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13.그의 눈을 마주치고 싶어졌어

by 작가이유리


운전을 하는 그의 옆자리에는 J가 앉았다.

들떠있는 J와 그렇지 않은 나.


같은 차 안에서 상반되는 공기에 휩싸였다.

나는 창문밖 풍경에 관심도 없었지만 계속 창문 밖만 응시했고

간간히 백밀러로 뒷좌석을 보는 듯한 그의 눈길이 느껴지긴 했다.


-와~~ 필리핀은 진짜 다양한 모습이 있는 것 같아! 그치 오빠?


J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말을 하는 것을 도무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남자였으면 피곤했을 텐데.

그는 그런 J의 말에 일일이 답을 해주고 있었다.


그냥 태생적으로 배려의 신인 거니 너는?

아님 그냥 본능에 충실한 수컷일 뿐인 거니?



-오늘은 타운 보다 좀 로컬 적인 분위기 느끼게 해 줄게요. 조금 더 가다 보면 시장도 있고 꽤 볼만한 것들 있어요


오늘 운전과 가이드를 책임지겠다더니 그는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우리는 배가 정박해 있는 선착장 같은 곳을 구경했고 그리고 나선

로컬분위기의 소소한 시장에 갔다.


덥고 습한 이 필리핀 날씨. 그날따라 더 짜증 났던 건 기분 탓이었을까.


-와~ 이거 너무 이쁘다~


J가 꽃무늬 원피스를 들고 자기 몸에 대 보였다. 연신 미소가 끊이지 않는 걸 보니

꽤나 이 외출이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나와 내 친구는 대충 그냥 필리핀의 작은 소품들을 구경했다.


-야~ 기념품 뭐 하나 사 내가 사줄게


-됐어


-아 왜~~ 골라봐~


친구는 줄곧 내 눈치를 보며 어떻게 하면 기분을 좀 풀 수 있을까 궁리했는지 작은 소품들을 만지작거리며

나에게 들이밀었다.


나도 이것저것 구경은 했다. 눈에 들어오는 팔찌가 있었지만 그냥 내려 놓았다.

이 곳에서 산 물건들을 한국으로 돌아가서 본다면 이곳 일들을 떠올리게 할거니까..

그게 싫었던 것같다.


-아 진짜 필요 없어. 뭐 하러 쓸데없이 돈을 써


-야~ J 봐라 오늘날 잡았다?


-아~~ 이것도 이뻐! 저것도 이뻐~! 어떡해!!


J는 시장을 둘러보며 꺅꺅대며 다 쓸어 담을 기세로 물건을 고르고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런 J를 보며 흐뭇한 건지 웃긴 건지 그의 웃고 있는 얼굴이 이제는 보기가 힘들어졌다.


양손 가득 물건을 사고는 차에 앉아 또다시 콧소리를 내는 J였다.


-앙~ ~ 오빠 근처에 뭐 군것질할 데 없어? 과자 같은 거라도~


-아.. 과자 같은 거 파는 데는 있는데 갈까?


J가 뒷좌석을 돌아보며 찡긋 하고 웃었다.


-그래~ 가자 가~ J야 너 오늘 완전 날 잡았지? 가지고 온 돈 다 쓰는 거지?


-아잉~~ 뭐 산 것도 없는데?


싱글 생글 거리는 J의 머리 위로 그의 손이 갑자기 올라왔다.


쓱. 토닥


-뭘 많이 사긴 했네. 재밌었어?


'그 손은 뭔데? 왜 올리는 건데?!'


J도 갑작스러운 그의 손길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에게 싱긋하고 웃어주고는 부끄러워하는 건지

쭈뼛거렸다.


'J한테 확실히 마음이 있구나'


친구가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를 한번 쳐다보고 J를 쳐다보며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알수없는 그의 돌발 행동. 의미가 있는거였을까?

이제는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다 신경쓰였다.


이제는 내 마음도 머리도 제대로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 했다.




오후의 다이빙이 시작되고...


나는 라이센스를 따고 나서 하루에 두 번은 다이빙 연습을 했다.

100회는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살면서 10번 이상은 하겠지.


처음 입수의 그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졌다.

유능한 강사의 리드 덕분에 어리숙함은 조금 없어진 것 같았다.

이내 물속으로 들어가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수면 위를 바라보면서 바닷속 깊이 더 깊이 들어가는 그 순간 주체 할 수 없는 평온함이

온몸을 감싸고 내 오감은 바닷속 모든 것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의 눈.

오늘은 그의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는 내 담당 강사여서 나는 그의 가이드를 받아야했다. 마주보며 천천히 바다 아래로 입수를 하는건 분명 꽤나 두근거리는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의 눈길은 애써 피했다.


천천히 유유히 나의 body는 바닷속을 느끼고 있었다.

발에 끼운 핀을 조금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고 산소통과 연결된 호흡기도 이제 조금

편해졌다.


그가 앞에서 유영하고 있었고 나는 그 뒤를 쫓다가 문득 그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멈추었다.


그리고 산호섬 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호섬은 반짝였고 그 사이로 헤엄치는 작고 작은 니모들을 보였다.


'예쁘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바닷속 세상이었다.

얼마나 찬란하고 예쁜지 말로도 다 설명할 수 없고 눈으로 다 담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아무리 사진을 다 찍어 놓는다 한들 내 눈으로 본 것만 못하겠지.

나는 들고 있던 카메라를 그냥 내려 놓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을 산호섬을 보고 있다 보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어?!'


나는 혼자 멀리 떨어진 것을 금새 알았다.

그 로 부터 조금 멀어지려고 했었는데 사람들을 놓쳐 버렸다.


호흡이 빨라지고 맥박도 빨라졌다. 완전히 당황하고 말았다. 그를 피하기위해 너무멀리 와버린걸까.

한참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그때!

누군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슥


그였다!


'아! 다행이다...!'

나는 안도 하였다.


그는 나를 찾아 헤맸던 걸까?

긴장이 풀려서였는지 수경 안의 내 눈에서 금세 눈물이 고였다. 그런 나를 그는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단번에 알수 있었다. 걱정하고있어....나를..


그리고 나를 끌어당기더니 긴 팔로 나를 감싸 안았다.

안심하라는 듯.. 큰 손으로 내 어깨를 토닥 였다.


바다 속에서 우리 둘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를 다시 만날수 있게되서 안심이었고 나를 찾아 준게 그라서 다행이었다.

진짜로 눈물이 주르륵 나버렸고 그 모습을 본 그는 아마 황당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저 길을 잃다가 발견되어 안심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이 가득한 그 눈을 이제는 피할수가 없다.

나는 그의 모든 시야에 머물고 싶게 되었다.

그렇게 어설프게 안겨 있는 동안 내 마음이 분명해 짐을 느끼고 있었다.




..............


' 네가 좋아.'


지금 이 시간이 그대로 멈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이전 12화연하남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