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전 국민이 작가인 시대입니다. 작가의 벽은 허물어졌습니다. 이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현대에 작가란 어떤 모습일까요? 잠시 작가가 글 쓰는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저는 이런 장면이 떠오릅니다.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 방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원목 책상,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그리고 펜을 쥐고 고뇌하는 작가.
알다시피, 펜으로 글을 쓰는 시대는 끝난지 오래입니다. 제 생각엔, 요즘은 원고지 쓰는 법을 모르는 작가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작가라고 하면 왠지 그런 장면이 그려집니다. 전형적인 고정관념이죠. 이제 서재는 그저 펜처럼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개인 서재에 대한 로망은 있다. 원래는 신혼 집을 마련하던 때, 그 로망을 실현시킬 계획이었습니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저는 아내에게 호기롭게 통보했습니다.
“남는 방 하나는 내 서재로 쓸게.”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아내는 허락했지만, 조그마한 집에 서재까지 두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살림이 채워질수록 공간이 부족했거든요. 서재가 될 뻔했던 그 방은 오만 잡동사니로 차버렸습니다. 혹시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허락했던 걸까요?
비록 서재는 갖지 못했지만, 어쨌든 저는 글을 씁니다.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글의 90%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완성됩니다.
글을 써본 사람은 압니다. 막상 각 잡고 앉아 있으면 글 상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에서는 생각보다 글이 잘 써집니다. 주변 소음이 어느 순간 백색소음이 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종종 내릴 곳을 지나치기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글 쓸 시간이 늘어났으니 오히려 좋습니다. 그렇게 위안하며, 이 삼일 출퇴근하다 보면 한 편이 거의 완성됩니다. 이쯤 노트북으로 맞춤법 검사와 간단한 편집으로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입니다. 사실은 이전에 하루에 한 시간씩 매일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의지박약인 저는 계획을 못 지키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스마트폰이 없었더라면, 작가 흉내도 못 낼 뻔했습니다.
저의 경우 지하철에서 주로 쓰지만, 어떤 이는 퇴근 후 카페에서 쓴다고 합니다. 서재가 없어 글을 못 쓰는 일은 이제 없습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우리가 있는 이곳이 곧 서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