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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희정 Oct 09. 2024

쓰는 인생은 달다

⭕ 라라크루 [금요문장: 금요일의 문장공부] 2024.09.27.     


1. 오늘의 문장


계속 써라. 손을 멈추지 말라. 수정이나 삭제, 첨가도 하지 말라.     

작가에게 글쓰기는 인생이다. 삶이고 생명이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생이 끝나는 날 비로소 글쓰기도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167쪽     


2. 나의 문장    


주변 지인들에게 출간 소식을 전했을 때의 일이다. 내 말을 들은 한 지인의 대답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머문다.


“아. 그랬구나. 실은 나도 글 쓰는 거 좋아해서 어릴 적에는 일기를 매일 썼어요. 학교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탄 적도 있었죠. 주변에서도 글을 써보라고 해서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순간 좀 당황했다. 축하도 응원도 아닌 말에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글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한 번 도전해 보라는 말로 서둘러 마무리했다. 신기한 건 이후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을 몇 번 더 만났다는 거다. 그들은 하나같이 읽기를 좋아했고(과거형), 쓰기를 즐긴 적이 있었으며(까마득한 과거형), 언젠가 책을 내보고 싶은 막연한 소망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금은 바빠서 출간의 꿈을 미루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점까지도 쏙 빼다 박았다.


그렇게 말한 이들 중에서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을 지금까지도 본 적이 없다. 글쓰기 영재였던 그(그녀)는 왜 자신의 말처럼 글을 쓰지 않는 걸까? 물론 그들의 말처럼 삶이 바빠서 그럴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오늘 당장에 끝내야 할 일, 이번 주까지 마쳐야 할 과업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우선순위의 목록을 먼저 처리하다가 보면 글쓰기같이 전혀 급하지 않은 일은 자꾸 뒤로 밀려나게 된다.


또 다른 이유로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그들의 진짜 속마음도 한몫한다고 본다. 그들은 쓰기를 어렵고 재미없는 행위로 여긴다. 어쩌면 아무도 몰래 몇 자 적어보았는데 차마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워 그 상태로 그만뒀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이 인정할만한 거창한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면 세상에 내놓을 가치가 없다고 중얼거렸을지도.     


그런 이들에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 좀 별나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글 쓰는 행위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글쓰기도 여타의 취미처럼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일뿐이다. 좋아하는 일이기에 당연히 더 잘하고픈 욕심도 생긴다. 감동적인 음악을 들은 후 악기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생기듯이. 자막으로 본 영화에 감동해 원래의 대사를 오롯이 이해하고 싶어 영어 공부를 시작하듯이.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읽기를 좋아해서 쓰기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내가 쓴 문장이 어색하고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계속 쓰다 보면 충분히 재미를 느끼고 막힌 마음이 후련하게 뚫어지는 기분도 느낀다. 몰입의 순간을 경험했을 때는 뿌듯함이 마음 가득 들어차기도 한다.


경험에 빠지면 글쓰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단계까지 간다. 만약 내가 글쓰기의 첫 단계에서 남의 평가에만 신경 쓰며 그대로 접어버렸다면 흔하디 흔한 일상이 책으로 세상에 나올 일은 없었다. 어떻게든 계속 써보겠다고 글쓰기 모임을 할 일도 없었겠지. 그랬다면 지금도 내 삶을 원망만 하고 살았음에 틀림없다. 때로는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고,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지만, 그런 시간을 견디고 묵묵히 쓰기를 이어가면 어느새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내 맘 같지 않던 어색했던 문장도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흐른다고 확신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산기슭의 작은 개울처럼 가볍게 시작했더라도 바위를 만나면 물이 굽이치듯 어느 순간이 되면 실력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의미 없는 행위라는 생각에 시간만 낭비한 느낌이 드는 날도 있다. 나는 이런 현상을 글쓰기의 천적이라 일컫는다. 일명 자기 의심이다. 천적을 만날 때는 도망이 상책이다. 내가 쓰는 최고의 방법은 읽기로 돌입하기이다. 책의 숲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반드시 다시 쓰고 싶은 동기를 만나게 된다. 읽기와 쓰기. 이 단순 반복은 내 생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싶다.


한 줄 요약 : 나는 글 쓰는 삶이 달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금요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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