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
대학교 레포트를 쓰던 때가 기억납니다. 내용 자체는 별것 없었는데, 이해하려면 두세 번은 읽어봐야 했습니다. 문장이 난해하고 전문 용어가 많아서요. 그땐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레포트는 B+를 받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너그러운 교수님이네요. 저라면 읽어보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죠.
글쓰기의 대가들은 하나 같이 '쉽게 쓸 것'을 강조합니다. 전문 용어를 최소화하고, 문장은 간결하게 쓰라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 자청은 저서 <초사고 글쓰기>에서 SEDA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짧게 쓰고, 쉽게 쓰고, 문단을 나누고, 완성된 글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상위 3%의 글쓰기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위 3%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만큼 쉽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그들은 왜 그토록 짧고 쉽게 쓰라는 것일까요? 조금은 어려운 글이 좋은 글 아닐까요?
과거에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글은 더 이상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닐뿐더러, 독자들은 이제 어렵고 장황한 글을 읽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들어가 봤다가 난해한 내용을 보고는 '뭐라는 거야?' 하며, 뒤로 가기를 눌렀던 경험이 있지 않나요?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활자 읽는 능력이 퇴화했습니다.
따라서 독자가 짧은 호흡으로 속도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은 그런 의미입니다.
반면 ‘쉽게’ 쓰라는 표현은 다소 애매합니다. 대체 얼마나 쉽게 쓰는 것이 쉬운 걸까요? 석사 수준의 글이 교수에게는 쉬울 테지만, 학부생에겐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글을 쓸 땐,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으리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지식의 저주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경험이 있습니다. 예전에 미술 학원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하루는 갈기가 멋진 수컷 사자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보던 미술 선생님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자는 수컷인지 암컷인지 어떻게 알아요?" 저는 심히 당황했습니다. 수컷만 갈기가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단 말인가요?
하지만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스케치와 소묘의 차이점도 몰랐거든요. 제가 소묘에 대해 묻자, 옆에 앉은 꼬마가 의기양양하게 설명했습니다. 그 꼬마에게는 사자의 암수를 구별할 줄 모르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을 겁니다.
이런 일이 글쓰기에서는 더욱 흔합니다. 한 가지 팁은 가상의 상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는 가상의 상대를 만들어 내 앞에 앉힙니다. 그러고는 대화하듯이 글을 쓰는 것입니다. 때로는 부모님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어린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초등학생에게 DNA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 용어는 모조리 빼 버려야겠죠. 좋은 글은 쉽게 읽히는 글입니다. 하지만 그 쉽게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