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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영 Jun 28. 2024

바람의 길

땡볕에 운정 정신과를 다녀왔다.

의사는 내가 서울집 날리고 이 시골까지 흘러들어온 사정에 여간 놀라하는게 아니면서도 현실적이고 냉정한 조언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쉽지는 않겠지만요' 라면서 거리를 두었다.

마지막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모든걸 유보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운정.

원래 내가 가려 했던 그곳은 미국의 개척전 서부와 같다.

황량하고 조악한. 그러나, 스카이 라인을 바꿔버린 고층 아파트들이 '나도 한번'이라는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안의 서부.

그 거친 바람을 잠재울수 있는건 뭐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본다.

글? 출판? 혹은 끝없는 나태와 잠? 아득하고 아름다웠던 몇 안되는 기억들?

다음주에 낼 <가브리엘의 오보에>도 이런 기억과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고보면 난 늘 같은 얘기를 쓴다. 타인으로 인한 고통과 그들의 부재로 인한 고독.


먹통인줄 알았던 침실 에어컨이 이제 좀 시원하다. 아직 고장은 아닌거 같다. 나도 아직 고장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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