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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인 Jul 04. 2023

제16장 열매의 실속을 정할 변수

1. 전기차 판매 추이      


앞으로 이차전지 산업이 얼마나 빨리 성장할 것인지는 전기차의 판매 추이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이차전지 투자자들에게는 전기차의 판매추이가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이외에 각종 공구, 이륜차, 선박, 오토바이, 스쿠터, 선박,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항공기 등에도 널리 쓰일 것이지만 여기서는 전기차로 한정하여 판매추이를 살펴보겠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분석연구실의 양재완 선임연구원이 2023년 2월 20일 발표한「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실적 분석」이라는 보고서(산업동향 Vol. 112)에 "반도체 공급 병목현상과 고금리·고물가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802만대에 달하여 완성차 전체 판매량의 9.9%를 차지하였다."라는 대목이 보인다.

      

<표 13>은 위의 보고서에 소개된 ‘국가별 완성차그룹별 전기차(BEV) 판매량’ 비교표를 인용한 것으로, 중국·유럽·미국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93.3%을 차지하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였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완성차 그룹별로는 미국의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의 판매 확대로 1위를 차지하고, 중국의 BYD와 상해기차가 초소형 전기차 판매 증대로 각각 2와 3위를 차지하였다. 미국의 테슬라는 차량 가격 인상으로 정부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판매량이 줄었으며, 국내의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주도 하에 성장세가 지속되었다.

      

2023년에는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지연으로 전기차 공급 병목현상이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나 수요의 불확실성이 높아 각 기업의 가격·시장·제품 전략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되어 있다.  

   

전기차 보급은 인류의 멸종을 부를 수도 있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국가별로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전기차 보급에 가속과 탄력이 붙을 가능성을 높이 가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자자의 관점에서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의견들을 점검해보면 낙관론 못지않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장밋빛 환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사방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글로벌 완성차 전체의 판매량 통계는 2022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차의 보급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2020년 7,777만대에서 2021년 8,144만대로 증가해 1년 동안 4.7퍼센트 성장하였으나, 2022년 들어서는 전년보다 81만대 적은 8,063만대가 판매되어 1년 동안 판매량이 1퍼센트 정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표 13> 국가별 완성차그룹별 전기치(BEV) 판매량                  (단위: 대, %)


2. 보급을 늦추는 걸림돌

      

앞으로 만약 지금 시점에서 예견하는 대로 전기차가 순조롭게 잘 팔리면 배터리 회사들의 돈을 많이 벌어서 주가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판매가 부진하면 배터리 회사들이 돈을 못 벌어서 주가가 상승할 동력이 충분히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들을 살펴보면, 배터리 충전인프라 확충의 어려움, 충전 대기시간 지체, 배터리 충전에 따른 전기 부족, 보조금 감액  혹은 지급중단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배터리 충전 대기시간이 지체되는 문제 한 가지만 무선충전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 나머지 세 가지는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렌즈의 초점을 지구촌 전체에 맞추면 해법이 난해해 보이는 복수의 거시적 장애물들이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을 개연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림 18> 전기자동차 플랫폼(G-EMP)-현대자

첫째로,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에 따른 구매력 저하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전 세계 경제가 3.4% 성장하였으나 1년 뒤인 2023년에는 2.9%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선진국의 경우도 2022년에는 2.7% 성장하였으나 2023년에는 1.2%로 낮아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에너지 요금까지 현실화되면 구매력 저하에 소비심리 위축이 더해져서 국가별로 설정한 전기차 보급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개연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둘째로, 세계 제일의 전기차 시장으로 인식되는 미국의 소비층이 전기차의 가격을 비싸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SeattleN(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한인 뉴스넷)의 2023년 1월 4일자 기사에 의하면, 컨설팅업체 딜로이트가 2022년 9월∼10월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미국의 잠재적 전기차 구매자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다음 차량을 사는 데에 5만 달러(약 6300만원) 미만을 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전기차를 산다면 비용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이 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같은 설문조사 결과들은, 미국에서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늘었어도 전기차 업체들이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차의 가격을 올려서 구매심리가 위축되어 있음을 말해준다고 할 것이다.     


셋째로, 미국 다음으로 거대한 전기차 시장인 유럽에서 전기차 충전비용이 주유비용을 능가하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현지시간 2022년 12월 25일)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유럽의 전기차 소유주들이 곤란에 처했다고 한다. 전기차 충전비가 내연기관차의 연료비보다 비싸졌기 때문이란다.

       

넷째로,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전기차 시장이 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서 전기차 전환의 속도를 늦추려는 조짐이 감지된다. ‘친환경’이라는 미래의 가치를 앞세워 내연기관차들을 전기차로 대체하는 데 맞춰졌던 국가의 정책들이 전기차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그림 19> 전기차 충전

독일은 2022년 7월 하벡 경제부 장관 명의로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최종적으론 완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2011년 도입한 전기차 보조금을 11년 만인 최근 폐지했다. 노르웨이도 버스 전용차로 주행, 통행료 및 주차비 할인, 부가가치세 면제 등 전기차에 주어지는 혜택을 점진적으로 줄이기로 하였다. 


유럽 국가들이 이처럼 전기차 보급을 늦추려는 것은 중국이 유럽의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함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국가들의 전기차 혜택 축소가 현대차·기아에도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탄소중립’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일부 유럽 국가가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줄인다고 해서 이미 대세로 굳어진 흐름이 틀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3. 핵심광물 공급망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배터리의 심장에 해당하는 양극재(양극활 물질)는 네 종류의 광물을 혼합해서 만든다. 니켈·코발트·망간의 혼합물인 전구체와 리튬을 뒤섞은 물질이라는 것인데, 이들 네 가지 광물 모두 국내 조달이 곤란해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여 쓰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의 핵심광물원자재법(CRMA) 시행으로 국산 배터리에 중국산 광물들을 쓰는 데 제약이 따르게 되면서,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공급선을 서둘러 다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통상산업자원부는 2023년 2월 현재 80% 수준인 중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대로 낮추고, 2% 수준인 재자원화 비중을 20%대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10대 전략 핵심광물 확보전략」을 발표하였다. 골자는 배터리,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제품들의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리튬, 니켈 등 열 가지를 ‘전략 핵심광물’로 지정하고 각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50%대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핵심광물 확보에 힘을 쏟기로 한 것은 전기자동차와 이차전지 등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광물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중국이 희토류 등의 광물자원을 ‘무기화’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대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전략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가가 관리하는 핵심광물 33종을 선정하고, 이 중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희토류 등을 비롯한 열 가지 광물을 ‘전략 핵심광물’로 선정해 공급망 관리의 강도를 높이기로 하였다. 

     

또, 전략의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10년 전에 폐지한 해외자원개발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부활시키고, 실패 가능성이 높아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곤란한 외국에서의 자원탐사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수행케 하기로 하였다. 공단이 먼저 탐사를 수행한 다음 민간기업의 투자와 연계시키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계획도 발표하였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비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는 방안도 발표되었다. 핵심광물의 수급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수급 위험이 발생하면 조기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핵심광물의 비축량과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도 발표되었다. 희소금속 비축량을 54일분에서 100일분으로 늘리고, 2026년까지 새만금산업단지에 핵심광물 전용 비축기지를 세우기로 하였다. 그밖에 전기차 등에 사용된 핵심광물 폐기물의 재자원화 비율을 2030년까지 20%대로 높이기로 하였다. 현재 비율은 2% 수준이다. 

     

배터리업체들은 정부가 나서기 전부터 배터리생산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에서 이미 언급하였듯이, 포스코그룹은 5년 전인 1918년에 아르헨티나 움베르 무에르토 염호에 리튬 공장을 지어서, 2030년이 되면 30만 톤의 리튬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총성 없는 사투 자원전쟁”이라는 영상을 검색하여 시청해보시라. 

    

에코프로그룹은 앞의 제14장에서 이미 소개하였듯이, 자회사인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 공업용 탄산리튬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으로 정제하여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BM에 공급하고 있다. 또, 그와는 별도로 해외의 광산개발에도 투자를 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SK온)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캐나다, 독일 등의 리튬 개발업체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금양은 2016년 중국에서 염호를 개발해본 경험을 토대로 2022년 11월 아프리카 콩고의 리튬 광산에 투자하고, 몽골 광산개발회사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 히말라야산맥과 연결되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량의 리튬이 매장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라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크게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나, 복병이 숨어있다. 다름이 아니라, 리튬 생산이 가능한 광산도 염호도 탐사를 시작하여 리튬을 생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통상 개발을 시작하여 리튬을 생산할 때까지, 광산은 최소 4년, 염호는 최소 8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지금 곧바로 리튬 광이나 염호 탐사에 착수하더라도 향후 5-10년 동안은 리튬 공급이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고, 만약 중간에 어떤 변수가 생기면 시간이 더 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비록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뛰어나도 광물 조달이 순탄치 않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지만,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2023년 2월 발표된 「10대 전략 핵심광물 확보전략」에 의거해, 정부는 정치와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고 기업들은 각자의 협상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적어도 광물이 없어서 배터리를 만들지 못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4. BaaS(Battery as a Service)     


(1) 개념     


배터리의 생산, 판매 등 B2B 중심으로 되어 있는 기존의 배터리 비즈니스 모델에 배터리의 유지·관리·교체·리스·렌탈 등 다양한 B2C 서비스를 더하는 것을 BaaS(Battery as a Service)라고 부른다.       


BaaS는 날로 발전하는 배터리 기술과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등 최첨단 IT 기술을 결합하여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한 단계 더 진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BaaS의 장점은 비즈니스 확장성,  배터리의 효율성 제고, 지속가능성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BaaS가 적용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되고, 배터리의 유지 및 관리와 수명 연장을 통해 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배터리를 더 오랫동안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원재료의 효율적 사용과 탄소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기차나 전기이륜차 구매 비용에 포함되는 배터리 비용이 리스/렌탈 등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되면 소비자는 초기 구매 비용과 배터리 교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BaaS 업체가 배터리 성능과 수명 관리, 파손이나 고장 등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소비자는 전기차와 전기이륜차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분석 및 자문기업인 어스투트 애널리티카(Astute Analytica)는 전기차 수요 증가와 각국 정부의 지원정책 등에 따라 2021년 기준 1억 4,270만 달러 수준인 글로벌 BaaS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0억 9,760만 달러 규모로 성장(연평균 25.9%)할 것으로 분석하였다.      


아직은 BaaS 산업이 초기 단계지만 그 사업적 가치에 주목한 기업들은 발빠르게 관련 서비스들을 출시하고 있다. 앞으로 BaaS 시장이 성장하고 고도화될수록 관련 서비스도 더욱 다양화·세분화될 것으로 예견된다. 현재 시장에서 제공되고 있는 대표적인 BaaS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2) 서비스 구분     


1) 배터리 유지 관리     


배터리의 퇴화 및 안전 상태 상시 진단, 성능 최적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기점검 및 배터리 교체, 잔존가치 파악 및 인증서 발급 등을 통해 전기차 운영의 불편함을 줄이고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종합진단 서비스인 ‘B-라이프케어(B-Lifecare)’를 가동하고 있다.      


차량 데이터 수집장치(On Board Diagnostics, OBD)를 통해 배터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예상 주행가능거리, 전비변화 등을 포함한 주행정보, 배터리의 성능, 개인별 운전습관 분석을 통한 배터리의 미래 수명에 관한 정보 등을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중고차 거래 시에는 배터리인증서를 발급해 품질을 보증하고 배터리의 잔존가치를 인정받는 데 사용하게 한다. 그 외에 모빌리티 기업들이 보유한 차량과 배터리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결과를 제공하는 FMS(Fleet Management System) 서비스도 제공한다.     


2) 배터리 교체     


성능이 저하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대신 배터리교환 스테이션(Battery Swapping Station, BSS)에서 충전된 배터리로 신속하게 바꿔줘서, 시간 낭비를 줄여주고 주행거리가 늘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독립기업 KooRoo와 대만의 스타트업 Gogoro가 BSS를 갖추고 있다.      


3) 배터리 리스와 렌탈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배터리만 별도로 분리하여 리스 또는 렌탈 형태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가격의 30∼40%가 배터리 값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전기차를 사면서 배터리는 리스나 렌탈을 하면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고 향후 배터리 성능 저하 시 교체 비용도 절약된다. 중국의 웨이라이(NIO)가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4)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성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배터리의 등급을 측정하여 잔존 가치에 따라 전기차 충전용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로 활용하거나 원자재들을 추출하여 재활용되게 하는 것이다. BaaS가 활발하게 실현되려면 배터리 성능 및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 그리고 남은 수명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술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배터리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면서 성능과 수명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BMS)이 갖춰져야 한다. BMS는 배터리의 전압, 전류, 온도 등을 센서로 측정하고 모니터링하여 배터리가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어한다.      


BMS를 통해 배터리 충전상태(State of Charge, SoC) 정보를 제공하고 배터리의 현재 성능상태(State Of Health, SoH)와 잔존수명을 측정한다. 아울러서, 배터리 셀 간의 편차를 줄이는 셀 관리(Balancing)는 물론 배터리에 과충전, 과방전, 과전류를 사전에 제어하는 역할도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AI, IoT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는 클라우드 BMS 기술로 7천대가 넘는 전기차의 필드 데이터를 분석·검증하여 그 결과를 배터리 모델링, SoC, SoH, SoP(State of Power, 배터리 출력상태. SoP), 밸런싱 전략, 잔존수명 예측, 배터리 고장모드 감지 및 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배터리의 상태와 운행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배터리 상태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갖추고, 배터리 상태의 실시간 진단과 보호, 최적화 알고리즘에 기반한 SoC, SoH, 그리고 SoP 예측 등을 행하고 있다.      


또, 배터리의 전압 이상을 자동으로 진단하는 알고리즘으로 잠재적 이상 배터리를 사전에 식별하여 안전성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BaaS는 장차 배터리 성능 및 유지·관리 기술, 인프라, 서비스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고 전기차의 주행거리 성능과 안정성을 개선하여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완전히 바뀌는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5. 폐배터리 재활용 전망 

    

전기차 보급의 확대로 인해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이 마치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도 되는 것처럼 회자되는 분위기다. 전기차에 장착되었다가 성능저하로 수명을 다한 배터리를 사들여 그 안에 들어있는 주요 광물들을 추출해 배터리의 소재로 판매하는 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서 ‘도시 광산’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폐배터리 사업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자원의 부족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친환경사업의 본보기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일하이텍과 새빗켐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도시광산 사업에 진출해 있다      

<그림 20> 폐배터리 재활용

중국은 CATL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거액의 자금을 투입하여 머지않아 도래할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기업의 CEO들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주된 이유는 광물의 재활용에 필요한 폐배터리를 구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지 모른다는 관측과 전망 때문이다.                

배터리 산업 전문가로 세계 최고의 금융서비스인 S&P Global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Lukasz Bednarski)는 2021년에 출간한 《LITHIUM: The Global Race for Battery Dominance and the New Energy Revolution》라는 저서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암초와 복병이 될 만한 변수들을 소개하였다.             


그 책의 국역본이 2023년 1월 『배터리 전쟁: 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본문 제9장(제목-두 번째 기회가 된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베드나르스키의 비관적 견해가 자세히 담겨있다(265-290쪽).  

    

그러므로 현재 폐배터리 기업이나 이차전지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장차 보유할 계획을 갖고 있는 이들은 베드나르스키가 지목한 다섯 가지 변수를 명확하게 알아둘 요가 있다고 판단되어, 그 내용 전부를 1인칭 화법으로 옮겨보겠다.  

      

첫째로, 전기차에 장착되었던 배터리의 수명을 쉽게 연장시킬 수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용량이 점차 감소하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주기를 마칠 때마다 용량이 줄어든다. 배터리 용량이 7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전기차의 거대한 배터리는 단순히 셀들을 결합한 모듈의 집합체여서 재생이 어렵지 않다. 여러 개의 모듈 가운데 가장 성능이 저하된 셀들만 교체하면 배터리의 전체 용량이 다시 100퍼센트에 근접한다. 

     

둘째로, 사용주기가 다한 배터리를 유용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탄소중립, 환경보호, 지속가능성 등의 관점에서는 소위 ‘재활용 사다리(Recycle ladder)’를 채택하는 것만큼 좋은 정책도 없을 듯싶다. 재활용 사다리란 1979년에 네덜란드의 어느 정치인이 처음 주창한 개념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을 환경에 가장 이로운 것부터 가장 해로운 것까지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사용된 배터리를 용량이 줄어든 상태 그대로 다른 용도에 재사용한다면 환경이 오염될 여지가 적어져 탄소중립 목표에 안성맞춤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바꿔 말하면, 용량이 줄어서 역할을 다한 배터리들을 곧바로 해체하여 안에 들어있는 광물들을 꺼내서 새 배터리의 소재로 쓰는 것보다, 성능이 낮아도 지장이 없는 사용처에 두루 공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잠재적 사용처가 한두 곳이 아니다.      


우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범세계적으로 추진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성공을 위해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한 차례 사용된 전기차 배터리들을 모아서 풍력발전소나 태양광발전소의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로 사용하거나, 병원이나 데이터센터의 예비전력 저장소로 쓴다면 비용절감과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한 면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은 물론이고 국내에도 전기차에 장착되었던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소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한다. 중국은 전기자동차에 계속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배터리들을 대규모 5G 기지국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말 기준 전국 각지에 설치된 약 50만 곳의 5G 기지국 가운데 상당수가 전기차에서 떼어낸 배터리에 예비전력을 저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심지어는 전기차에서 수명을 다한 배터리가 ESS로 재사용되는 과정에서 성능이 복구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셋째로, 중고 배터리 시장이 형성되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전기차에 장착되었던 중고 배터리의 성능을 새 것처럼 높여서 다시 전기차에 장착시켜주는 사업이 번성하면 광물자원을 뽑아낼 폐배터리를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 자명하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이베이와 유사한 온라인 플랫폼이 있어서,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에 집적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전기자동차에 장착된 배터리의 성능 수준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다가, 성능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차에서 떼어내 재충전으로 성능을 높여서 새 것처럼 유통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넷째로, 전기자동차에 장착되었다가 성능이 떨어져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배터리를 운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터리의 중량이 대단히 무거울 뿐만 아니라 운반과정에서 취급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차용 배터리에 일단 불이 붙으면 신속한 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해, 무게와 화재 위험성으로 인한 운반비 상승이 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공산이 매우 크다. 


거리가 먼 외국에서 폐배터리를 매입하여 국내로 들여다가 광물을 추출하는 경우는 보관, 운반, 그리고 화재 위험에 따를 비용이 한층 더 많아질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해운업체들은 운반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려하여 리튬 이온 배터리의 운송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1월 중국에서 전기차로부터 분리한 폐배터리를 싣고 인도로 가던 코스코피시픽(COSCO Pacific)사의 선박이 아라비아 해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로 폐배터리 운전을 꺼리는 해운회사가 늘었다고 한다.  당시는 마침 가까운 항구로 신속해 대피해 인명피해가 없었으나, 만약 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배터리에 불이 붙는 상황을 가정하면 아무리 운반비를 많이 준대도 선뜻 나서는 해운회사가 있을까 싶다.         


자본주의의 속성을 생각하면, 수요자는 많은데 공급자는 희소한 틈새시장에서 폐배터리만 전문으로 운송하고 고수익을 올리는 해운회사도 분명 있을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기술로 안전한 선박을 건조하여 고가에 판매하는 조선업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폐배터리 운반비가 낮아질 가능성과는 무관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다섯째로, 폐배터리를 국경 밖으로 옮기기 위해 거쳐야 할 행정절차가 비할 데 없이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것이다. 반드시 갖춰야할 필수서류의 종류가 말할 수 없이 많은데다, 서류마다 기재항목이 복잡하여, 규모가 큰 기업들도 서류구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위험화물과 폐기물 운송에 필요한 증빙자료들을 빈틈없이 완벽하게 갖춰서 관계기관에 제출하여도 최소한 6개월을 기다려야 선적허가가 난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의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으니, 이차전지 종목 투자자들이 반드시 기억해둬야 할 정보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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