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시계는 정확하다.
퇴근길 제시간에 음식이 안 들어오면 손이 떨린다. 가슴이 뛴다.
살쪄서 당이 부족해 그런 것이냐, 늙어서 이런 것이냐?
뛰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묵중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아무도 안 나온다.
늙은 모친은 TV 속에 들어가 계시고
아들은 게임 속에 얼굴을 처박고
딸아이는 인스타 좋아요를 누르고
막내아이는 유튜브 영상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 집엔 강아지도 없다.
배고파서 가슴이 뛰는지
서러워서 가슴이 뛰는지
4명 가족들 부양의무의 부담으로 가슴이 뛰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들 날 언제 잡아먹을까 바라보고 있다.
걱정하지 마. 나 계속 프리미엄급 돼지로 살쪄가고 있으니.
언젠가 맛있게 내 살코기를 던져줄 테니 기대하렴.
그래도 너무 욕심내지 말고...
나중에 껍데기는 너희들 엄마한테 주려무나.
돼지 껍데기 씹으며 안주라도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