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혜화동 노마드>

선택적 배회

by 박순영

지난 가을 그를 따라 갔던 갯바위 낚시터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난 아직도 한 다리가 자유롭지 못하다.그런가하면 이제 와서 혀의 이상조짐이 보이고 아무튼 지독한 실연끝에 이런 저런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절친 하나 빼고는 나의 상황이나 몸의 컨디션을 알지 못했다. 그저 혼자 처리해야 하는 비밀아닌 비밀이었기에..



뒤늦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할까'하고는 픽 웃고 만다. 감정이 한 일이고 그 감정이 변해서 떠난다는데 어떻게 잡으랴 만은, 그렇다면 잘 헤어졌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잘 만나는것만큼이나 잘 헤어져야 하는게 인생이다. 살다보면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온갖 아집과 공격, 육두문자만 면한 비방과 배반의 언어들. 이런게 이별의 언어가 아닌가 한다.


시간이 좀 더 흘러야 지난 시간을 공정하게 되돌아보리라. 하지만, 그 겨울 다 가고 이제 봄바람 부는 지금에야 나는 증상에 맞는 이병원저병원을 헤매야 하다보니 울화통이 치미는것도 사실이다.



결코 젊지 않은 연애였기에 어린날의 연애코드가 아닌 웬만하면 '다 품으려고'했던 나와는 달리 그는 '젊은 육체와 재물, 능력과 센스'등 원하는게 너무 많아 내가 일일이 맞춰줄수 없었고 그럼에도 내 생애 마지막 사랑이려니 하고 그를 귀하게 대했다 . 결과는 처참한 배신...



가끔 생각한다. 그도 나를 생각하는지. 되돌아보는지점의 나는 어떤 모양새고 어떤 느낌일지.

나는 지금 새로운 시간을 기다린다. 내 몸과 마음이 자유롭게 새로이 비상할 그런 시간을...


오늘은 집 가까이 있는 s대 치과병원에 가서 혀를 내밀어야 한다. 7년전 엄마 돌아가시고 그 여파로 악관절이 악화돼 찾은 후로 처음이니 꽤 오랜만이다. 별건 아닌걸 알지만 동네병원에서 손을 쓸수 없다니 할수없다. 동네 이비인후과나 치과에서 치료가 가능하면 오죽좋으랴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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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방받고 나오면서 대학로를 좀 걸어볼 생각이다. 그것도 오랜만이다. 좋은이와 함께 걷고싶은 그런 거리를 나 혼자 걷다보면 조금은 기도 죽고 마음도 흐려질수 있다. 그래도 다 터는 심정으로 한 30분쯤 노마드가 돼서 새롭게 다가온 이 봄을 만끽하려한다.



상처의 시간이 있다면 회복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 까닭에 난 오늘 선택적 방랑을 하려한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는 끝도 없는 잠에 빠져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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