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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Aug 30. 2023

일기에서 딱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에세이가 됩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일기만 쓸 줄 알면 글쓰기를 할 수 있다고요. 물론 할 수는 있습니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어떻게든 엄마에게 가는 것처럼 말이죠. 다만, 여러 차례 넘어지고 바닥을 기는 것은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도 조금은 에세이다운 글을 쓰는 데까지는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일기에서 딱 한 발짝만 더 나아가면 됐는데, 방향 감각조차 없던 저는 어디로 발을 뻗어야 할지 몰랐거든요. 



어쨌든 저는 글을 썼습니다. 아니, 쌌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도 모르겠네요. 그야말로 똥글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렵게 싸 낸 글을 보면 쾌변한 듯이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일기와 다를 바 없는 이 글을 도대체 누가, 왜 읽을까 싶었습니다. 남의 일기는 훔쳐보는 맛이라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때까지도 에세이가 정확히 뭔지 몰랐습니다. 그냥 조금 감성적이고 여백이 많은 책정도로 여겼죠. 그도 그럴 것이 에세이는 그 뜻이 다소 모호합니다. 검색해 보니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일상에서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이라고 나옵니다. 그야말로 일기와 한 끗 차이입니다. 30여 년간 써본 글이라고는 일기가 다였으니, 제 글이 일기 같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기 위해서 사전적 의미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느낀 에세이가 일기와 다른 점은 두 가지입니다.


타인이 읽고 공감하든가, 재미있든가.


적어도 두 가지 중 하나는 해당되어야 에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 다 포함하면 더 좋고, 거기에 배울 점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지금 쓰는 이 글을 에세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도 위 조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라면 제가 겪은 막막함에 공감할 것입니다. 물론, 재미있는 글은 저도 아직 어렵습니다.


잘 썼든 못 썼든 내가 쓴 글은 애정이 가기 마련입니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내 글이 어떠한가를 객관적으로 알려면 자꾸만 다른 사람에게 내보여야 합니다. 처음엔 허접한 글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 부끄러워 혼자만 썼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내 글이 재미있는지, 유익한지, 혹은 공감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독자를 만들고 반응을 얻어야 합니다. 결국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데 필요한 한 발짝은 내 글을 세상에 내놓는 것입니다. 블로그도 좋고 어떤 SNS도 상관없습니다. 그러고는 에세이라고 우기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놀랍게도 일기 같았던 글이 점차 에세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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