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시간을 쪼개며 사는 것의 장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 사는 것이 익숙해지면, 정신이 갈수록 강해진다.
사람이 외부 조건에 따라 인식하는 느낌, 기분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그래서 같은 조건이라도 누구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고, 누구는 징징거리게 된다.
다들 알다시피 오늘은 동원예비군 2일 차이다. 휴가 나온 기분이다. 밥도 너무 맛있고, 기운이 넘친다. 잠도 강제로 많이 자게 되어서 몸도 건강해졌다. (8시간이면 내 기준에서 엄청 숙면한 것이다. 보통 매일 여섯 시간을 못 잔다.)
군도 조직이다. 회사도 조직이고.
조직은 한 명의 스피드, 모멘텀을 따라오지 못한다. 느리다. 특히 나 같은 사람은 일을 빨리빨리 하는 스타일이기에, 훈련 일정 진행이 아주 여유롭게 느껴진다.
잠깐씩 쉬는 시간에는 티비를 잡고 있는다. 여기 티비는 뉴스 채널 말고는 안 나온다. 그래서 내가 전세 낼 수 있다. 난 뉴스밖에 안 보니까. 증시와 코인 관련 채널 보기가 너무 좋다. 다른 사람들은 관심을 별로 안 둬서 방해도 안 받는다.
간만에 좀 쉬며 회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나랑 똑같은 훈련을 받고 있는 얼굴모를 사람들 중에는 찡그리고 징징거리는 사람도 많이 있다. 군이 훈련 대충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말 잘못해서 엄한 군인들 혼날까 싶어서 쓴다.
오늘은 이념과 생각이라는 것에 대해 써보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념 또는 생각이 다를 때가 정말 많다. 이런 경우, 당사자들의 수준 차이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대부분은 적이 된다. 서로를 미워하고 욕한다. 법적 분쟁과 주먹 다툼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가장 극단적으로 가면, 전쟁이 나기도 한다.
대부분이 이렇게 되는 것을 보면, 이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만하다. 생각 다르면 미워하고 욕하고 싸우는 것. 심하면, 죽이기까지 하는 것은 일상과 역사 속에 있다.(한국 전쟁을 생각해 보라.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민간인과 포로가 학살된 것은 사실이다.)
소수는 앞서 말한 '본성' 을 컨트롤할 수 있다. 내가 말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이 선부터 시작한다.
나는 국가와 사회에 좌우파가 모두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적인 이야기로 내게 시비걸기가 아주 어렵다. 극좌파가 우파 욕을 하면, 우리에게는 좌파가 필요하다고만 말한다. 극우파가 좌파 욕을 하면, 우리에게는 우파가 필요하다고만 말한다. 그래서 둘 다 딱히 나한테 더 할 말이 없게 된다.
내게는 좌파에서도, 우파에서도 수준이 높은 어른들이 있다. 양쪽 모두에게서 많이 듣고 배우는 편이다. 그 사람들의 수준이, 내가 말한 선 이상에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주시는 분들이라, 그분들의 대처법을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1. 좌파 대부님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의 수준을 고려하여 다르게 대응한다.
계속 싸우려고 드는 사람에게는 웃는 얼굴로 다 맞다고 해준다. 그리고 빨리 자리를 뜬다.
싸울 기미까지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논리와 지식을 가지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상대에게는 압도적인 논리와 지식을 이야기한다. 특히, 고전적인 인문학, 철학,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로 상대의 한계를 스스로 알아차리게끔 한다. 알아차리면 마무리가 되고, 못 알아차리면 웃는 얼굴로 자리를 뜬다.
상당한 논리와 지식을 가지고 쟁점에 대한 토론 그 자체를 해보려는 지적 강자가 나타나면, 몇 시간을 내리 토론한다. 가령, 수정 자본주의에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했던 사례를 스스로 먼저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경제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라면, 저게 좌파의 급소라 할 수 있는 토픽을 자신이 먼저 토론판에 들고 나오는 행위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그는 그렇게 했다.(이후 단계인 '신자유주의'가 왜 태어났는지 검색해보면 수긍이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원이 정말 시급한 사회 저소득층에 복지 자원이 유의미하게 도달하려면, 비정상적으로 오버슈팅을 해야 할 필요성이 꽤 필요하다고 어필하는 모습이었다. 그 주된 이유라 하면, 세상에 자신과 같은 클래식 좌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양아치 좌파들이 정말 많이 있기 때문에, 제법 먹고살만한 놈들이 좌파 무늬 내세워 중간에서 다 해쳐 먹는다는 거였다. 급한 불부터 끄고 몽둥이를 순차적으로 드는 것이 실용적이라는 설명이었다. 거시 경제 수술도 그렇게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가는 게 그래도 사회를 이롭게 하는 유일하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그래서 자기는 우파에게 고마워한다고 했다. 응가 치워줘서.
저런 식으로 팀킬 논리를 내세우니, 내가 박장대소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도 극빈한 유년기를 거쳤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려웠다.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2. 우파 대부님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 수준과 관련 없이 웃는 얼굴로 자리를 뜬다.
기본적으로 말수가 거의 없다.
일한다. 계속 일한다.
별 관련도 없는 남이랑 논쟁할 시간에 투자, 마케팅, 세금, 경제 시사 공부나 더 하라고 하셨다. 책이나 한 권 더 읽으라 했다. 나가서 운동이나 한 번 더 하라고 했다.
안 그러면 맨날 자기처럼 세금 많이 내고 공무원들한테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제대로 못 듣는다고 했다.
어쨋든, 두 사람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그저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그걸 배웠다. 나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계속 일한다. 뭘 배우거나, 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