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재부팅

by 언더독

내 몇 년지기 오랜 구독자들은 나의 과거사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자세히 다루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 대한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에 조금은 나타내어보겠다.


나는 매우 와닿을만한, 부정적인 유년기 환경을 거쳐왔다. 으레 있을만한 건 모두 있었다. 가난, 폭력, 괄시, 배고픔, 결핍, 가정사 문제 등.


내 불우한 과거사가 대단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다. 다만,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시도해왔다. 삶의 시작부터 불합리했더라도 술과 도박, 질 나쁜 사람, 범죄를 멀리했다. 내 주변에는 대부분 나쁜 환경밖에 없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것들을 반면교사 삼았고, 그러거나 말거나 불평불만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전업투자를 깔고 글을 쓰는 작가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의 유년기와 청년기에 내가 공감, 위로, 감성, 센티멘탈에 빠져있었다면.


오늘날 현실로 건설된 나의 최선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내 유년기와 청년기는 전반적으로 거칠고 척박하며 잔혹했다. 고립무원이었기도 했고.


그러니 말하자면, 개인적 세월로 가장 선명하게 증명이 된 바가 내 글의 정수가 된 격이다.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저런 백그라운드를 가졌기에, 자연히 경제에 관해 주도적으로 파고들 수 밖에 없었다. 과거 내 주변에는 그런 것들을 가르쳐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도, 그럴 의지가 있는 사람도 없었다.


여러가지 업무 경험이 쌓이고, 경제 원론 지식을 공부하고, 실제 사례들의 관찰 표본이 쌓이고, 자본주의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투자에 있어 실제 경험이 늘면서부터.


나는 시나브로 깨우치게 되었다.


90년대 그리고 그 근방 출생의 청년들을 둘러싼 물리적 환경과 시스템 상태는, 그 구조의 불합리성이 지난 1세기간 가장 심화된 정도에 도착해있으며.


특히 한국의 경우는, 지정학적 요건과 극적인 인구구조로 인해 불합리성이 보다 증폭된 경우라는 점을.


불합리성이라고 함은 단순히 먹고사는 경제 문제만 한정하는 것만이 아니며, 갈라치기로 계층 / 성별 / 세대 간 산산히 분열되어버린 사회의 영향도 포함한다. 한국은 분열 정도에 있어서도, 그 정도가 실로 심각한 수준이다.


나의 세대를 둘러싼 총체적인 불합리성은 이미 정부나 지자체, 지역 공동체를 통해 개선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범죄의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않도록 제한하는 사법권의 역량만이 남아있는 수준이다.


디스토피아의 초중기에 진입했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이 상황을 두고 비탄에 빠져 혀를 끌끌 차기보다는, 그럼에도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들을 논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수들을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길 것을 촉구하고 고무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최소한 최악은 막을 수 있으며, 불굴의 근성이 기초가 되고 조금의 운도 따라준다면 개벽을 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사처럼 말이다.


위에 언급한 모든 대응책들에는 공감, 희망, 감성, 위로 같은 건 포함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불굴의 근성이 기초가 된다.'라고 썼다. 때문에 대중적이고 평범한 수단들은 유효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효능이랄 것이 없기 때문에 하지 말자는 것이다.


'디스토피아'는 '제임스 스튜어트 밀(J.S. Mill)'이 정의한 바, 억압과 통제로 모든 사람이 불행한 세상을 말한다. 정의 자체로, 공감, 희망, 감성, 위로 등이 유효하지 않은 세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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