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차비어 Jun 20. 2022

서른살, 독일 유학의 시작

유학일기 #1

 서른, 아무 것도 모르는 눈을 멀뚱멀뚱 뜨고 베를린 쉐네펠트공항으로 입국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6년이나 흘렀다.

 나는 현재 독일 뮌헨공대 양조학과에서 양조학공부를 하고있는 만학도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부모님, 선생님 말씀 잘듣는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이었다. 내 위치에서 열심히 살았고, 평범한 공대생이 된 후 나름 성공적으로 졸업하며 원했던 대기업에 입사했다.


 나는 내 인생이 특별하고 행복만이 가득할 줄 알았나보다.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현업에 투입되고 한달이나 되었을까? 뭔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뇌리에 박히며, 오감을 총동원해 목숨의 위태로움을 감지한 세렝게티의 가젤마냥 확신했던 것 같다. ‘이거 뭔가 잘못된것 같은데?!!’

 여기서 20여년 치열하게 살아서 저기 몇 칸 앞자리에 앉아있는 부장이 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자신도 없었다.

매일이 곤욕이었던 하루하루를 버티며 난 커서 뭐가 될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답을 못내리는 날 발견했다. 어쩌면 당시 하고 있는 일이나 상황이 나에게 너무나 안맞아서 다른 방향을 찾고 싶었던건 아닌가 싶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는데 뭘 해야할까 라는 고민을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하게되다니,,

그런 고민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던 중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었던 맥주에 눈이가기 시작했다. 당시 동네에서 독일 밀맥주가 유행했었고 그 펍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던 시절이었다. 보통 Weihenstephan과 Paulaner 밀맥주를 마시며, 맥주와 관련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 들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소주보단 맥주를 마셨을때 항상 즐거워지고 행복했다. 자연스레 양조에 관심이 가게 되었고 처음에는 취미로 홈브루잉도 해보았고 미국에 맥주관련 자격증도 땄다. 그래도 뭔가 한켠에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맥주를 마시며 고민을 해본 결과, 맥주를, 특히 양조를 진지하게 업으로 삼으려면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해야한다는 개인적인 결론을 얻었다.

바이엔슈테판 밀맥주 (바이엔슈테판 유튜브 참조)


 양조자체는 첨단산업이 아니기에 새로운 정보 습득을 해야하는 양이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적고, 내 양조장이 있으면 나이를 먹고도 계속 할 수 있다. 대기업의 삶을 지속해도(난 특히 그 때 열정이 없었으므로) 그 분야에 최고가 되기도 힘들 것이고, 운좋게 정년퇴직까지 가더라도 또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니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취업난이 심각한 세대의 사람들이 다들 어디 가는것도 아니고, 분명히 중장년때의 취업난이 한번 더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명분이 생겼다. 하고 싶은 분야도 생겼다. 이제 실행만 하면된다.

하지만 관성은 무서웠다. 평생을 말잘듣고 평범하게 살아갔는데, 당연히 겁이 났다.

이때까지 그래도 짧지만 몇 년 쌓은 것들도 있는데, 그냥 살면 반은 가는데, 이거 잘못 시도했다가 큰 일 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많았다.

우선 걱정은 뒤로하고 어찌되든 계획이라도 세워보자라고 생각했다.

맥주관련 교육기관과 업무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길 몇 개월, 여러 교육기관과 방법들을 찾았고 결국 누가봐도 맥주하면 떠오르는 ‘독일’에 있던 딱 2개의 공대에 속해있던 양조학과를 알게 되었다. 목적지가 정해지니 그 다음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유학에 필요한 돈과 비자, 어학원과 학교 등의 정보를 습득하고 준비했다.

계획을 세우다보니 이번엔 이 지긋지긋한 관성을 한번 이겨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이번엔 ‘다 그렇게 사니까 나도 참고 살아야지’라는 말 자체를 머리에서 지워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한지 3년 가량 되었을때, 확실하게 떠나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유학생으로서 매달 얼마나 쓸 것인지, 내가 얼마나 어학공부를 할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쉽지않았던 비용산출을 마무리했다. 결론적으로 나의 계획은 어학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뮌헨공대나 베를린공대의 양조학과에 입학해서 공부를 할 계획이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부담이 됐지만, 구체적이었던 계획이 적힌 엑셀표를 보여드리니 생각보다 쿨하게 알겠다고 하셔서, 부모님 설득은 걱정했던 것보단 쉽게 해결되었다.

원했던 비용까지 6개월가량 더 일을 하고 모은 후, 16년 여름 드디어 출국을 하게 되었다.


드디어 베를린으로 입성!

베를린 입국 첫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