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가 들어왔다 2 (brunch.co.kr) - 이전 글
오후의 다이빙이 끝나고 나는 이강사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당연했다. 담당 손님을 바닷속에서 놓쳐버린 건 엄청난 실수다.
내 잘못이었다.
먼발치에서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날 걱정하고 있는 걸까?'
외부 샤워장에서 간단히 물로 적셨다.
바닷속에서의 일..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배를 타고 오면서도 나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녀는 내 손을 뿌리 치지 않았다.
이건 그린라이트가 확실할까?
차가운 물을 맞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나에 대해서 말해줘야겠지..?'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킨십 발작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이강사뿐이다.
그녀에게 말한다면 우린 시작도 하지못할텐데..
바닷속에서 그녀를 잃을 뻔하고 나는 제대로 깨달았다.
'나는 그녀를 놓치면 안 돼..'
장비를 정리하고 빨리 샤워하러 방으로 들어갔다.
다시 그녀에게 내 진심을 말해야 한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계단 위에 그녀가 서있었다.
멀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기분 좋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시 또 반하는 순간이었다.
기분 좋게 바람이 살랑거렸고 그 시간은 평온했다.
- 노을 예쁘죠?
그녀의 옆으로 다가섰다.
- 응 벌써 어두워졌네
-여기서 보는 노을은 진짜평생 못 잊을 걸요?
-그럴 것 같아..
지금이 기회일까?
-멋지죠 아련하고 좀 로맨틱하기도 하고..
로맨틱하게 고백을 다시 하려면 지금이겠지?
-그렇다 정말...
그녀의 머리칼이 다 젖어 있었다.
이런.. 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나왔나 보다.
-근데 머리카락 다 젖어 있는데?
-아 머리 말리는 걸 잊었어.
-그러다 감기 걸려요.
나는 그녀의 컨디션이 우선 걱정되었다.
'고백은 우선 나중에하자'
나는 그녀를 내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가 잠시 주춤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내 방을 온건 처음인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한 번씩 왔었는데
-근데 왜 끌고 온 거야..?
- 아.. 이거 해주려고
나는 거울 앞에 그녀를 앉히고 서랍 속 드라이기를 꺼냈다.
-감기 들어요 진짜 걱정시킨다니까...
그녀는 정말 나를 걱정시킨다..
- 괜한 걱정이야.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이리 줘 내가 할게
- 또또~ 말 좀 듣지? 내가 해준다니까.
내 앞에서 조금 어리광 부렸으면 하는 마음이 든 건 이때부터였다.
-아무나 막 들어올 수 있는 그런 방인가 보네 여긴..
'뭐라고?!'
그녀는 단단히 나를 오해하는 듯했다...
사실 난 그렇게 행동한 적이 없는데.. 아니다. 질투심 유발한답시고
괜한 짓을 하긴 했다..
하지만..
-누구든 들어올 수는 있지만. 아무나 이런 거 해주진 않아
나는 최대한 단호하게 말했다.
하던 걸 멈추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 나에 대해 좀 오해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질투심유발하려고 그런 거였다. 누나를 좋아해서.. 다 말해주고 싶었다.
-그런 거 없어. 네가 뭘 하든 내가 상관할바 아니고..
'내가 뭘 하든??'
-우리 술 마실 때 내가 뭐라고 했는지 다 알고 있었죠?
나는 그날의 일을 되짚었다. 그리고 결말을 내고 싶었다. 아니 그녀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그게 뭐 기억 잘 안 나는데...?
'또 거짓말...'
나를 밀어내는 이유가 뭘까.. 내가 싫은가?
- 날 밀어내는 이유가 뭐예요?
생각만 하고 있던 게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그녀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 내가 너무 들이대요?
-아니
-나 싫어요?
듣고 싶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이 없었다.
-그럼 남자 친구 있어요?
-아니 없어.
-내가 바람둥이일까 봐?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요?
'혹시 내 비밀을 알고 있는 걸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소민누나도 모를 텐데..'
그녀가 우물쭈물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뱉진 않았다.
-오늘 다이빙할 때 이탈한 거 일부러 그랬죠?
혹시 그녀도 내가 신경 써주길 바라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나 밀어내는 듯하더니 사람 걱정시키고 애간장 태우고 진짜.... 누구더라 선수래. 자기가 더해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사실이었다. 나는 그녀 때문에 심장이 떨어졌다. 살았다 반복한 것 같았다.
-내가 그랬다고?
-같이 있는 내내 그랬어요.. 난 자꾸 누나만 보이게 하고 안 보이면 불안하고..
그때도 모른 척하길래 그냥 맘 접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난 몰랐어.. 네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 모르는 척 한 건 아니고..
왠지 몰랐지만 자꾸 그녀에게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았다..
'하.. 왜 이렇게 바보 같은 말만 하지...'
펑~~~!!!. 펑!!
시끄러운 폭죽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방안은 정적이 흘렀지만
밖에서는 흥겨운 음악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다이닝 불이 켜지고 마지막 밤의 파티가 시작되려나 보다.
- 나.. 가봐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 다 모였겠다...
그녀가 내 앞을 가로질러 문으로 향했다.
'안돼 이대로 나가버리면!'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팔을 끌어당겼다.
그녀와 마주한 얼굴
긴장감
설레는 숨소리
떨리는 눈빛
그녀의 눈을 마주친 순간 난 느낄 수 있었다.
어스름한 어둠이 깔리고 창문사이로 약간의 빛만 들어왔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우린 서로를 바라봤다.
그녀는 내 눈을 나는 그녀의 눈을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다.
-주체 못 할 만큼 네가 좋다면?
'?!'
이건 그녀의 진심일까?
나는 그녀의 눈에 입을 맞추었다.
심장이 떨려왔고 마구 두근거렸지만 여태까지 있었던 그 발작이 아니었다.
다시 한번 더 그녀의 입술에 포개었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입술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