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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껍데기 7
비 오는 휴가일, 카페에서
by
구르는 소
Sep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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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먹거리들이 무시당하면 허탈하다.
밖에서 먹기조차 힘들어 휴가를 냈다. 늦게까지 자고 싶은데 신체시계는 정확하다.
주말엔 안 떠지는 눈이 평일아침 저절로 떠진다.
내 돼지우리 속에서 혼자 안정을 취하며 좀 더 자고 싶지만
같이 사는 모친이 문을 연다.
입으려고 걸어놓았던 옷들을 빨래한다며 걷어가느라 문을 열고
안 먹는다는 밥을 먹으라며 잠시 후 다시 문을 연다.
일하는 중이라서 집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잠시 후 간식 먹으라며 또 문을 연다.
주말엔 돼지부부들 TV 보라고 거실에 안 나오시지만
평일엔 본인 공간인 거실로 나와 TV소리와 살림소리로 나를 깨운다.
잠도 깨고 내 안의 화도 깬다.
늙은 모친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속에선 효심인듯한데 껍데기는 화를 내고 있다. 바싹 구워야 할 판이다.
짐을 챙겨 집 근처 카페로 나선다.
오후까지 잠을 자고 있는 아들 녀석한테 한마디 하려고 문을 열었다가 조용히 닫았다.
밖에서 너의 우리를 건드는 사람이 누구이더냐!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일 테지.
쉬고 싶을텐데, 서로 자극하지 말자.
늙을수록 내 돼지우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가족이라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우리에 들어오면 마음이 힘들다.
돼지도 먹는 걸 잠시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집주인이 실컷 먹으라며 돼지우리에 마음대로 먹을 걸 쏟아부으면,
괴롭다.
아들인 나도 힘든데
결혼 후 20년넘게 시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넘어갈 친정도 없는 내 돼지부인이 안쓰럽다.
어렵게 쓰는 월차 휴가 때마다 친구들 만나러 밖에 나가거나
카페 가서 낮시간을 보내는,
그러면서 오늘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고 얘기하는 돼지부인의 마음을 누가 헤아리겠냐!
퇴근길 비가 더 많이 온다. 곧 퇴근해서 귀가할 돼지부인이랑 치킨이나 뜯어야겠다.
나만 돼지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내가 좋아하는 순대차가 아파트에 언제 오는 거지?
이보게! 돼지부인~
우리 같이 프리미엄급 돼지++로 나아가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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