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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껍데기 9

불금의 돼지 친구들

by 구르는 소 Sep 1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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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친구들이 모였다. 열아홉 살 나이 때 노량진 재수학원에서 만난 동기생들.

12명에서 이제는 4명, 다시 3명으로 줄었다.

볼 때마다 다들 돼지가 되어간다. 나이 탓이냐 많이 먹어서냐!


돼지들이 모이면 소 혹은 돼지를 먹고 그다음 치킨이 2차 식량이다. 국룰을 따른다.

가끔 양고기나 회도 먹는다. 돼지들은 가리는 게 없다.

샐러드나 브런치 등은 먹지 않는다. 각자들 껍데기 얇아질라 걱정한다.

그래도 시대변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한다.

돼지 아저씨들끼리 떡볶이집도 가고 후식 장소로 배스킨라빈스나 이디야커피숍에 간다.


정치얘기, 모임밖 친구얘기, 직장얘기, 영화얘기, 야구얘기...

먹거리가 없어질 동안 이야기가 이어진다.

돈얘기, 가족얘기. 결론은 항상 비슷하다. 돈 때문에, 가족 때문에 힘들다.

이 남자 가장 돼지들 인생은 언제쯤 편안하게 밥 한 끼 먹을 수 있을 것이냐.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여기저기 가득하다. 다들 목청껏 소리를 지른다.

왜들 저렇게 소리를 지르지? 우리들 꿀꿀거리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살이 쪄서 귓불이 굵어져 안 들리는 걸까? 늙어가니 귀도 잘 안 들리는 걸까?

시끄러워서 젊은이들 많은 곳은 가기 싫지만 그렇다고 노인들 많은 호프집도 가기 싫다.

끼인 세대 50대 돼지들이 갈 데가 마땅치 않다.

30년 전 멋진 청년이었던 친구들을 바라보며 서로 예전의 추억을 소리쳐 건네본다.

"돼지들이 되었어도 여전히 멋지구나~ 친구들!"


다 같이 실컷 먹고 헤어지며 오늘 모임비를 정산했다.

"어? 왜 이렇게 조금 먹었어? 지난번 보다 훨씬 조금 나왔네"

늙어서 이제 많이 먹지도 못한다. 껍데기만 두꺼워졌지 속은 비어지고 허탈해져 간다.

힘들지만 그래도 내 돼지우리로 돌아가야지.


힘든 청춘의 날에 만나 30년이 지났다. 아직 30년이 더 남았다.

돼지친구들, 다시 꿈꿔보자.

아직 우리 등급 올라갈 곳이 더 많다.


다음번엔 만나서 같이 더 크게 웃어 젖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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