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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 소 Oct 19. 2024

아프냐? 나도 아프다

돼지++ 껍데기 35

같이 사는 짝꿍이 허리가 아프다며 누워 버렸다.

주말 아침에 빨래 수거함을 들려다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건강함과 튼튼함이 무기이던 사람인데

역시, 세월에 장사 없다. 


파스를 붙여주다 보니까

안쓰럽기도 한데 갑자기 코웃음이 나왔다.


가끔 허리통증으로 2~3일씩 누워만 있는 나를 보며

자세가 나빠서 그렇다, 살쪄서 그렇다 

일어나서 밥 먹고 자라, 내일 꼭 병원에 가봐라


그러더니 내 모습 따라쟁이가 되었다. 

불쌍한데, 꼬숩다. 


엄마가 아프다고 하니,

언제나 널브러져 있던 아이들이 


각자 알아서 세탁기 돌려 빨래 널고

자기들끼리 냉장고 뒤져서 김밥도 말고

서로들 역할 나눠 청소랑 설거지랑 한다. 

돼지 아빠에 마냥 돼지 새끼들인 줄만 알았더니

적당히 너희들 껍데기도 알차게 여물었다. 


짝꿍돼지 아프면

허리가 아프지 않더라도

다른 곳이 아프려나?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허리가 아픈 건지, 마음이 아픈 건지 잘 모르겠다. 

이제 같은 날 둘 다 같이 허리 아프면 어찌할까 싶다. 


짝꿍 돼지++의 아픔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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