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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 가더라도.

by 언더독

'스틸라이프'라는 영화가 있다.


구청에서 일하는 직원이 주인공이다. 그의 업무는 고독사한 사람들의 신변정리를 해주고 장례식을 치러준 뒤, 적절하게 사망신고를 해주는 일이다.


이 중년의 남성 또한 홀로 산다. 규칙적이고 반복되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는 인간미가 있는 사람으로, 고독사한 사람들의 마지막을 가능한 많이 챙기려고 노력한다. 보통 고독사하게 된 사람들은 가족이 장례식을 찾지 않는데, 될 수 있는 한 당사자의 지인들을 장례식에 오게끔 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업무 상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번거로운 일들을 자신의 시간과 수고를 들여 챙기기도 한다.



22년의 근무를 이어가던 도중,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이유는 인원 감축과 '업무 속도가 느리다.'는 고과평가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보다 인간적인 배려에 힘을 쏟다 보니, 지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맡게 된 '빌리'라는 인물의 장례식에 사람들을 모아 보기 위해 애쓴다. 그중에는 오래간 당사자와 연락이 끊겼던 '빌리'의 딸이 있었다.


그녀는 주인공의 관할 지역이 아닌, 아주 먼 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이 직접 그녀가 있는 곳까지 한참을 가서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해주었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 장례식에 있어 진정성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는 것을 보고 그녀는 호감을 가지게 된다.


주인공의 노력으로 '빌리'의 장례식에는 제법 오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거기에는 '빌리'의 딸도 포함되었다.


그녀는 주인공과 데이트를 약속을 잡는다. 남자도 그에 응했다.



그는 데이트 약속 날짜에 그녀에게 줄 작은 선물을 샀다. 당일 길을 건너던 중, 별안간 시내버스에 치여 사망한다.


며칠 후 '빌리'의 장례식이 열리는 날, 영문을 모르는 그녀는 혹시나 남자가 나타날까 싶어 그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날, '빌리'의 바로 옆 묏자리에는 교통사고로 죽은 주인공이 안장되고 있었다.


그의 장례식을 찾는 이는 없었다.


영화는 살아생전 주인공이 마지막을 챙겨주었던, 다른 고독사한 사람들의 영혼이 그의 장례식에 삼삼오오 모여드는 것으로 끝이 난다.





친애하는 나의 독자 여러분, 오늘도 바쁜 하루는 보내셨는가.


그럼 이제 중요한 것을 생각하자. 바쁜 하루를 보내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해 볼 겨를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주어진 생의 시간을 보다 현명하게 소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유가, 바로 죽음에 대한 사유이다. 나는 거의 매일 이 주제에 대해 잠깐씩이라도 생각을 하는 편이다.


가장 먼저 새삼스레 깨우치고 갈 점이 있다.


우리는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심장박동을 손가락 발가락 움직이듯 자의로 컨트롤할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그래서 감사할 수 있다. 지금 살아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자체가, 관점을 달리해보면 기적이다. 출퇴근 길에 차에 치이지도 않았고, 무슨 이유에선지 혈관이 막혀 몸의 반쪽이 마비되는 일도 없었다면 말이다.

그래서 시간은 소중한 것이다. 당연한 것이 아니니까.


이 점을 상기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보통의 대중은 이 점을 딱히 기억하거나 상기해가며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상기했다면, 다음 단계의 사유로 넘어갈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만 생각해 본다면,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르는 거 이참에 그냥 막살아봐야겠다 싶은 재미난 마음이 들 수 있다. 인과관계가 그렇게 흘러가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논리가 없지는 않으니.


'막산다는 것'의 대표 사례가 무엇이 있나. 남자의 경우 술, 도박, 여자, 사치, 마약 등이 있을 수 있다. 여자의 경우 술, 도박, 남자, 사치, 마약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신체에 자극을 주는 것들이다.


머리가 영 멍청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걸음 정도는 더 나아가 생각해 볼 수 있다. 저렇게 하면 실제로 재미가 날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차피 언제 죽을지 모르는 거 이참에 막산다고 했으면, 실제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능한 큰 자극 정도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오늘날, 아직까지 무슨 이유에서 든 간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인성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주변 사람'이 있다. 그건 가족이 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스승이나 제자, 선배나 후배가 될 수도 있다. 아내가 될 수 있고, 아들 딸이 될 수도 있다.


술, 도박, 남자/여자, 사치, 마약을 마구 접하는 삶을 살면 확실히 일단은 신체가 즐거워지고.


'주변 사람'들이 본인 때문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특히, '아내와 아이들' 또는 '남편과 아이들'의 경우 받아야 할 지원(물리적, 감정적)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그들에게 수많은 악재가 연거푸 덮치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


저게 어떻게 재미있을 수 있나.





나는 죽음에 관하여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큰 에너지를 들여 사유해왔다. 그렇게 될 뻔한 경험이 남들보다는 많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결론은 무형의 가치를 추구해야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자유 / 독립 / 불굴 의지 / 인자강 내구성 등이다.


독자들이 내게 물어야 할 것은, '어떻게'가 아니라 '왜'이다.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를 궁금해한다. 어떻게 하면 자유를 이룰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독립을 이룰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불굴의 의지를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극도의 내구성을 가질 수 있는지.


왜 '어떻게'가 아니라 '왜'를 아는게 좋냐면.


'어떻게'를 안다고 해서 저들을 이뤄낼 수가 없다. 불가능하다. 힘들고 괴로워서 그냥 안 하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그냥 관두고 싶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는 사실 쓸모가 없다.


'왜'를 알면, '어떻게'는 필요하지도 않게 된다.





무형의 가치는 다른 것들은 취할 수 없는, 독점적인 특징이 있다.


무형의 것들 중 가치가 있는 것들은 모두가 공통점이 있는데, 타인의 감탄과 감동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그들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고 표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형의 가치는, 시대나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우리가 역사 속 크고 작은 영웅들의 스토리를 듣고 읽으며 감탄할 수 있는 게 그래서 그렇다.


이는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한정된 시계(time) 차원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공간 차원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이처럼 시공간의 차원을 넘나드는 가치라는 것이 나를 매혹시켰다. 이보다 더 멋진 게 있을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무형의 가치가 유형의 가치보다는 고차원에 존재하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이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라고 해도 100년 200년 뒤에는 고철이 될 확률이 높다. 아무리 미남 미녀라고 해도, 그 자체로는 3세대만 지나면 사람들의 뇌리에서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어떤 인간이 명예로운 삶을 살거나, 극도의 한계를 추구했거나, 말도 안 되게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면.


그 사람의 인생 스토리는 몇 세기를 내려 활자로, 영상으로, 음성으로 전해진다.


이는 또 다른, 새로 탄생할 잠재 영웅들의 '점화 플러그' 역할을 한다.


사극을 보면 자주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극 중 왕이 나라에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종묘에서 선조들의 업적을 되뇌며 혼자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역사를 놓고 보면, 그런 행동을 할 줄 아는 왕들이 존재했던 때가 국가가 내외로 부흥했던 시대였다.


자기 나라에, 자기 나라 말이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 개나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나는 계속한다.


헬조선이니 뭐니 하는 거 알겠다만, 나도 걸뱅이 출신이고 어쨌든 계속하겠다는 거다.


이순신은 유배 끌려 다니며 개고생하고, 조정의 군수물자 / 식량 지원 없이도.


자체적으로 모든 걸 조달해서 짱짱한 일본 놈들 함선을 다 부숴버렸다.


나도 그것의 마이너 버전을 해볼 거니까, 변명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영웅의 조건은 고통받는 것에 있고, 그게 꼭 필요한 재료이다.


그래야 타인의 마음이 동할 수 있기 때문에.



A Waltz of Sleigh

https://www.youtube.com/watch?v=cus8CUGCKWY



< 10차 총회 >


장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 ***

시기 : 2025.06.-- (주말 중)

비용 : 5만 원


* 총회 누적 참가자 수 : 48명

* 컨설팅 누적 진행 횟수 : 6

* 컨설팅은 총회 실 참가자 중에서만 진행합니다.


참여 희망자는 아래 채팅방 입장, 대기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인원이 얼추 모이면 일정 잡습니다. 입장 시, 프로필명을 '브런치 계정명'으로 달아주시면 되겠습니다.


입장 코드 : 0728

https://open.kakao.com/o/gLGt97wg


[ 총회 진행 목차 ]


- 돈은 무엇인가(Gold standard, Fiat currency, Fractional Reserve bank system, 연준 통화정책 등)

- 한국의 세금은 무엇인가(실 참여자 외 완전한 비공개)

-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 방안 (개인 또는 가구가 할 수 있는 구체적 자원 배치 및 주식 투자 전략.)

- 주식, 현물, 비트코인, 부동산, 파생상품, 레버리지에 대한 거시적 인사이트 제공

- Q&A


2024년 AMAZON 출판작(국내 판매본 - 한글) < From Zero > : https://kmong.com/gig/58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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