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중랑천에서 달리기를 합니다. 다이어트하는데 기록이 중요하진 않지만, 달리다 보면 어제보다 더 잘 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기록을 단축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록 기록은 제자리였습니다.
그 무렵, 현역 특전사인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뛸 수 있는지 자문했습니다.
"3km를 잘 뛰려면 매일 5km를 뛰면 돼."
누가 군인 아니랄까 봐 시원하게 대답하더군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3km도 힘들다는 사람한테 5km를 뛰라뇨. 말인지 방구인지.
제 반응을 본 친구가 말을 보태었습니다.
"기록은 신경 쓰지 마. 천천히 매일 5km를 뛰어."
예전에 장문의 글을 힘들이지 않고 술술 써버리는 남자를 본 적 있습니다. 같은 독서 모임 맴버였던 그는 말이 무진장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말 많은 사람이 글도 길게 쓰는가 보다.' 반면 저는 아무리 짜내도 800자를 넘기기 힘들었습니다. 글자수가 뭐 중요하겠냐만은, 너무 짧으면 성의가 부족해 보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이후 글쓰기 강의를 들었습니다. 매주 에세이를 써야 했는데, 한편에 1,500자 이상 써야 했습니다. 평소 제가 쓸 수 있는 양의 두 배 분량이었죠. 그래도 뭐 어떡하겠습니까, 숙제는 해야겠지요. 비록 속 빈 강정일지라도 분량을 채우기 위해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채워나갔습니다.
정확히 한 달 뒤, 제 글의 한계 분량은 1,500자로 늘어 있었습니다. 1,000자-1,500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그 페이스로 꾸준히 쓰다 보니, 비었던 강정의 속도 제법 차기 시작했습니다. 양적 팽창은 질적 전이를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결국 달리기든 글쓰기든 우선 양을 늘려야 합니다. 이때, 저처럼 '말이냐 방구냐' 하며 인상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 단계에서 글의 퀄리티는 잠시 내려두고, 양과 스피드에 집중합니다.
저의 글쓰기 선생님 역시 늘 '꾸준한 한 편'을 강조했다. 한 번도 글의 퀄리티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으셨습니다. 좋은 글은 충분한 글쓰기 근육을 만든 다음 신경 써도 늦지 않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다시 3km를 뛰어봤습니다. 5km를 연습한 지 3주도 안 된 시기였습니다. 아직은 무리겠거니 싶으면서도 궁금해 기록 측정을 했습니다. 놀랍게도 기록이 1분 30초나 단축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양의 팽창이 질적 전이를 가져온 것이죠.
글 1,000자 쓰기가 어렵다면? 1,500자를 연습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