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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껍데기 8

물에 젖은 돼지

by 구르는 소 Sep 1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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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라사인 마을 귀신 들린 사람한테서 떼어낸 귀신들이 예수의 명에 따라 돼지떼한테 들어간다.

그러자 2천 마리나 되는 돼지떼가 산 아래에 있는 호수로 달려가, 모두 물속에 빠져 죽었다.

놀란 마을 사람들은, 예수한테 자기 마을을 떠나가 달라고 말다.

(신약성경 마가복음 5장)



예전 돼지사육을 직접 해본 친구가 얘기했다.

"돼지는 물을 좋아하지만, 물속에 들어가는 건 싫어해. 앞다리가 짧아 빠져 죽기 딱 좋지"

"돼지는 보통 산비탈에서 위로 올라가지 아래로 내달리지 않아. 앞다리가 짧아 앞으로 구르거든"

군대에서 야간 훈련 시, 산속에서 멧돼지를 보면 무조건 산 아래쪽으로 뛰라고 가르친다.

산 위로 뛰었다간 뒷다리가 긴 멧돼지한테 금방 따라 잡힐 것이다.


거라사인 마을 사람들에 무엇이 충격이었을까?

산비탈길을 내달리며 내려오는, 앞다리 짧은 돼지떼가 충격이었을까?

2천 마리의 돼지무리가 죽겠다고 호수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 충격이었을까?

자기들 먹고사는 생계수단인 돼지를 수장시켜 버린 예수의 태도가 충격이었을까?

귀신 들린 사람들을 고쳐준 기적보다, 생물학적 특성을 뒤집어버린 선지자의 놀라운 행동에 더 집중했던 것은 아닐까?


갑자기 내린 비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돼지한테 물을 부은 것이냐, 돼지가 물속에 빠진 것이냐.


예수의 명령도 없었건만

구르는 소구르는 돼지가 되어 물속에 빠져 버렸다.

내가 빠져들고 있는 이 '물'은 대체 무엇이더냐?


예수님, 나한테도 명령해 주세요.

'물속 돼지한테 빠져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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