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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껍데기 5

돼지가 '온천'에 빠진 날

by 구르는 소

얼마만인가? 탄산온천에 몸을 담갔다.

껍데기에 기포가 생긴다. 탄산에 담근 돼지껍데기는 더 맛이 있으려나...


조용히 온천장의 사람들을 쳐다봤다.

다 할아버지들이다. 얼핏 보기에 내가 제일 어린듯하다.

돼지사육장에선 나도 나이가 꽤 있었는데, 여기 온천장에선 막내다.

내 껍데기는 아직 탱탱하다.

할아버지들과의 상대적인 건지 온천의 탄산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다.


오래된 기억 속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영화 속 삼류소설가 주인공은 소설이라도 썼지. 난 뭐가 있냐?

영화 속 돼지군상들 중 누가 나를 제일 많이 닮았을까?

난 우물이 아니고 탄산온천에 빠졌다.


물에 빠진 고기는 안 먹는다던 동료직원도 생각났다.

노릿노릿 구운 삼겹살만 맛있나? 돼지 허벅지살 삶아도 엄청 맛있다.

강요 안 하니 싫으면 먹지 마라.

나도 이제 싫은 건 안 먹고 살 테다.


목욕했더니 배고프다. 싫은 거 말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며 살자.

소곱창을 시켰다. 어쩔 수 없는 돼지 아저씨다.

오늘도 1.5kg 쪘다. 계속 돼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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