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징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by 언더독

서울 기준 청년들의 주거비(원룸)는 보증금 1000 / 월세 + 관리비 80-90 정도 된다. 1인 가구 기준, 매일 2끼 정도를 제대로 된 식사로 넉넉히 챙겨 먹고, 간간이 과일이나 사 먹으면 월 90만 원 정도가 나온다. 계절마다 더위를 피하거나 추위를 피하기 위해 적정한 옷을 사는 데에 20만 원 정도 든다고 하면, 서울 청년층의 '절대 빈곤이 아닌 삶'을 사는 월 비용은 러프하게 잡아도 최소 200만 원가량이 된다.


보통의 열심히 사는 청년층의 월 소득은 200 중반에서 300 초반 사이 어딘가에 있다.


여기에 연애가 끼면 미래가 사라지며, 미래를 살리면 연애가 사라진다. 당연히 결혼이나 2세 계획은 언감생심이다. 이렇게 간단한 숫자 문제이고, 아주 상식적인 재단이다. 무언가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개개인의 주관으로 판단하지 않고, 숫자 놀음을 통한 기준으로 판별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경우와 사람의 인식에 있어서, 불가지론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도구는 숫자와 데이터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부조리는 오래간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는 이에게는 타개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는 그저 밥이나 먹고 원초적 욕구나 이따금 땜빵하며 사는, 그야말로 연명하는 삶만이 이어질뿐이다. 늘 그렇듯, 나의 글은 후자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전자의 삶을 살아내고자 하는 선하고 책임감 있는 이들에게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하기 위해 써본다.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해 볼 것인데, 모든 방법들의 궁극적인 철학은 고통을 기꺼이 껴안는 것이다. 나는 다소 하드코어 한 청년기를 거치며 몸과 정신에 강제로 새겨진 진리를 품고 사는데, 그 진리는 매일을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면 알맞은 항로로 삶을 살고 있는 점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매일을 쾌락 속에 살고 있다면 또는 별달리 괴로울 것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뭔가 꺼림칙하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대응책을 제시해 본다.

(적극적으로 고통을 감내하는 이에게는 자산 축적의 주춧돌이 마련된다. 징징거리는 사람은 징징이가 된다.)




주거비는 대응책이 확실히 있다. 저축을 통한 자산매입에 집중하고 싶다면, 적절한 고시원에 들어가는 것이다. 고시원은 보증금이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웬만큼 쾌적하기만 하다면 선택하는 것이 좋다. 세이브한 보증금은 자산 매입의 타이밍을 빠르게 당겨준다. 대개, 고시원에는 질 나쁜 사람들이 많이 살아 수면의 방해를 받거나 휴식에 방해를 받을 수 있지만 감수하며 또 방법을 찾는 것이다.(여성의 경우, 여성만 모여 살도록 되어있으니 오히려 혼자 원룸에 지내는 것보다 안전하기도 하다. 가끔 나처럼 겉보기만 험악하게 생긴 남자들 때문에 놀란 마음 쓸어내릴 필요가 없다.)


또는 마음 맞는 벗과 원룸 비용을 같이 부담하는 방법이 있다. 보증금과 월세를 반반씩 나누면 효율적이다. 다만, 파트너 선택을 잘해야 한다. 남과 같이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며, 형제급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감수하며 또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식비는 품을 좀 둘 것을 추천한다. 품을 둔다고 해서 한 끼에 2-3만 원 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만원 내외로 두고 먹으면 되겠다. 어느 정도 잘 먹어야 주 6-7일 일을 한다.


명절에 가족과 아주 가까운 벗들만 보는 것이다. 평소에는 사람을 아예 안 만나는 게 좋다. 그것이 모두 고삐 풀린 지출이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것이 가장 주요한 지출 방어가 된다. 연애는 직접 하지는 않고, 분위기 정도만 적당히 느껴본 뒤, 미련 없이 물러서서 일터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것 같다. 고강도 삶에 잠깐의 향기만 주고 절제하는 것이다. 이성의 심리를 학습하기에도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대형 백화점 근처에 사는 것이다. 빨리 구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많고,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많다. 특히 백화점 내의 서점은 나의 사설 도서관이 되어버린다. 수많은 신간들을 공짜로 즐길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읽은 책들이 참 많다. 항상 사설 문고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산다. 읽은 책은 항상 각 맞추어 정리 정돈을 잘하고, 최대한 깔끔하게 쓰고 나오려고 노력한다. 직원분들에게 항상 예의 바르게 하고 다닌다.


헬스장이나 필라테스는 돈 내고 할 필요가 없다. 집에서 맨몸운동해도 운동은 똑같은 운동이다. 강변 따라 달리면 트레드밀보다 운동효과가 좋다.(맨땅이 더 거칠고 동적이라서 그렇다. 공기도 더 좋다.) 맨몸운동을 극한으로 하면 몸 다 만들어진다. 스스로 해보고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 곳에 몇 십만 원 우습게 쓰는 것은 정말 지능적이지 못한 잔고 출혈이다.



이 정도를 하면 월 120-140 정도는 저축이 가능하다. 연으로 따지면 1500만 원 정도가 된다. 이렇게 매년 저축과 동시에 자산 매입을 꾸준히 하면 1억까지 생각보다 몇 년 안 걸린다. 물론, 괴롭고 긴 시간을 견뎌야 얻을 수 있다. 쉽다고 쓰지 않았다. 그만큼 남들보다 비교우위에 자리하는 가치를 획득한다는 의미를 세상이 넌지시 던져주는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방법론들이 결실을 만들어 준다. 가끔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던지 미라클 모닝 같은 개념에 세뇌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그들의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한 컨셉에 불과하고, 실속은 없다. 그냥 좀 푹 자고 일을 많이 하는 게 맞으니 잘 자기를 바란다. 일기를 쓰는 것도 큰 연관이 없다. 다만, 나처럼 대중들에게 글을 꾸준히 써 보이는 것은 나름의 가능성을 지닌 일이고 생산적인 일이니 그러한 습관을 가져보는 것은 권해볼 법하다.


나는 주말을 풀로 근무 했고, 내일 동이 트기 전 다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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