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가 사망했다. 나는 그를 존경했으며, 늘 관심을 가졌다. 그의 캐릭터와 나의 캐릭터에 유사한 점이 많으면서, 나보다 지능이 훨씬 뛰어난 사람이라서 그랬다. 벤치마킹 할 것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가 더 이상 현존하는 인물이 아닌 것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아주 좋은 멘토를 잃은 기분이다.
동서양을 떠나,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자산 성장 추이를 지켜보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이 있다. 백만 달러의 기준이다. 백만 달러는 현재 한화로 13억 정도가 되는 돈의 양이다. 자수성가 인물들의 자산은 백만 달러에 도달하기 전까지 큰 리스크를 감수한다. 백만 달러 이후부터는 안정적으로 증식시킬 방법을 강구하고, 실제로 그렇게 운용된다. 왜 이런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각의 인물마다 모두 생각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과적으로는 이러하다.
그래서 나도 이를 참조하고 적용한다. 나는 내가 생각했을 때, 감내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한계선까지 리스크를 감내하려고 한다. 나는 하루 중, 업무가 끝나면 언제나 골몰히 무언가의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을 한다. 그것은 '내가 충분히 리스크를 감내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속도에 만족하는 날이 없다.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꺼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찰리 멍거'의 경우, 청년기에 사업을 시도하며 큰 리스크를 감내했다. 결정적으로는 로스앤젤레스 도시 형성기에 진행한 부동산 사업이다. 여기서 그는 레버리지를 끌어와 연속 5번의 성공을 거둔다. 그때 그의 백만 달러는 완성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뗀다. 멍거는 그저 그런 사업을 인수하여 좋은 사업으로 변모시켜 매각하여 돈을 버는 것보다, 애초에 좋은 사업과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부동산 사업을 관둔 후부터는 여러 주식을 매수한 것인데, 우연히 오마하의 이웃인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에도 함께 투자하게 되었다. 이후 지주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에 동참하게 된 역사적 사건의 시발점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논리적으로만 따져보자면, 나 역시 지금의 시기에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나는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자수성가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유전적 지능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찰리 멍거의 아버지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였고, 그의 할아버지는 주의 유일한 연방 판사였다. 그랜트 카돈의 요절한 아버지는 성공한 사업가였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아버지는 하와이의 교육감이었다. 워런 버핏의 아버지는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다.
내가 레버리지를 경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저들만큼의 유전적 지능을 물려받지 못했다고 자기 객관화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는 매우 불안정한 핵폭탄과 유사하다. 그래서 목적에 맞게 다루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필드는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이고 실용적인 필드는 부동산이다. 나도 처음 자산에 대해 공부할 때는 부동산부터 팠었다.
내가 부동산을 공부해 보면서 가장 처음으로 느꼈던 것은 한국이 특이하다는 점이었다. 부동산에 지나치게 관심도가 높다는 점이 느껴졌는데, 이는 곧 강한 경쟁을 의미한다. 공부를 하며 개괄적인 투자, 레버리지 시스템은 파악이 되었지만, 한국의 특이점 탓에 부동산을 멀리하기로 노선을 정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는 돈을 만들어줄 매물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자리부터 꿰차는 것이 먼저다. 담보대출을 끼고 거치를 하든 어찌하든, 세입자를 들여서 이자 부담을 낮추든 어찌하든 그러한 것들은 그다음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새로운 리스크를 발견할 수 있다.
사기이다.
내가 볼 때, 다른 나라 말고 한국의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부의 '짬바' 대물림이다. 무일푼인 거렁뱅이는 열심히 일해 시드머니는 모을 수 있다. 그걸로 자산을 사고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행위를 잘해야 부자가 되는 것이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으레 모든 일이 그러하듯,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 큰 목돈을 태울 때, 뒤를 봐줄 어른이 있으면 아주 결정적이다.
나 또한 하층민의 계급에서 잉태되었다. 열심히 일해 시드머니는 모았다. 자산을 살 때, 그러니까 부동산을 살 때 공인중개사를 거치게 되어있다. 거기에 동참해 줄 어른이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어떤 하층민 출신이라도 봉착할 문제이다. 나쁜 마음을 먹은 중개사나, 나쁜 마음을 먹은 매도자 입장에서 볼 때 이렇게 맛있는 먹잇감이 또 있을까 싶다. 경험 없고 열정은 많은, 직계조력자 없는 어린놈들이니 말이다. 딱 죽기 좋은 자리인 것이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당하고 자살하는 2030도 심심찮게 뉴스에 나온다. 또는 잃어버린 30년을 때려 맞는 2030도 나온다. 나는 이런 사기성 공격을 컨트롤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잔뼈 굵은 중개사와 매도자가 무경험자 삶아내는 것이 참으로도 쉬울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는 내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임하라고 조언해준 적이 있지만, 나는 그럴 능력과 조건이 안된다고 황소고집을 부리고 있다. 더군다나, 자산이 부동산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여러 방면에 포진해있는 것이다. 돈이 없는 그 자체가 첫번째 문제이고, 돈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직계에 없는 것도 뒤늦게 발견되는 문제이다. 어찌되었든 내가 해결해야한다. 나는 이를 주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주식은 온/오프라인 계약이 필요없다. 조력자가 필요 없으며, 나만 잘하면 된다.
나의 '자산에 대한 시각'을 글에 담으면, 뒤따라올 가난하고 어리며 야망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객기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레버리지를 '장전된 총'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잘 다루면 적을 일격에 쓰러뜨릴 수 있지만, 잘 못다루면 내가 죽는다고 했다.
살다보면 아름답고 선한 성품을 지닌 어른들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리고 살다보면 악마의 성품을 지닌 나이 먹은 괴물들을 가끔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