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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인 Jul 04. 2023

제17장 지속가능한 투자의 조건

1. 관건은 선견지명    


어설프고 어쭙잖게나마 3년 남짓 주식공부와 실전을 체험하는 동안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다. 본전을 지키면서 은행이자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거두고 싶으면 ‘세상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는 통찰력(insight)을 반드시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통찰력은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앞을 내다보고 아는 지혜를 일컫는 선견지명(foresight)의 일부다.  


직관, 식견, 안목 같은 말들도 선견지명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단어 중 어떤 것을 쓰든지, 앞에 ‘재빨리’라는 부사를 붙이면 주식투자와 연결지을 수 있는 공간이 넓게 펼쳐진다. 재빠르다는 말의 속뜻은 ‘남들보다 먼저’, ‘남들은 관심이 없을 때’, ‘남들은 믿으려 하지 않을 때’ 같은 부사구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는 인류의 역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종의 자연발생적 현상이다.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엉뚱하거나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전에 없던 새 기술을 내놓으면 천리안을 지닌 사람(들)이 장차 반드시 필요해질 것을 미리 갖추어 변화를 선도해 돈방석에 앉는다.     


1987년 타계한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은 미국과 일본에서 개발된 반도체가 장차 ‘산업의 쌀’이 될 것을 예견하고 장기간에 걸친 흑자를 무릅쓰고 초격차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오늘날 삼성전자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을 앞서는 기적을 가능케 하였다.      


2002년 작고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야당의 공개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자 장차 자동차가 늘어날 것을 예견하고 국산자동차 생산을 밀어붙여 오늘날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선두대열에 설 수 있게 하였다.      


2018년 타계한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1992년 유럽 출장 도중에 영국의 원자력연구소를 방문하여 처음 접한 이차전지가 장차 다방면에 걸쳐 사용될 것을 예견하고 장기간에 걸쳐 천문학적 연구비를 쏟아 부어 오늘날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신화가 탄생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상 소개한 위대한 성공담의 이면에는 장기간에 걸친 고군분투의 시련이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세 경우 모두 주변의 냉소, 조롱, 반대, 저지, 훼방 등이 극심하였다. 심지어는 정부나 의회가 공개적으로 회의적 반응을 내놓기도 하고, 언론이 비관적인 보도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반도체기술 연구와 생산설비 확장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할 때와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오랫동안 막대한 손실을 감내하며 배터리기술 연구에 총력을 쏟을 때도 ‘헛수고’라거나 ‘시간낭비’라며 투자중단을 권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뚝심을 발휘해 마침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위대한 성취를 이뤘다. 정주영 회장이 1970년대 중반 국내기술로 포니를 내놓기 전까지 숱한 난관에 더하여 미국정부의 집요한 방해가 있었지만, 정 회장은 자동차를 만들면 항공기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밀어붙여 결국 목표를 이뤘다.              


따라서 주식투자로 고수익을 거두고 싶으면 신기술의 출현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전할 산업분야와 크게 번창할 기업을 남들보다 앞서 알아볼 수 있어야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문제는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선견지명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으면 외과의사인 박경철이 2008년에 아주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강연 영상을 시청해볼 것을 권한다. 유튜브 검색창에 ‘박경철, 아주대’라 입력하면 「시골의사 박경철-다음의 W를 찾아서」 제1탄 및 제2탄의 썸네일이 뜬다.           



2. 지식정보 축적     


간혹 타고난 직관력이나 통찰력으로 장차 벌어질 상황을 귀신같이 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다.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그런데 다행히 사회변화에 대한 둔감을 민감으로 바꿀 수가 있는 길이 있다. 선견지명을 지닌 이들의 말과 글을 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창업자 빌 게이츠처럼 혜안이 뛰어난 사람의 예견이나 전망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는 것이다. 최근의 신문보도에 따르면, 게이츠는 2023년 5월 골드만삭스와 벤처캐피털 에스브이엔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인공지능포워드 2023’에 참석하여, ‘개인 디지털 에이전트(Personal Digital Agent·PDA)’를 만드는 회사가 미래의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AI 비서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시점이 되면 검색을 통해 지식을 찾거나 전자상거래 페이지에 방문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 비서’를 제대로 만드는 기업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PDA는 개인의 일정을 관리하고, 여행 서비스를 예약하고, 금융을 관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만능 AI를 말한다. 오늘날 부상한 생성형 AI는 문장과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생성하여도 특정 업무 전체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등장할 AI 비서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패턴을 자동으로 이해하여, 사람들이 검색 사이트나 아마존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므로, 개인 디지털 에이전트 기술을 먼저 획득하는 기업이 일등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 완전한 AI 비서가 나타날 때까지는 기업들이 챗GPT와 유사한 생성형 AI를 자사 제품에 연계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며, AI가 신약 개발 속도를 앞당겨 알츠하이머 치료제와 같은 신약의 인간에 대한 실험이 10년 내 이뤄질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빌 게이츠가 강연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해 언급한 내용 같은 것들을 주의 깊게 읽는 습관을 키우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사회의 변화를 포착하는 능력이 점차 향상될 것이다. 그런 천재들은 보통사람들은 생각하거나 보지 못하는 것을 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등의 저서로 유명한 미국의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미국 및 국제적 공공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쳐왔다.     


경제학자, 사회학자, 작가, 사회운동가이면서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경제동향연구재단(Foundation on Economic Trends, FOET)의 설립자이자 이사장인 리프킨은 전 세계 지도층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변화가 현대사회와 미래의 국가경제, 노동, 사회,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러 종류의 저서를 펴냈다.     


그러므로 과학기술의 영향에 대한 제레미 리프킨의 여러 저서들을 읽으면 틀림없이 사회의 변화를 알아채는 능력이 향상될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생각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기 때문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집에서 거실의 소파에 편안히 앉거나 누워서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고도로 발달한 미디어기술을 이용하여 일반인들의 지적 욕구를 풍성하게 채워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다양하다.      


예컨대, 2021년 8월 교육전문방송인 EBS TV가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라는 강연프로그램을 방영하여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을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었다. 명저 『사피엔스』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유발 하라리(역사)를 비롯하여, 오늘날 세계를 이끄는 12명의 석학이 차례로 돌아가며, 시대를 선도하는 빼어난 통찰과 함께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주었다.

     

· 마이클 샌델(미국 하버드대학 정치학과 교수) 

· 주디스 버틀러(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비교문학 수사학과 교수) 

· 폴 크루그먼(뉴욕시립대학 경제학과 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 

· 에스테르 뒤플로(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제학과 교수, 노벨경제학상 수상) 

· 조지프 나이(하버드대학교 케네디행정대학원 학장, 정치학 박사) 

· 리처드 도킨스(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뉴칼리지 명예교수, 동물학 박사) 

· 폴 너스(영국 왕립암연구재단 사무국장,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 로버트 와인버그(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생물학과 교수) 

· 존 헤네시(미국 스탠포드대학 총장 역임, 알파벳 회장), 

· 요슈아 벤지오(캐나다 몬트리올대학 몬트리올 학습알고리즘연구소, 인공지능 권위자) 

· 다니엘 바렌보임(피아노연주자, 지휘자,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소속) 


JTBC가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40분부터 1시간 동안 방영하는 「차이나는 클라스」 도 종종 미래사회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훌륭한 강연을 제공한다. 2023년 5월 21일 방영된 제301회 강연에는 경희대학교 정범진 교수가 출연하여, 전 세계가 직면한 에너지 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에 국가차원의 대응책으로, 에너지원 다변화, 최적 에너지 믹스 등이 추진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러므로 정교수의 강연을 통해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석탄·석유·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열·풍력·수력 등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임을 알고 해당분야의 글로벌 일등이면서 지속적 성장이 예견되는 기업에 투자한다면 굳이 미래학을 힘들여 공부하지 않아도 만족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KBS1TV가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10분부터 약 1시간에 걸쳐 방영하는 「이슈 픽 쌤과 함께」 도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견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2023년 5월 21일(제135회)의 강연에 대구대학의 안병억 교수가 강사로 출연하여 <미국의 친구들은 왜 중국으로 가나?>라는 주제를 강의하여 미국과 중국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패권전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주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기 시대를 맞아 유럽 정상들을 잇달아 불러들이며 광폭의 안방 외교를 펼친 결과로 미국의 오랜 우방들인 프랑스, 독일, 스페인, 그리고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장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국가간 협력과 상호지원을 약속한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줌으로써 우리나라 외교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므로 관심과 성의를 가지면 누구나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신기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회의 변화를 빨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하겠으며, 방영시간에 시청하지 못했어도 언제든지 무제한으로 ‘다시보기’가 가능하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유료인 경우도 있지만 금액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액이다.            


3. 독서와 사색     


신기술의 등장과 그에 따른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한 선견지명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으니 바로 독서다. 뉴욕의 월가에서 주식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독서량이 다른 사람들의 다섯 배에 이른다고 한다. 끊임없이 읽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를 알 수 없기 때문이란다. 그에게 독서는 중요한 사업수단인 것이다.     


버핏은 어릴 적부터 식료품점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서재를 드나들며 그곳에 있던 「리더스 다이제스트」 15년 발간부수를 다 읽고, 존록펠러와 앤드루 카네기의 전기는 몇 번씩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또 여러 해 동안 시내 도서관에 가서 그곳에 소장되어 있던 주식과 투자에 관한 책들을 모조리 읽었다고 한다.      


버핏은 어떤 분야를 알아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관련된 자료와 도서를 전부 수집하여 몰입하여 읽는다고 한다. 특히 투자대상 기업에 관해서는 철저한 정보 수집을 통해 산업을 이해하고 변화 가능성을 점검한단다. 그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투자 성과를 내는 비결은 바로 집중적 독서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꿰뚫어보는 혜안을 유지하는 데 있는 것이다.


어떤 책들을 어떻게 구해서 읽을 것인지는 문제가 안 된다. 먼저,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인문학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의 발명도, 그에 따라 사회가 변하는 현상도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고, 인문학은 인간의 마음과 생각과 행동 등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철학을 포함한다. 같은 맥락에서 K-콘텐츠를 다룬 책들도 강력히 권하고 싶다.     


세계 각국의 공통관심사로 되어 있는 걱정거리를 다룬 책들을 많이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고령화, 인구감소, 인구의 도시집중, 팬데믹, 기후·에너지·식량·환경 위기,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등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으면 미래사회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질 확률이 높다.


또,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첨단의 과학과 기술에 관한 책들을 폭넓게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생명과학, 뇌과학, 가상세계(메타버스), 블록체인, 가상화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반도체, 사물인터넷, 이차전지, 헬스케어, 방산무기, 우주산업, 사이버보안 등을 비롯하여 인간의 수명, 소통·노동·이동·탐사 등에 관한 책을 많이 읽으면 사회가 변화하는 방향이 시야에 잡힐 것이다.      


두 번째로, 읽을 책을 구하는 방법은 문제가 안 된다. 서울의 경우 자치구마다 구립도서관이 곳곳에 개설되어 책·신문·잡지 등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다. 지방의 중·소 시·군·구의 도서들도 다양한 양서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서울특별시 자치구의 구립도서관들은 한 번에 세 권씩 2주일씩 빌려주고 기간연장을 원하면 반납기한을 1주일 미뤄준다. 읽고 싶은 책이 멀리 떨어진 도서관에 있으면 ‘상호대차’를 신청하여 2,3일 안에 집근처 도서관에서 받아볼 수 있다.      


읽고 나서 반납할 때도 사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 가져다주면 알아서 주인집으로 보내준다. 읽고 싶은 도서가 먼 지방의 도서관에 있어도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하는 ‘책바다’ 제도를 이용하여 소액의 비용으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     


도서관들의 열람환경도 훌륭하다. 냉난방이 완벽하여 사시사철 쾌적한 환경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야간(오후 9시까지)과 주말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이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아담한 북카페도서관들이 있어서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어떤 책을 선택해서 다 읽었으면 반드시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시 명상에 잠겨서 저자가 그 책을 쓴 의도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되새겨보는 것이다. 이러한 되새김을 통해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정리해보면 다음에 같은 주제의 다른 책을 읽을 때 유용한 참고가 된다.     


사색의 장소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경험에 의하면 집안의 서재나 거실보다 옥외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날씨와 다른 여건들이 허락하면 천천히 공원을 산책하거나 느린 걸음으로 등산을 하면서 사색을 하면 훨씬 더 유쾌하고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4. 질문과 경청     


독서와 사색에 더하여 식견이 뛰어난 사람에게 물어서 배우는 시간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 책을 읽다가 보면 내용이 어려워서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오해를 하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거의 빛의 속도로 세상이 바뀌는 상황에서는 부지런히 물어보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를 알기가 어렵다.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세대는 자녀들이나 젊은이들에게 날마다 물어서 배우지 않으면 인터넷과 컴퓨터의 연결에 의해 형성되는 온라인의 작동원리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휴대폰으로 외국의 백화점에 접속해 물건을 사거나,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이치와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궁금하다고 해서 무턱대로 물으면 세상의 변화를 알기 위해 필요한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알고자 하는 것을 간단명료하게 물어야 기대하는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미리 좋은 질문을 준비해서 또렷하게 물어야 좋은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질문을 잘하려면 평소 독서와 사색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또,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계급)이 낮은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면 독서와 사색으로 다 채우지 못한 여백을 보다 더 충실하게 채울 수 없다. 그래서 옛날의 현인들은 불치하문(不恥下問)을 강조하였다.     


질문을 한 다음에는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성숙한 경청의 요체는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서 못 견디게 만드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입을 닫고 있으면 아무 것도 배울 수가 없다. 상대방이 자진해서 말하고 싶게 만드는 경청자세는 쉬우면서 어렵다.       


경청(傾聽)에서 ‘傾(경)’은 기울인다는 뜻이며, 귀 이외에 시선·머리·몸·마음·신경·관심·정성·감정까지 상대를 향하는 것을 말한다. 聽(청)은 듣는다는 뜻이며, 상대의 말 이외에 그의 마음·생각·감정·지식·정보·지혜·계획까지 몽땅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성숙한 경청자세는 반복을 통해 익숙해진 기술이 아니라 고차원의 종합예술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성숙한 경청을 하려면 시인이 되거나 시인을 닮을 필요가 있다. 보통사람은 보거나, 듣거나, 느끼지 못하는 것을 시인들은 보고 듣고 느끼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경청자세의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 호응, 공감이다. 여기에다 아낌없는 칭찬, 말조심(입조심), 참을성(인내심)까지 갖추면 경철 고수가 되는 것이다.      


과일에 비유하자면, 앞의 세 가지는 과육이고 뒤의 세 가지는 껍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과육이 부실하면 껍질이 튼튼해도 쓸모가 없고, 껍질이 부실하면 과육의 맛을 지킬 수 없다. 지구에 물과 공기가 풍부하여 생명을 품을 수 있듯이, 자제력과 아량이 넉넉해야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다.


경청은 자신을 비우고 상대방의 옳음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상대방과 공감의 경지에 이르는 특별한 기회다. 좋은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마음속의 잡념들을 비우고 들어야 하듯이, 먼저 내 마음을 비워야 상대방의 속마음까지 들을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완벽하고 완전한 진리는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 현재도 마찬가지다. 불가에 ‘모두가 옳고 모두가 그르다(개시개비·皆是皆非)’라는 말이 있듯이, ‘진리’라고 일컬어지는 어떤 통찰과 신념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항시 옳을 수는 없다. 또,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항상 틀리는 말도 없다.     


그러므로 성숙한 경청자세를 갖추고 싶으면 ‘내 생각이 옳은 만큼 상대방의 생각도 옳다.’라고 믿어야 한다. 경청에 앞서서 먼저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또, 경청 고수가 되려면 ‘단념’에 익숙해져야 한다. 마음에 품었던 생각을 아예 끊어버리고 대신 상대방의 입장을 취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과 창조적 잉태를 위한 위생처리(대청소)이다. 자기 생각을 버릴 줄 모르는 쇠고집은 소신이 아니라 미련이고 우둔이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경청자세에는 몇 가지 유의사항이 포함된다. 그 첫 번째는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끼고 입을 닫거나 화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두 번째는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은 가급적 질문을 참으라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다고 하여 질문을 하면 화자가 말의 줄거리를 놓치거나 말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다는 말은 아는 것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귀담아듣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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