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목욕탕을 좋아하게 되었다. 겨울이 온 탓도 있을 것이다. 몸을 쓰는 일을 해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다녀온 뒤, 개운한 기분으로 자판을 두들기고 있다. 몸이 깨끗해지고 피로가 풀린 상태이니, 타자 치는 손가락도 가볍고 좋다.
목욕탕을 가면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고, 사우나와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한다. 열기가 머리끝까지 차면 중간중간 식혀주는 것이다. 1시간 전쯤 들어갔던 사우나 안에는 나무 손잡이가 달린 모래시계가 있었다. 한 아저씨가 다 쓴 모래시계 위아래를 바꿔놓으셨다. 나는 모래시계를 한동안 쳐다보고 있었다.
분홍 빛깔의 모래가 좁은 틈을 따라 떨어져 내렸다. 모래는 자꾸만 쌓여갔다. 별다를 것 없는 모래시계였고, 내가 그 시계를 왜 그렇게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었는지 집에 돌아와서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시간이 아쉽고 아깝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젊을 적 본인의 고통스러운 희생을 통해, 스스로의 노후를 잘 지탱하고 있는 부모님 뻘의 어른이 하신 말씀이 있다. 어느 정도 절제하며 사는 것은 필요한 것이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너무 극하게 각박할 필요는 없었다는 말씀이었다.
다만, 내가 당장 지금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이는 보장이 없는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언제 어떻게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모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 국가의 성장기는 끝났고, 한 세기 이상 진행되어 버린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재화의 값이 젊은이들의 목을 죄여오고 있다. 나는 그 점을 거시경제 그리고 미시경제 양방향으로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직시하고 있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쓰신 세이노 회장님은 몇 개월 전 어떤 케이블 방송사에서 처음 모습을 보이셨다. 얼굴은 가리셨지만, 몸의 형체는 보인채로 방송이 진행되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시간 아까운 줄 알아야 하며, 그 시기를 피보다 진하게 살지 않으면 늙어서 정말 고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과거의 젊던 그가 자신의 손목에 그었던 칼자국 두줄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자본가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덩치 작은 자본가.
기업가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본주의에서 삶에 대한 가장 큰 통제력을 지닌 신분이 자본가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투자자라고 생각한다. 대상은 증권이 될 수도, 현물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인들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종류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오늘 논하고 싶은 주제는 '과연 자본가, 즉 투자자는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인간인가?'이다.
부가가치라는 것을 머리 아프게 설명하면 구독자가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그냥 쉽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가령 다이아몬드를 캔 광부가 보석 가공 업체에게 10억을 받고 팔면, 광부는 부가가치 10억(10-0)을 창출한 것이다. 보석 가공 업체가 다이아를 잘 가공해서 반지를 만들어 곧 결혼할 신부에게 15억을 받고 팔았다고 하자. 그러면 보석 가공 업체는 부가가치 5억(15-10)을 창출한 것이다.
앞서 든 예시는 금액적인 부가가치가 있고, 실제적인 부가가치도 있다. 거래 비용이 명확히 존재하고, 다이아몬드, 반지라는 현물도 있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투자자는 어떠한 유형 또는 무형의 자산을 매입하고, 경우에 따라 오래 보유하거나 처분을 하기도 하면서 수익을 거둔다. 자산을 매입할 때의 가격이 존재하고 처분할 때의 가격도 존재하기는 하므로 성공적인 투자를 했다면 금액적인 부가가치가 있게 된다. 즉, 사전적 정의로 보았을 때는 '부가가치가 있다.'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이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인가에 관해 포커스를 두어보려고 한다.
매입한 자산이 어떤 자산인가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겠다. 다만, 일반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실질적인 부가가치'는 딱히 없는 것 같다. 나의 주관이다.
부동산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실제적인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 리모델링을 하여 높은 값에 되판다면 , 이런 경우는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많고 많은 투자의 일부이다.
부동산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시기에 따른 시세차익을 목표하고, 실제로 그렇게 이익을 본다.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더군다나 주식의 경우, 일개 주주가 해당 회사에게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라고 압박할 건덕지도 되지 않는다. 힘도 없고 방법도 딱히 없다. 대주주가 아닌 이상 말이다. 코인도 크게 다르지 않고, 각종 옵션 거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럼에도 소수의 자본가들은 자본주의 세계의 포식자들이다. 이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는 그러하다. 알바들의 시급은 최저 시급 언저리에 맞춰져 있다. 계약직, 정규직의 시급은 사실상 알바들의 시급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일 것이다. 자영업자의 시급은 몇 만 원 단위까지 불어날 수 있다. 자본가, 즉 투자자의 시급은 무한대라고 볼 수 있다. 분자가 되는 수익금액과 분모가 되는 소모 시간을 생각해 보면 그러하다.
자기 계발서적을 보게 되면, 남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수록 돈이 따라오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알바, 계약직, 정규직, 자영업자, 기업가까지는 해당이 되는 말 같다. 그러나 자본가(투자자)부터는 그 의미가 온전히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투자 가능한 금액이 크면 클수록, 그 자체가 남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쉽게 말하면, 그냥 돈이 많은 사람이 되면 남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깡패가 되는 것이다.
'실질적인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필요가 없는 신분이 자본가이다. 어쩌면 그래서 가장 강력한 포식자의 신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는 것이 오늘 사색의 골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으로는 자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상식적인 목표를 가지고, 상식적인 행동을 하려고 한다. 그것에 대단히 몰입하고 집착할수록 평범한 이들과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괴짜가 되었다.
나는 투자와 사업하는 29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