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2

(전지적 그의 시점) 38. 진실을 말해야 하는데

by 작가이유리



17화 연하남이 들어왔다 (brunch.co.kr) - 연하남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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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신나게 술을 마시며 떠들어 대다가 갑자기 나와 J에게로 시선이 쏟아졌다.

모든 것을 멈추고 J를 주목했다.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아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녀만 빼고


그녀는 아예 나를 보지도 않았다.


그 순간 적막을 깨트린건 소민 누나였다.


-무어~~라고??!!!!!


- 아니야!

나는 바로 반응했다.


이 강사 형도 거들었다


- 야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냐?


- 말 그대로예요 키스해 놓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군다고요


제이가 되받아쳐 말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나는 그녀의 반응만 살필 뿐이었다.


- 아니야! 아니라고 잠깐만! 야! 너 그렇게 말하면 진짜 다들 오해하잖아!


당황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제이는 너무나 당연하게 사실인 것처럼 말했다.


그녀는 맥주만 들이켜고 있었다.


- 하... 야 잠깐 따라 나와

나는 제이의 팔을 잡아끌어 데리고 다이닝을 나갔다.


우선 J가 어떤 말을 또 할지 몰라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 아... 손목 아파요 그만 좀 잡고 가지?


최대한 다이닝에서 먼 곳으로 갔다. 얼마나 강하게 잡았으면 제이의 손목이

조금 벌겋게 올라와있었다.


- 아.. 미안.. 아니 근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언제 그랬다고?


- 그날.. 영화본날


- 아니 그건.. 그게 어떻게 키스야!


- 뭐 어쨌든.. 나는 내 마음 말했는데 오빠가 무시하니까.


- 야.. 난 분명히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했어.


- 좋아하는 사람이지 사귀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잖아?


- 하.. 미치겠네...


- 진아 언니예요?


-.....


- 내 느낌에.. 진아 언니 같은데..


- 그렇다면?


- 그렇구나..


- 그렇구나? 뭐야 너 일부러 그런 거야?


- 나 진아 언니랑 친해요


- 아니 근데 왜??


- 그냥.. 질투 나서. 진아 언니는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은데 오빠는 자꾸 언니만 보고 있으니까.


- 하....


- 아.. 짜증 나..


- 지금 가서 아까 네가 한 말 아니라고 사람들한테 말해


- 그건 싫은데?


- 너 진짜 이럴래? 아 그래 좋아. 나 사실 진아 누나 눈에 좀 들어보려고.. 너 이용한 거 있긴 해

일부러 좀 잘해준 척도 하고 그랬어. 그건 진짜 미안하다.


- 훗.... 오빠 진짜 순진한 거야? 뭐야?


-?


-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그 장난에 놀아준 건 나야. 근데 진아 언니는 아무 반응 없던데?

질투는커녕.. 오빠 헛다리 짚지 마


- 그건... 네가 상관 할바 아니야.


- 당장 가서 사람들한테 말해. 안 그럼


- 안 그럼?


- 너랑 다신 볼일 없을 것 같다.


- 나도 여기 이제 안 올 거야. 오빠 번호도 지울 건데? 내일 아침에 나갈 거니까. 남은 기간 비용 정산이나 해줘요


- 야..


- 됐어. 나도 뭐... 오빠 재미없네~~


제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위아래로 흘겨보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 아.. 진짜.. 이러고 가면 어떡하라고...


제이가 원망스러웠다. 물론 내가 그 애를 이용한 건 있었다. 그런데 다 알고 있었다니.. 참...

그나저나 어떻게 오해를 풀까.

그냥 그런 일 없었다고 하면 될까.


안 그래도 그녀는 나를 아직 백 프로 신뢰하지 않는 것 같은데.. 왜 하필 오늘 이때... 이러냐고..


다이닝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녀를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하지? 정말 아무 일도 아닌데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잠시뒤 다이닝으로 돌아갔다.

이 강사 가 내 눈치를 살피고는 물어왔다.


- 야~ 걔는? 어쩌고 왔어?


나는 제이를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 아 몰라요... 하


유강사도 궁금한 듯 옆으로 와 물었다.


- 야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너네 진짜 사귀냐?


- 아~~ 진짜 아니라고요!! 이상한 말을 해서는..


그녀의 기분을 살피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술만 마시고 있었다.

분명 화가 났다.


- 아니 근데... 누나 왜 이렇게 술을 마시고 있어요?


- 응? 나? 맛있으니까~~ 마시지~~ 하하


그녀가 한껏 취해서 혀가 살짝 꼬인 말투였다.

망했다. 아까 까지 나와 그녀 사이의 로맨틱은 사라져 버렸다.


어느새 조금 술이 깬 듯한 소민 누나가 그녀의 옆에 털썩하니 앉아 말했다.


- 이게 뭐 때문이겠어요? 응? 누구 때문이겠어요?


- 야 그만해~~~ 우리 강사님 혼내지 마~~~ 남자는 다~그런 거야 응? 본능~! 본능에 충실한 게 뭔 죄야?


- 어 죄야~! 히히 맞아~ 남자는 다~ 똑같다~ 그지? 마셔라 그래 마시자 ~~~~


- 아 좀... 그만 마셔!


나는 그녀가 들고 있던 술잔을 훽하고 뺏어버렸다.


- 아 왜 그래?! 내 술이야! 내 맘이야!


- 제발 좀...

변명할 기회라도 줘요..

..... 미치겠네. 진짜 내가 뭐 변명할 이유도 없고 사실 그럴 일도 없었는데!



사람들이 다시 내게 주목했다.


- 없었는데?


-야 말해봐 진짜 뭔 일이 있긴 있었어?


이강사 형이 재촉해 물었다. 형은 내가 진아누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어떤 변명이든 뭐든 하길 원한 것 같았다.


- 아니 없어요 있긴 뭐가 있어

그게 같이 영화 보면서 뭐 인생상담도 하고싶다하길래…. 그냥 얘기 들어줬어 그뿐이야. 그리고...


- 아! 왜!! 얘기를 하다 말아!!! 그래서 그다음은? 안 했어?

유강사가 또 재촉했다.


- 안 했어! 안 했다고!


그녀가 갑자기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 서 버렸다.

변명 따위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이렇게 끝내면 안 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나는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던 은팔찌만 만지작 거렸다..


'이거 주려고 했는데... 안돼. 잡아야 해'


나는 대충 사람들에게 진아누나를 보러 갔다 오겠다고 하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 버렸고 어두 컴컴한 그 사이에 어디에 앉아있는지 조차 보이지 않았다.




- 헉... 헉... 왜 이렇게 빨리 가..

후.... 괜찮아요?


그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려 바라보았다.

이 눈빛.. 나를 원망하는 걸까?



- 하……괜찮아요….? 라니..


- 그럼 뭐라 해요. 그러게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왜 그렇게 마셔서..


… 아무것도…. 아무것도 말하지 마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여름밤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고요하기 그지없는 밤.


- 하늘이... 너무... 이뻐.



- 그럼 이건 하게 해 줘요..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하고 쓰다듬었다.

열이 있는 건지 그녀의 몸이 뜨거웠다.

그녀는 한참을 하늘을 보다가 나를 향해 쏘아붙였다.


- 왜 그러는 건데? 왜 그렇게 다정한 건데?

근데… 왜 아무한테다 다 그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오해할 수밖에 없잖아!


- 아무한테나?


- 그렇잖아.


더운 기운 때문인지 화가 나는 건지..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 말했죠.. 내 방에 누구든 들어올 순 있지만... 이런 행동.. 아무나한테나 하는 거 아니라고..


- 진짜 뭐야? 니 진심이 뭔데?


- 말하려고 했어. 사람들 앞에서.


- 뭘? 걔랑 키스했다고?


- 그게 아니라. 아. 그건 진짜 오해예요.


- 아.. 더워..


그녀가 갑자기 입고 있던 카디건을 벗어서 툭 하고 떨어뜨렸다.


- 내가 이렇게 꼬시면... 넌 그럼

....우리 잘까?


- 뭐해요.. 진짜...

벗어던진 카디건을 다시 들어 올려 그녀의 어깨에 감쌌다.


그녀는 어깨를 가늘게 떨고 있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행동하지 말라고...'


- 왜 J도 이렇게 했을 거 아니야?! 그래서 … 그래서..


- 아오.. 미치겠네. 진짜 그런 거 아니니까 잘 들어요! 난 걔랑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 생각도 없고. 걔랑 볼일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건! 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더 발끈했다.



- 나 나쁜 년 할래.


- 무슨 말이에요?


- 아니 걔 진짜!!! 나쁜 년이야!!! 남자도 대따 많고 들이대는 남자도 한 트럭일걸!


- 헛.!

훗..... 하하..


갑자기 터져 나온 웃음. 뭐지? 이 여자 질투 제대로 하네


- 아… 씨…. 나 욕 해도 돼. 그렇지만 걔는 더 나쁜 년이야.

너 걔 좋아해?


- 절대 아니.

말했잖아...너 좋아한다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사랑스러운 여자를 안아서 방으로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취한 그녀를 안는다면.. 난 쓰레기다.


그러니 난 그녀와 더 이야기를 해야했다. 진심을 말해야했고 진실도 말해야했다.


- 믿을수..있는건가..?


- 음. 방금 말했는데 아무 생각도 없다고.. 어떻게 해야 믿어요?


- 나는?


- 후... 난… 누나가 가는 게 싫어

지금처럼 정리되지 않은 채로는 더더욱.


- 후…… 취한다… 취해..

그녀는 고개를 다시 푹 숙였다.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 들어가자. 술 깨면 다시 얘기해요.


- 아니.. 난 좀 더 여기 있을래…


- 그럼 그때까지만 내가 옆에 있을게요.


"주체 못 할 만큼 네가 좋아"


그녀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자기의 진심을 말이다.

하지만 난... 뻔뻔하게 내 비밀도 밝히지 못했으면서 이상한 오해까지 하게 만들었다.


'나 왜 이렇게.. 멍청한 걸까.'


- 미안해요...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댄 채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 나... 당신이 너무 좋아... 좋아한다는 말 만으로는 부족할까..?



무심하게도 밤하늘...유난히 반짝거리는 별들이 수를 놓았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버린

그녀가 있어 이 밤이 너무 좋았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머릿속에 복잡했다.

오해를 제대로 풀어야 했고, 내 비밀도 털어놔야했다.

어디서 부터 제대로 해야할까..

그 끝은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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