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는 말했다.

by 언더독

나는 매일 일을 하고, 무언가에 소비를 잘하지 않는다. 일을 하거나 주식 투자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운동을 하거나 뭔가를 읽고 있거나. 그 외의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다. 자산 증식에 집중하는 삶이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는 연애도 하고 차도 굴린다.


"그렇게 살 거면 왜 사는 거냐? 이해할 수 없다. 너무 재미없는 삶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스토아 철학을 기초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공동체를 위한 미덕을 행하는 삶을 통해 영혼의 평안을 유지한다. 내 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인물들은 핏줄이며, 우리네 부모는 이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일이라도 몸져누울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재미 찾는 것보다 하루빨리 유의미한 자산을 달성하여, 적시에 미덕을 행하려고 하는 상식적인 판단을 해서 이렇게 사는 것이다."


그 친구는 말했다.


"그건... 맞지."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잠시간 쳐다보았다. 그 역시 부모가 있으며, 그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랬던 것 같다.




내 글을 꾸준히 봐와 주신 독자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아웃사이더이다. 평범한 사람들 시각에서 봤을 때는 특이한 사람이다. 나는 사람들이 평범하다고들 말하는 것들이 꽤 많은 경우 비합리적이라고 느껴진다. 논리 관계가 깨져있는 경우가 자주 있고, 그러한 모순적인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삶들이 평범한 것이라고들 하는 사람들로부터 동물적인 괴리감을 느낀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내가 아무리 맞는 말을 하더라도 그들을 납득시킬 수 없고, 그럴 이유 또한 없음을. 그래서 보통의 이들과 어쩌다 자리를 같이 하게 되면, 말을 많이 아끼게 된다. 오늘 내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딴생각을 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삶의 양식을 유지하는 것에는 고통과 고독이 수반된다. 이러한 고통과 고독은 허영 그리고 쾌락과는 정반대의 속성이고, 가장 확실한 실속을 만들어준다. 그에 가치가 있다. 익숙한 듯 그렇지 않은 듯 매일은 이내 관성을 가지고 이어진다.


오늘의 글은 이런 고통을 겪는 와중에, 어떤 고통이 가장 큰 통각으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 내용이다.





홍콩 영화배우 '주성치'를 알 것이다. 우리에게는 소림축구 그리고 쿵후허슬로 유명한, 재미있는 영화를 잘 만드는 배우이다. 60세가 넘은 그의 현재 자산이 9000억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인생 스토리를 잠시 설명해보고자 한다.


그의 어머니는 중국 본토 엘리트 집안의 딸이었다. 판사 집안이었던 것으로 들었는데, 집안이 공산당에게 반동분자로 찍히는 바람에 졸지에 몰락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홍콩으로 도피 이민을 했다. 홍콩 국적을 득하기 위해 자기 좋다는 아무개 남자랑 후다닥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 사이에서 나온 아이가 '주성치'이다.


주성치의 아버지는 바람기 가득한 문제 많은 남자였다. 가장이 가정에 무관심하여, 가난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주성치 역시 어렵게 자랐고, 청년기에 배우 오디션을 보았으나 낙방을 거듭했다. 그래서 눈높이를 조금 낮추어 B급 배우를 뽑는 '야간 배우 오디션'을 보아 턱걸이로 붙었다고 했다. 그렇게 5년 간의 무명 배우 시절이 시작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때 주성치 혼자 오디션 보러 가기가 무서워 같이 끌고 간 친구가 조위였다. 그는 한방에 합격하여 빠르게 성장한다. 정작 그는 배우 할 생각도 없었고, 장난 삼아 가본 것이었다고.)


그 5년 간 교제하던 같은 배우 출신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와의 결혼을 원했다고 한다. 주성치는 성공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고, 그녀의 프러포즈를 외마디로 매몰차게 거절했다고 한다. 정확히 "미쳤어?"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의 삶은 그 거절을 기점으로 내리막을 타게 된다. 우울한 기분을 풀고자 갔던 스쿠버다이빙 중에 사고로 청력을 상실했다. 우울감에 매일을 얼른 아파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실제로 불혹의 나이에 췌장암 말기로 사망하게 된다.


아무튼 주성치는 성공했다. 그녀가 많이 아팠다는 사실을 듣고 죽기 직전 그녀의 병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그는 언제나 영화를 제작할 때, 자신의 인생에 있어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기억들을 각색하여 익살스럽게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그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았다. 몇 인터뷰에서 아직 그녀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간단히 '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맨날 웃고 다니는데, 실제 성격은 왜 이리 과묵한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나의 지난 과오를 영화로 보면서, 어떻게 웃고 다닐 수 있겠습니까."


또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는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나는 여자를 보는 눈이 있다. 일터를 다니다 보면, 또는 일상을 살다 보면 선한 가능성을 지닌 여자들이 가끔 보인다. 좋은 아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동물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그들은 대개 밝은 표정에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그런 여자들에게 다가서서 인연을 시도해 볼 배짱 또한 있다. 거절당하는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쯤이야 평소에 감내하는 투자리스크에 비하면 기별도 안 가는 리스크이다.


분명히 나는 그러한 인연들을 미련 없이 희생시키고 있다. 어쩌면 몇 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중대한 실수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손실일 수 있다. 그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글을 쓰며 고민해 본 결과, 이렇게 지나치는 인연들을 잡을 생각을 스스로 강하게 억제하는 것이 가장 큰 통각점이다.


연애와 자산 형성이 병행 가능하다고 하는 이들이 있으나, 나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개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극빈층 출신이 아니다. 나는 극빈층 출신이다. 그들은 그들의 삶이 시작될 때 이미 주어져 있던 조건들이 남들에게도 똑같이 있었을 것이라 오판하는 경향이 있다.


극빈층 출신은 지금의 국가적 경기 발전 둔화 시기와 맞물려 자산 증식의 모멘텀을 증가시키려면, 인생의 모든 재미 요소를 미련 없이 죄다 희생시켜야만 한다.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질 것이며, 오를 사다리들이 더더욱 많이 넘어져있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고통인 것 같다. 나와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어린 후발주자들 또한 이 점을 사무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생은 이어지는 것이고, 나는 또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전 21화징징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