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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Dec 13. 2023

왜 글쓰기를 좋아해요?

- 대장장이라서요.

 

 "요즘도 글 써요?"


 내가 무언가를 끄적인다는 것을 아는 동료들이 종종 물어온다. 뭐, 진짜 관심이라기보다는 취미생활에 대한 직장인들의 흔한 스몰토크이다.


 "그냥 조금씩 써요. 쌤은 요즘 운동 어때요?"


 굳이 어떤 글을 쓰는지 알리고 싶지는 않아서, 그럴 때마다 나는 간단히 대답하고는 화제를 돌린다. 보통은 형식적인 질문이라 글쓰기에 대한 얘기는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하루는 질문이 이어졌다.


  "쌤은 왜 글 쓰는 걸 좋아해요?"


 평소 책을 꽤 좋아하는 동료였다.

 

 그런데... '왜 좋아하냐'라...


 차라리 '글 쓰면 뭐가 좋은가'를 물었다면, 얼마든지 말해줬을 텐데. 이상하게도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바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나?'


 그 본질적인 질문이 오후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작가라는 직업을 선망하는 것은 사실이다. 직장에 매여 있다 보니 더욱 그렇게 되었다. 물론 그들도 마감이라는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일할 시간과 장소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그래서 글을 좋아하려 노력한다. 실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 꽤 즐겁기도 했다. 특히, 지난날 발행한 글을 다시 보는 일은 시중의 그 어떤 책을 읽는 것보다도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시작한 지 반년 만에 깨달은 사실 한 가지.


 글쓰기는 분명, 고통을 동반하는 노동이다.


 좋다. 이제는 인정하자. 그동안 즐거움보다는 고통 속에서 발행한 글이 더 많았다.


 퇴근 후에도 책상에 앉아 있는 고통.

 눕고 싶은 충동을 견디는 고통.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의 고통.

 시작은 했지만, 분량을 채울 수 없을 때의 고통.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 물을지도 모르겠다.

 전문 작가도 아니고, 편집자가 쪼는 것도 아닌데, 안 쓰면 그만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왜 또 꾸역꾸역 쓰고 있는 걸까?


 




 사실 내게는 꽤 오랜 꿈이 하나 있다. 바로, 이집트 다합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를 벗어나서도 경제력을 지녀야 한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내가 선택한 무기이자, 노후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스마트 스토어, 상품 특허, 홈페이지 제작 등 여러 후보가 있었고, 그중에서 나는 글쓰기라는 무기를 택했다. 가장 투박하고 멋 없는 무기를 고른 것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 유행을 타지 않을 것.

 둘째, 리스크가 적을 것.

 셋째, 인간의 본능과 관련이 있을 것.


 이 조건들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비록, 당장에 수입을 가져오진 않지만, 꾸준히 연마하면 은퇴를 할 쯤에는 반드시 날카로운 무기로 거듭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아! 쓰다 보니 이제 말할 수 있겠다.


 대장장이라고 해서 모든 제련 과정을 사랑할 수는 없는 것처럼, 글을 쓰는 과정은 힘들지만, 반짝이는 결과물을 볼 때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나는 그래서 글쓰기를 좋아한다.





'꿈' 폴더에 저장해놓은 사진  <이집트 다합>



 +조금 다른 얘기.


 나는 매일 다합에서의 일상을 상상한다. 그 상상은 대략 이렇다.


 반짝이는 홍해를 내려다보며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각지에서 모여든 여행자들과 다이빙을 즐긴다. 오후에는 한국의 출판사와 비대면 미팅을 하거나 글을 쓴다. 일명 '글로소득'.


 물론, 도중에 무기가 바뀔 수도 있다. 아니면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도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계획대로 안 될 거라는 점까지 감안해서 계획을 해도,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 계획이니까.


 내 짧은 경험으로 보건대, 목표만 명확하면 가는 길은 그리 중요치 않은 듯하다. 계획대로 되는 것 하나 없다고 푸념하지만, 어느새인가 목적지에 도착해 있고는 했다. 그런 식으로, 나는 간절히 원했던 것들을 다수 이루어냈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는 말은 그런 의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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