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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또다른 나

by 박순영

훌쩍 집을 나설때가 있다. 어디로 가나....한참 망설이다. 무작정 올라탄 버스나 열차 안엔 나와 행선지가 같은 사람들이 있고 그것이 신기할 때가 있다. 어떻게 동시에 같은곳을 가기로 한걸까?



이 영화는 결코 거대하고 대단한걸 말하지 않는다. 나라현 고조시라는 일본의 소도시에서 한여름에 벌어지는 남녀의 작은 행적과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전반은 영화자료수집차 한국에서 날아온 감독과 조연출 미정의 이야기, 그리고 후반은 배우지만 일이 잘 안풀려 혼자 여행온 혜정이 현지 남자를 만나 소프트하고 짧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이 두 에피소드는 얼핏 봐서는 그닥 연결성이 없어보인다.. 감독도 굳이 두 이야기를 묶으려 하지 않는듯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미정과 혜정이라는 (김새벽의 1인 2역) 인물을 설정해 삶과 일상의 보편성을 그려낸듯하다.


일본 시인 요시노 히로시의 <생명은>이라는 시에는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만큼 나와 타인은 비슷한 시간, 비슷한 삶을 삶으로써 감성과 마음을 공유한다는 뜻이다.서로를 알지 못한다 해도. 굳이 두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같이 로케를 온 감독과 미정은 앞으로 '연인'으로 발전할수 있다는 예감과 그 결실이 후반 이야기에서 이루어진다고나 할까?



삶은 결코 거대한 것들이 모여 이루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즉,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나와 가까운, 나와 비슷한 사례와 타인의 삶이라는 이야길수도 있다. 그만큼 작은 순간순간에 충실하라는 이야기가 된다.


일상의 발화를 사용한 자연미가 돋보이고 특히 천천히 일본어를 발화하는 여주인공의 나이브함이 돋보이는 영화여서 낯섦과 친근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후반 에피소드에서 유스케가 마지막 용기를 내서 혜정에게 키스하는 신은 그 다음 이야기, 영화에서는 보여지지 않은, 둘의 사랑이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젖게 한다.



그리고 불꽃놀이는 이런 젊음과 일상속 작은 기적, 그에 따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훈훈한 온정, 희망, 열린 미래를 말하는듯 하다. 우리 삶의 순간순간이 작은 축제일수 있다는. 더불어 여름이라는 계절의 설정 또한 만물이 만개하는 젊음의 시간으로 해석될수 있는 반면, 처지고 무기력한 시간으로도 풀이 될수 있는데 , 이런 갑갑하고 희망없어 보이는 시간속에 불꽃 놀이를 설정해 더위와 무위를 한방에 날려버린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독립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것은 대부분 소자본에 인지도낮은 배우들이 나온다는 편견때문이기도 한데 이 영화는 소자본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배우들의 소소한 자연미가 빛을 발해 그 어느 상업영화못지 않은 감흥과 여운을 남겼다.


혹자는,후반의 로맨스를 전반 김독과 미정 의 상상물인 영화로 보기도한다. 어쩌면 '판타지아'라는 제목이 그걸 암시하는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벌어지는걸로 봐도 영화미학에 큰 흠은 없을것이다. 현실에서 영화같은 일이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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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한여름의 판타지아 A Midsummer's Fantasia>한국,일본, 2015

감독 장건재

주연 김새벽 외

러닝타임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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