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차비어 Jun 21. 2022

길고 깊었던 독일어의 늪

유학일기 #2

독일어,,

독일유학생들은 안다. 이 얼마나 징글징글한 언어인지. 나에게도 절망에서부터 환희까지 줬던 애증의 언어다.

독일어는 보통 A1,A2,B1,B2,C1,C2 의 레벨이 있고 대학교를 입학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시험에서 C1의 레벨을 받아야한다. (경우에 따라서 B2를 요구하는 곳도있다.)


나의 경우 회사생활 3년 반정도 후에 오랜만에하는 공부가 처음엔 재밌었다. 게다가 난 시험에 특화된 코리안 아닌가. 한국 스타일로 무조건 빠르게 성적을 받을 목표로 구체적으론 1년안에 원하는 점수를 얻겠다는 다짐을 하고 처음부터 달렸다. 이 것 부터 잘못 됐던 계획이었다.

물론 1년 정도에 원하는 성적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소수의 사례 때문에 다수의 학생들이 '난 뭐하고 있지?'하고 생각하며, 이 어학의 늪에 빠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론적으로 2년가량 어학공부를 했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절한 염원 속에서 2년을 힘겹게 마무리 했다. 초반에 빠르게 달리다가 6개월 정도만에 정체기가 왔는데, 그 정체기가 1년 반 이상 지속되었다. 그 때 부터는 공부를 해도 실력이 늘어나는게 안느껴졌고 성적도 그대로였다. 애초에 1년 이상을 계획했으면 멘탈 컨트롤을 잘 하고, 차근차근 탄탄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한다.


 간과했던 점은 내 자신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사람마다 언어능력이 다르고, 수학이나 과학 학습능력이 다르다. 내 어학능력이 어느정도 인지 먼저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해야했고 그 것에 맞춰서 계획을 세우면 됐는데, 장기적인 계획없이 시험을 빠르게 끝내기위한 공부만하니 오히려 중구난방 비효율적인 시간을 오래 보내게 됐고 슬럼프가 온 것 같다.


어학의 늪에 빠지기 시작할때



난 독일생활 통틀어서도 언어공부할 때가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고 지독한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독일어 공인시험 결과발표가 항상 늦게 나온다는 점은 하나의 큰 문제였는데, 시험결과가 적어도 한달에서 심한경우 두달이상 소요됐다. 시험결과는 특정일에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었고 시험을 쳤던 학원에서 메일로 통보 해줄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 시기동안 공부는 안되고 정말 피가 말랐다.

피말리는 몇주를 기다리다보면 다음시험 등록일이 오는데 등록을 해야할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은 등록하기를 반복, 결국 난 시험을 무려 10번이나 쳤다. 애초에 계획을 여유롭게 잡고 시험을 한두번만 쳤으면 좋았을텐데, 피말리는 결과대기의 시간을 10회나 반복한 시험중독자였다.

(시험이 보통 한번에 200유로 조금 안되는 수준이었으니 전체비용도 적지 않았다.)


이 징글맞은 시험은 희망고문이라도 하듯 하나씩 하나씩 어긋나며 안달나게 만들었다.

처음 5번을 쳤던 시험은 Test Daf라는 시험이었다.

이 시험에는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총 4개의 부분이 있고 각각 5점만점에 4점 이상을 받아야 C1의 레벨을 인정받을 수 있다.

나는 항상 듣기가 부족해서 듣기만 3점이 나오다가 마지막 다섯번째 시험에 결국 듣기 4점을 받은순간! 제일 자신있었던 읽기가 3점이 나오며 좌절의 고통을 맛봐야 했다.

말이 쉬워 다섯번이지 시간상으로는 6개월이상 지났다. 더 이상 진전될 것 같지도 않고 이 슬럼프를 타개하기 위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험을 바꾸자라는 마음으로 Telc C1 hochschule 라는 다른 공인시험을 쳤다. 이 시험은 별로 준비를 못하고 쳤는데도 첫 시도에 거의 합격선에 가까이와서 희망을 맛볼수 있었다.


세상은 어찌나 잔인한지, 시험을 바꾸고 또 6개월정도의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약 100문제 이상의 문항에서 합격선에 두세문제 차이로 탈락하기를 반복하니 독일어가 나랑 맞지 않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괜히 유학을 하러 왔나하는 후회감도 생겼다. 이 시험에서도 우여곡절을 다섯번정도 겪다보니 나중엔 유학을 접어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 그렇게 시험으로 고군분투를 하던 중 어느덧 대학교 입학지원을 해야하는 시기가 왔고 거의 자포자기한 마음을 부여잡고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참고 학교 등록 및 입학에 필요한 준비를 병행했다.


마지막 시험의 결과발표 메일은 떨려서 열어보기가 힘들었다. '이번에 떨어지면 한국가야겠지?'

무거운 손가락으로 메일 클릭을 하니,, 결과는 합격!!

심장이 내려앉는줄 알았다. 환희의 시간을 좀 가지고 합격 결과 문서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 문서를 받는데 또 그렇게 오래걸릴줄 몰랐다. 독일은 문서를 출력해서 입학처에 우편으로 제출해야하기 때문에 기한내에 알아서 제출 해야한다. 당시에 이 문서를 받기위해 꽤 짜증나는 상황이 있었으나 여튼 결과적으로 간당간당하게 지원일자에 맞게 문서를 제출 한 후 겨우 대학교 합격을 할 수 있었다.


2018년 가을 이제 겨우 시작점에 왔다. 뮌헨공대 양조학과. 박사할 나이에 2번째 학부생이 되었지만 입학이 확정된 후, 독일에 오고 처음으로 맘편하게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난 안갔던 학교전체 입학식 (TUM 홈페이지 참조)


이전 01화 서른살, 독일 유학의 시작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