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에 관하여.

by 언더독

유전자. 유전자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인가.


'Gene. 자가 복제가 되는 성질의 분자 조합물이자 부모가 자식에게 특성을 물려주는 현상인 유전을 일으키는 단위이다.'


나는 내년 중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주 6-7일 일한다. 시간과 몸을 팔아 시급으로 때우는 알바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고, 대부분 볼품없는 곳에서 볼품없는 일을 한다. 볼품이 없고 천대받는 일일 수록 시급이 세기 때문이다. 센 시급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추운 바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다 보면, 나이가 지긋이 든 어른들이 젊은 친구가 고생하는 거 보고 있자니 안쓰럽다며 잘 대해 주시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말 그대로 나를 천하게 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외적으로 다르게 생겼다. 생각도 다르게 한다. 그래서 행동도 다르게 한다.


상대적으로 양질의 환경에서 유복한 성장기를 겪었던 인물이라도, 나이를 아주 잘못 먹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척박한 성장기를 겪었던 인물이라도, 나이를 바람직하게 먹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왜 이렇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사색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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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유전자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이렇다 설명할 방도가 없다. 얼마 전 돌아가신 버크셔 헤서웨이의 리더인 한 현자가 말한 것과 같이, 모든 것은 미리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투자 서적의 바이블인 벤자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보아도 그렇고, '찰리 멍거'의 생각을 들어보아도 그렇다. 뛰어난 투자자는 타고난 자질을 요한다. 그 자질이라 함은, 노력을 통해 갈고닦아지는 것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지니게 된 캐릭터를 말하는 것이다. 뛰어난 투자자에 한정 지어 이야기를 해보면, 과감함과 인내심을 동시에 지니는 것이 그 자질이라는 것이다.


사색을 하며 짧다면 짧은 내 삶을 되돌아보았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려고 했다. 나의 삶은 시작부터 대한민국 하위 4.8% 이내의 유년기를 보내었다고 보인다. 4.8%는 기초수급대상자의 인구 비율이다. 중고등학교 때, 친부의 회사 파산으로 정부기관과 빚쟁이들의 촘촘한 감시를 받고 있었다. 당연히 가정도 파탄이 났었다. 가난과 폭력의 시기였다.


고로 나는 양지의 빛의 보기 위해서는 나이가 어리든 말든 스스로의 힘으로 하수구 진창을 기어 나와야만 했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법은 없었다. 음지의 길로 향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러니까 내가 당시 홧김에 그렇게 하려 한들 말릴 사람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양지로 향했다. 아주 처절하게 양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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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나는 범죄기록이 없는 합법적인 성인이 되었고, 지금도 자산가가 되기 위해 매시간 합법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이것은 순전히 유전자의 영향인 것 같은데, 내가 음지를 선택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던 탓이었다고 보인다. 굳이 공권력과 척을 져서 내 인생에 도움 될 것이 뭐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었다.


내 삶을 돌아봐도, 다른 이들을 관찰해 봐도 자질은 타고난다는 점이 수긍이 된다. 모든 개개인에게 다른 자질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최고 버전으로 거듭나려 한다면 자신을 잘 아는 게 필요하다.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에 새겨진 상대적인 강점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한다는 뜻이다.


파악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은 행동량'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질 파악은 실전과 관련성이 아주 깊기 때문에, 혼자 앉아서 골똘히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은 행동량'을 통해 새겨진 '많은 흉터'들로부터 잘 파악될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해보다 보면, 자신이 어느 걸 잘하고 어느 걸 못하는지 남들이 알려준다.


잘하는 걸 하면 맛있는 걸 많이 사주고, 못하는 걸 하면 욕을 많이 해준다. 이것은 객관이므로 자기 파악에 딱인 것이다. 이 말을 달리 말하면, 애초에 게으르거나 가오 좋은 일만 하려 든다면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전략을 수립할 재료 파악이 안 되게 되는 것이다. 승산이 없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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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결과로 본 나 자신은, 미시적인 일들에는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 거시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타고난 재능이 있다. 쉽게 말하면, 작은 업무들을 치고 나가려면 남들보다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사이즈가 크고 시간이 걸리는 일을 한다고 하면, 전략 설정을 영리하게 하기 때문에 결과가 좋다. 당장의 단 맛을 변태처럼 유보하는 타고난 인내심과 고집이 있다. 그래서 나는 주식 투자를 한다. 주력이다.


그럼에도 미시적인 사업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은 일종의 완벽을 추구하기 위함인데, 이 완벽이라는 것은 나 자신이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야 한다는 목적의식보다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완벽하게 생산적으로 소모하기 위함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작은 업무를 치고 나가는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능력을 한계치로 몰아붙이면 중간 이상은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의 퍼포먼스를 최대치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고가 나기 직전까지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전략이 가장 실용적이다. 인간은 동물이고, 동물은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가장 좋은 신체적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그것이 근로노동이 아닌, 사업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투자의 측면에서 상위의 퍼포먼스를 내고 있는 것이고, day by day work에서는 중간 이상의 퍼포먼스는 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상위의 퍼포먼스를 낸다고 측량을 해볼 수 있다. 이런 세월이 모이면 결국에는 한국 상위 0.89% 인구층에 도달할 것이다. 이는 금융자산 10억 이상을 보유한 한국 인구의 비중이다.


스스로를 파악해 보았을 때, 미시적인 업무에 유전자 강점을 지녔다 생각이 되면 자영업자로 시작하여 기업가로 향하는 테크트리를 쌓는 것이 좋을 것이다. 거시적인 업무에 유전자 강점을 지녔다 생각이 되면 나처럼 자본가로 향하는 테크트리를 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것이 상식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나는 거시적인 안목에 유전자 강점이 있다고 했다. 나는 20대 초반부터 주식 투자를 주력으로 시작했다. 20대 후반부터는 근로소득을 아예 끊어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투자와 사업하는 29세가 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거시적인 방향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외면하지 않고 순수히 직시한다면, 스스로에게 해 또는 실이 될 일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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