록 믿어주는 일.
아이들이 성장하듯, 부모도 자라야 한다.
아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걸 축복할 줄 아는 마음,
그게 바로 ‘시어머니로 성숙해 가는 과정’ 아닐까.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사랑은 사람을 흔들고,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든다.
결국 시어머니가 된다는 건 누군가의 사랑을 방해하지 않는 어른이 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