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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멈가 Oct 06. 2023

처음엔 글 1,000자 쓰기도 힘들었어요.


일주일에 세 번, 중랑천에서 러닝을 한다. 다이어트하는데 기록이 중요하진 않지만, 달리다 보면 어제보다 더 잘 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 달이 지나도록 기록은 제자리였다. 그 무렵, 현역 특전사인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뛸 수 있는지 자문했다.


"3km를 잘 뛰려면 매일 5km를 뛰면 돼."


누가 군인 아니랄까 봐 시원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그 답이란 게 말인가 방구인가.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3km도 힘들다는 사람한테 5km를 뛰라니?


내 반응을 본 친구가 말을 보태었다.


"기록은 신경 쓰지 마. 천천히 매일 5km를 뛰어."




예전에 장문의 글을 힘들이지 않고 술술 써버리는 남자를 본 적 있다. 같은 독서 모임 맴버였던 그는 말이 무진장 많았다. 그래서 ‘말 많은 사람이 글도 길게 쓰는가 보다.’ 생각했다. 반면 나는 아무리 짜내도 800자를 넘기기 힘들었다. 글자수가 뭐 중요하겠냐만은, 너무 짧으면 성의가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이후 글쓰기 강의를 들었다. 매주 에세이를 써야 했는데, 한편에 1,500자 이상 써야 했다. 평소 내가 쓸 수 있는 양의 두 배 분량이었다. 그래도 뭐 어떡하겠는가. 숙제는 해야지. 비록 속 빈 강정일지라도 분량을 채우기 위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채워나갔다.


정확히 한 달 뒤, 내 한계 분량은 1,500자로 늘어 있었다. 1,000자-1,500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 페이스로 꾸준히 쓰다 보니, 비었던 강정의 속도 제법 차기 시작했다.


양적 팽창은 질적 전이를 가져온다고 했다. 결국 달리기든 글쓰기든 우선 양을 늘려야 한다. 이때, 나처럼 '말이냐 방구냐' 하며 인상 쓸 필요는 없다. 이 단계에서 글의 퀄리티는 잠시 내려두고, 양과 스피드에 집중한다.


나의 글쓰기 선생님 역시 늘 '꾸준한 한 편'을 강조했다. 한 번도 글의 퀄리티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으셨다. 좋은 글은 충분한 글쓰기 근육을 만든 다음 신경 써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다시 3km를 뛰어봤다. 5km를 연습한 지 3주도 안 된 시기라 ‘아직은 무리겠지’ 하면서도 궁금해서 기록 측정을 했다. 놀랍게도 기록이 1분 30초나 단축되었다. 말 그대로 양의 팽창이 질적 전이를 가져온 것이다.


글 1,000자 쓰기가 어렵다면? 1,500자를 연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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