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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주담대 보이콧' 발생 원인 및 중국 선분양 제도

중국 주담대 보이콧, 다수 지역에서 발생  

얼마전에 중국에서 '주담대(모기지) 보이콧' 이슈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주담대 보이콧의 발생 원인과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정책 당국이  부동산 투기와 개발업체의 레버리지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Three Red Line(三条红线)를 비롯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강화하게 되면서 헝다 등 부동산 대기업들이 디폴트에 빠졌고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진행 중인 건설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좌초되었습니다. 이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매수자들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을 거부하는 사례가 중국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공사 지연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응해 수분양자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 중단을 결정한 아파트 등 주택 건설 프로젝트가 중국 22개 도시 35곳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이중 최근 중소 마을은행들의 뱅크런과 예금주들의 시위 사태가 벌어진 허난성 정저우시의 경우 신규 주택 중 공사가 지연된 곳이 28%에 이르러 주요 도시 중 공사 지연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대출 상환 거부 사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주택을 매수한 중국 중산층을 강타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위기와 은행의 부실채권 위험으로 퍼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동안 유동성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어온 중국 은행들이 이제는 주택 매수자의 채무불이행에도 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로 촉발된 중국 금융권의 부실 대출에 대해 현지 기관들은 최소 5천 억 위안에서 2조 위안까지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은행들은 전반적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죠.  


이에 7월 18일 로이터통신은 중국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가 전날 은행들에 부동산 개발 업자들의 자금 지원 요청이 합리적일 경우 이에 적극 응하라고 주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큰 문제가 없는 ‘적격 부동산 사업’에는 대출을 확대하거나 연장하라고 지시한 것이죠. 은보감회 관계자는 관영 매체에 “은행과 대출 기관은 (부동산 대출) 관련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해 관계자와 협력해 사회적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며 조치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 같은 사태가 더욱 확산될 경우 은행권도 부실 대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10월 20차 당대회 개최)을 앞두고 사회 불안을 부추길 수 있기에 당국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왜 분양 시점부터 모기지를 상환해야 하는가? 중국식 '선분양'의 문제점 

그러면, 중국은 왜 분양 시점부터 모기지를 상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겠죠. 이 이슈의 근원은 중국의 아파트 '선분양 제도(预售制)'에 있습니다. 중국의 아파트 선분양 제도는 1998년에 홍콩의 제도(卖楼花)에서 변형된 것인데요. 1998년 중국 부동산 개혁 당시 판매용 주택은 부족하고 개발업체는 자금이 부족한 배경에서 이 제도가 도입이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선분양 시 계약금만 지불하고 입주 전에 기간별로 중도금을 조금씩 납입한 후 등기 절차를 진행하면서 대출을 받는 구조라면, 중국은 분양 시점(즉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하기도 전)에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부동산 대금 전액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지불하게 됩니다. 문제는 해당 자금에 대해 은행이 엄격하게 규제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규정상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일부만 인출되도록 설정해야 하지만 대부분 은행의 경우 부동산 개발업체와의 이익 관계 또는 관리 미흡으로 인해 자금의 주 용도(아파트 건설) 외 토지 매입, 투자, 부채 상환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중국식 선분양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산 개발업체가 완공 지연, 중복 분양, 하자 문제, 등기 지연 등 잠재적인 리스크를 부동산 매수자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또한 부동산 개발업체에 자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승인해준 은행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왜 중국인들은 이런 리스크에도 선분양에 참여할까? 

그럼 왜 중국의 주택 매수자는 왜 선분양을 선호하는 건지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부동산 매수자 입장에서도 부동산 선분양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죠. 중국 40개 주요 도시의 선분양 주택과 완공 주택의 평균 판매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 이후 주택 선분양 가격은 완공 주택 대비 10%~20% 저렴하며 최근 들어 가격차가 점차 확대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실제로 수십 년간 우상향 추이를 보였죠. 따라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중국인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있는 상황에서 현재는 아파트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더라도 2~3년 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수익이 크게 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선분양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 부동산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대부분 도시의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됐죠.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주택을 매수하고자 하는 사람이 줄게 되고, 그동안 유지해왔던 유동성 순환 고리(선분양- 선수금 취득-레버리지 확대-건설 확대- 선분양'의 '폭탄 돌리기 게임'이 종료가 되면서 이 선분양 제도의 민낯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 것입니다.    

중국의 아파트 선분양 제도, 폐지될까? 

'선분양'은 소비자에게 매우 불합리적인 제도이고 주택 공급 엄청나게 확대된 현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 맞지 않은 제도이기에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철폐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그 가능성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 선분양 계약금 및 선수금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가장 중요한 자금조달원으로 선분양이 바로 철페될 경우 개발업체의 유동성 문제가 더욱 확대될 수 있습니다. 선분양 제도는 중국 상업용 부동산 판매의 주요 방식으로 각 지방 정부 산하 부동산관리국(房管局)이 국가 통계국에 제출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판매면적 기준, 선분양 비율은 2005년의 63%에서 2020년 82%까지 상승했습니다. 또한 40개 주요 도시의 선분양 비율은 꾸준히 79%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죠. 선분양 제도가 이처럼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은 우선 부동산 개발업체로서는 선분양을 통해 현금 회수 주기를 앞당길 수 있고 유동성 리스크를 축소하면서도 대규모 자금을 미리 조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국에서 발표한 부동산 개발 자금조달원 중 ‘계약금 및 선수금’은 20~30%로 은행 대출의 두 배를 상회할 만큼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중요한 자금조달원입니다. 현재 대부분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상황에서 갑자기 선분양을 철폐할 경우, 자칫하면 대규모 개발업체의 디폴트와 파산이 나타날 수 있기에 체계적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정부가 섣불리 시행하지 못할 것입니다. 

2) 선분양 제도 폐지 시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 비용이 대폭 상승할 수 있습니다. 만약 선분양 제도가 폐지되고 모든 주택이 완공된 후에만 분양이 가능하게 된다면 부동산 개발업체에는 상당히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부동산 개발사가 기존 부채 수준을 유지할 경우 계약금 및 선수금 대신 이자부 부채가 증가하면서 레버리지 비용이 대폭 확대될 것이죠. 한편, 레버리지 비율을 줄이게 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약화되면서 산업 호황기에 레버리지 확대를 통한 사업 확대 여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의 건설 주기는 평균 2년으로 선분양 제도에서는 자금 회수 기간이 1년 이하로 축소되면서 개발업체의 자금 회전율이 대폭 향상될 수 있죠. 반면 후분양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자금 회수에만 2년 이상이 소요되므로 유동성 리스크가 크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중국 상장 부동산 기업(A주 기준) 141개 기업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총부채 중 선수금 비중이 26%~30%, 총 자산 내 비중은 20%~23%입니다. 해당 부분을 모두 이자부 부채로 충당해야 한다면 개발업체의 레버리지 비용은 대폭 확대될 수밖에 없는 거죠. 중장기적으로 선분양 철폐가 예상되기에 앞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과거에는 토지 확보, 투자 확대 등 하이 레버리지가 성장 엔진이었다면 향후 자산건전성, 현금흐름 관리, 주택 건설 퀄리티 등 체질이 우수한 부동산 기업의 가치가 더욱 상승하겠죠. 

3) 토지 거래 위축 시 지방정부 재정 압력도 또한 확대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레버리지 비용이 상승하게 되면 불가피하게 부동산 투자 증가율이 둔화되고 투자의 감소는 곧바로 토지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현재 각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53%가 토지 사용권 매매에 따른 수입에서 충당되고 있어 토지 거래가 감소하면 지방정부의 재정 압력도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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