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사람은 오감 중 시각 의존도가 가장 높다고 합니다. 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비교적 잘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생김새가 어떠한지 잘 알죠. 하루에도 수없이 거울을 보며 외모를 체크하니까요.
문제는 보이지 않는 부분입니다. 우리 마음은 거울에 비추어지지 않는 탓에, 제 생각이나 감정 상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를 두고 메타인지가 낮다고도 합니다. 메타인지란 '자기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인지하는 것이죠.
우리는 자신을 너무 어설피 압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현재 직업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면, 한참 뜸 들일 것입니다. 그러고는 '어쩌다 보니', '돈 벌려고'라는 등의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수많은 직업 중 현재의 직업을 선택한 데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뿐입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제게 와이프와 결혼한 이유를 물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음.. 그냥, 같이 있으면 편해서 좋아." 사실이긴 하나, 결혼한 이유를 설명하기엔 한참 부족합니다. 듣는 이는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해?'
그런데 만약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내가 불안정하고 위태로웠던 시기에, 와이프는 한결같이 내 옆에 있어 주었어. 이젠 내가 버팀목이 되어주려 해." 멋진 대답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제 마음이 어떠한가를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음이 핵심입니다.
전자와 후자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요?
사실 저는 최근에 '와이프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두 시간 이상 고뇌하며 에세이 한 편을 완성했죠. 생각을 글로 쓰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전자의 경우, 정말로 이유를 몰라서 그렇게 대답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답은 제 안에 있었습니다. 다만, 정보가 조각난 상태로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한 것입니다.
글쓰기는 '조각 모음'입니다. 컴퓨터의 디스크 환경을 최적화하기 위해 조각 모음을 하듯, 글 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사색을 통해 정보의 파편을 맞춥니다. 그렇게 맞추어진 정보는 말로 꺼내어 놓기 쉽습니다. 즉, 자신을 알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글쓰기가 메타인지를 향상하는데 탁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