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무관심이 관심을 불러온다.

by 마음벗

친정아버지는 오랜 직장생활로 늘 바쁘셨다.


매일 저녁에 안부 전화를 해도 통화는 20초면 끝났다.

딸: “저예요. 식사하셨어요?”

아버지: “어, 먹었다. 너는 먹었냐?”

딸: “네, 먹었어요.”

아버지: “그래, 알았다.”

처음에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런 짧은 통화가 오히려 그리움과 관심을 남기는 방법임을 나중에 깨달았다.

아버지는 많은 것을 묻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그 후에는 미련 없이 전화를 끊으셨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나에게 여운을 남겼다.

통화가 끝나도 마음 한편에는 ‘아버지가 내 삶을 믿어주고 있다’는 안심이 남았다.


그 믿음은 어떤 긴 설명이나 반복된 질문보다 훨씬 깊은 관심으로 다가왔다.

반면, 시어머니와의 통화는 달랐다.


전화가 걸려오면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일방적인 이야기.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내가 말하고 싶지 않은 일까지 꼬치꼬치 캐묻는다.

그 이야기들은 다시 문제의 꼬투리로 돌아오기도 했다.

통화가 끝나면 늘 피로감과 부담감만 남았다.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웠다.


‘오늘도 내가 마주해야 할 시간과 이야기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지고, 때로는 피하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결심했다.


만약 내가 시어머니가 되면, 나는 다를 것이다. 전화로 묻지 않고, 문자로 한 달에 한 번만 묻자.

“요즘 잘 지내?” 한마디면 충분하다. 대답도 문자로 받고 싶다.


그 말에 믿음을 담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는 침묵이야말로 진짜 관심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관계는 늘 가까움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고,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

그것이 상대방 마음속에 깊이 스며드는 관심이다.

사람은 때로 간섭보다 자유를 주는 사랑에 더 큰 감사와 마음의 온기를 느낀다.

나는 시어머니로서, 자식과 그들의 가정을 지나치게 채우려 하지 않기로 했다.

궁금한 마음과 사랑을 가지되, 그 사랑을 확인하려고 끊임없이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필요한 순간 한마디로 마음을 전하고, 나머지는 믿음과 기다림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순간, 사랑은 부담이 되지 않고, 관심은 피로가 아닌 온기로 돌아온다.

무관심이 관심을 불러온다는 말은 바로 이런 의미였다.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자신을 열고, 기다려주는 만큼 마음으로 다가온다.

그 믿음과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살아내고 성장하며,

관계는 건강하게 이어진다.


나는 이제 안다.

진정한 관심은 끊임없이 묻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기다림 속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것이 시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가장 현명하고 깊은 사랑이다.


“사랑은 끊임없이 묻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믿고 기다려줄 때 가장 깊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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