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내러티브가 결정한다>
그렇다고 문학미학이 훼손되는것도 아닌데...
글을 쓰는 방식은 다양하고 그 목적도 저마다 다를것이다. 난 일단 이야기가 되는가부터 보는 습관이 있다. 이른바 내가 서사능력을 갖고 있는가를 점검해본다. 쓰려고 하는 글이 길든 짧든.
서사가 없는 글은 단 하나도 없다는게 내 생각인데 그것은 한줄 시에서 장편소설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적용된다.
언젠가 <연인>의작가 뒤라스의 평전을 읽는데 그녀의 초기작 하나 (제목은 생각나지 않음)는 그녀 스스로 자신이 소설가로서의 서사능력이 되는지를 실험, 가늠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내가 문예지로 소설등단을 했을때 심사평도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문학적 쓰기는 (비단 문학뿐 아니라),모든 글쓰기는 어떻게든 내러티브를 함유하는데 유난히 '이야기 가 된다' 라고 평한건 그만큼 쉽게 읽히게 썼다는 뜻이리라.
혹자는 아직도 쉽게 읽히거나 이야기가 겉으로 드러나면 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식인들중에 그런 경우가 많은것 같다. 나야 지식인도 아니고 글쓰기를 취미정도로 여기니 그들을 내 잣대로 비판하거나 판단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가독성 높은 글들을 섭렵한 후가 아닐까 .
가끔 올리는 내 서평이나 책리뷰를 봐도 난 한결같이 가독성을 중시하는게 드러난다.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라는 경장편 프랑스 소설 리뷰를 올린적이 있다. 그책은 난해하진 않지만 읽는데 적지않은 피곤함을 준다. 작가가 자신의 능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하려 한데서 오는 내러티브의 함몰, 그런 부분들이 없지않아 있다. 그런대로 그나름의 미학적 가치는 있지만.
난해하든 쉽든 글쓰기 작업을 하고 싶다면, 그걸 본업이든 부업으로 하려한다면 우선은 내가 서사만들기 능력이 있는지부터 점검하고 노력하는 단계가 선행돼야 할것 같다. 나도 아마추어라 갈길이 멀지만 사실, 이야기 만들기가 그 무엇보다 어렵다면 어려운 문제다. 특히 산문, 즉 소설이 그 대표적 예가 될텐데 이야기없이 그저 철학적 메시지, 사변적 단상들로 이루어진 책은 한마디로 싫다. 그건 독자를 외면한 작가의 오만함에서 비롯되는건 아닐까 한다. 물론 머리에 든게 너무 많다보니 쉽게 정리한다는게 자신의 문학성을 폄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리 될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일기로나 쓰지 왜 힘들게 출간하고 반응을 살피는가.
그런글은 그들에게나 맡기고 그들사이에서 읽으라고 하면 된다. 설사 나같은 무지랑이는 읽는다해도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시 한줄, 에세이 한편, 소설 한 작품, 모두 내러티브를 배태하고 있다는걸 감안한다면 서사능력을 기르는것은 필수조건이라 생각한다. 르끌레지오라는 프랑스 작가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독자가 꽤 많은걸로 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는건 쉽지가 않다. 그런 작가를 지향, 즉 문학미학에 연연한다면 그런글에 익숙해져야겠지만 다수에게 재미를 주고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면 내러티브에 심혈을 기울여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