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촌스러운 부황 자국, 얼마나 갈까?
목과 등에 부황 자국이 큼지막하게도 났다. 썰어 놓은 햄이 붙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거울에 비친 내게서 아빠 모습이 비치는 듯해 웃음이 난다.
그동안 한의원에 갈 일은 없었다. 초등학생 때 급성 장염으로 엄마 손에 이끌려 침 맞으러 갔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이다.
한의학에 대한 신뢰의 문제도 있다. 솔직히 나는 부황이나 침의 의학적 효과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 현대의학을 두고 굳이 한의원을 찾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나도 때가 되었나 보다.
아직 차가 없는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운전한다. 꼭 필요한 경우, 아버지 차나 렌트카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나잇값 못 하게도 여전히 초보 운전이다. 핸들을 잡을 때마다 식은땀을 흘린다.
게다가 오늘은 길까지 잘못 들어 스트레스가 더했다. 운전을 마치고 긴장이 풀리자, 어깨와 목이 뻐근하기 시작했다. 담 결림이다. 종종 잠을 잘못 자서 담이 걸리기도 하는데, 이번엔 유독 심해 고개를 조금도 돌리기 힘들었다.
결국 아내의 권유로 집 근처 한의원을 찾았다. 찜질을 시작으로 물리치료, 부황, 침을 순서대로 맞았다. 그런데 침대가 특이했다. 뜨끈한 데다가 안마 기능까지 있다. 누워서 찜질을 받고 있자니, 치료라기보다는 힐링하는 기분이었다. 이래서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나보다.
놀라운 건 가격이었다. 약 40분 정도 치료를 받았다. 안 그래도 돈 나가는 일이 많아 걱정했는데, 진료비는 겨우 10,790원. 기분 탓인지, 치료를 받고 나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목과 어깨가 한결 나아졌다. 왠지 앞으로도 종종 방문할 것 같다.
나이 드는 일에도 수순이 있는 것 같다. 안 먹던 양파와 마늘을 먹게 되고, 해산물을 먹게 되고, 등산이 좋아지고, 옛날 노래가 좋아지고, 한의원에 다니게 되고.
그렇게 아재가 되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