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레이스 맥코이 (1897-1955)는 생전엔 그닥 빛을 못본 작가지만 당시 유럽실존주의 예술인들 가운데선 명성이 자자했다. 진절머리나는 삶을 ‘쉴새없이 춤을 춰야 하는 댄스 마라톤’에 비교한 “그들은 말을 쏘았다 They shoot horses, don’t they?”는 그의 대표작으로 미국 대공황기에 쓰여졌고 그의 사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작가가 실제 체험한 사실을 모티브로 쓰여졌고 출간당시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1940년대 중엽, 사르트르, 지드, 말로등 프랑스작가들을 중심으로 재평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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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연극, 영화에서 배우로도 활동한 맥코이는 미국 테네시주 인근의 가난한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차대전에 참전해 프랑스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는다. 이후 소설가가 되려고 신문사에 들어가 스포츠, 범죄 취재기자로 일했으나 상류층과 어울려 가산을 탕진, 여러직업 전전하다 마라톤 댄스대회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그때의 경험으로 이 소설을 썼다.
여주인공 글로리아는 삶의 마지막 희망으로 마라톤 댄스대회에 참가하지만 그것은 고통과 악몽, 처절한 좌절의 연속이었다. 결국 그녀는 삶이 아닌 죽음을 택하게 되고 자신의 파트너에게 자기를 죽여달라고 한다. 이렇듯 삶의 모순과 공포, 피곤함을 맥코이는 그려냈고,타인의 고통을 구경거리로 생각하는 인간의 무심함과 잔인함도 그려진다.
호레이스 맥코이<그들은 말을 쏘았다> RAINBOW PUBLIC BOOKS,2020
여주인공 글로리아의 꿈은 거대한게 아니었다. 댄스마라톤을 보러오는 영화관계자들 눈에 띄어 단역이라도 맡는게 다였다.
“그 대회를 보러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이 많이 온대요. 그 사람들 눈에 띄면 영화배역을 딸수도 있어요.”
그러나 대회의 풍경은 우리의 삶처럼 처절하리만치 고통스럽고 지루하다.
“참가자들은 하나둘 나가떨어졌다. 2주만에 50여 커플이 탈락됐다. 글로리아와 나도 한두번 탈락할뻔 했으나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
대회주최측은 대회홍보를 위해 가짜 결혼까지 고안해내는데 인간의 타락한 면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혼이요?...이상하게 생각할것없어. 두사람한테 각각 500 달러씩 챙겨줄게. 대회가 끝나면 이혼해도 좋아. 평생 둘이 살라는게 아니라고. 그냥 쇼맨십 차원에서 그러자는거야.”
이렇듯 이 삶은 광기로 가득차 있다.
“페드로는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조르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 들었다. 그의 얼굴에 광기가 흘렀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그녀를 죽일게 틀림없었다”
또한 세상은 위선적 모럴로 가득차있음을 비난하기도 한다.
“저희는 도덕지킴이 어머니 연맹에서 나왔어요..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우리 연맹은 이 대회에 반대해요. 천박하고 모욕적이고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니까요”
그러나 삶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글로리아에게 그런 모럴 따위가 통할리 없다.
“도덕지킴이 어머니 연맹이라고 했나요?남자랑 안 잔 지 20년은 된 사람들만 모여있나 보죠?..나가서 돈주고 한번씩 하지 그래요? 그게 문제인 것 같은데”
거의 죽은 목숨이 다 돼서도 삶이라는 댄스 플로어에서 내려올수 없는 존재의 고통은 반복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몸이 괜찮지 않았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경주를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이틀은 완주한게 용할 정도였다. 두 번의 경주동안 글로리아는 열 번도 넘게 경주로 밖으로 실려나갔다가 돌아왔다...청진기만으로는 그녀의 고통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대다수 인간의 꿈이란게 대단한게 아님이 묘사된다. 그럼에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영화를 먼저 해보려고요...일단 20분이나 30분짜리 영화를 만들겁니다. 고물상의 하루나 지극히 평범한 남자의 삶을 찍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일주일에 300달러를 벌면서 자식들을 키우고,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라디오도 사는 남자, 그래서 늘 돈에 쫓기는 남자가 주인공인 영화요”
글로리아 죽음의 전조처럼 한 남자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대회도중 발생함으로서 우리의 삶은 도처에 죽음의 그림자가 깔려있음이 묘사된다.
“바닥에는 한 남자가 죽어있었다..나였으면 좋았을걸, 글로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침내 글로리아는 삶을 마감하기로 하고 파트너인 ‘나’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간청한다.
”이제 뭐할 계획이에요?
이 도돌이표에서 벗어나려고요. 이놈의 고약한것과도 이제 끝이예요.
고약한거?
인생이요
..
그녀 손에는 작은 권총이 들려있었다. ..이걸로 제발 쏴줘요...쏴요. 이 고통을 끝낼 방법은 이것뿐이에요
어디를 쏠까요?
여기, 관자놀이에다가.
나는 총을 쐈다...나는 바다에 총을 던졌다“
Horace Mc Coy(1897-1955)
이렇듯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음울함, 모순, 광기다. 이것은 실존주의 , 부조리문학, 과 닮아있다.
실존주의 문학은 1940~1950년대에 프랑스에 전개된, 실존주의 사상이 반영된 문학이다. 20세기 중엽 이후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허무와 절망ㆍ불안ㆍ초조 속에서 고립된 인간이 극한 상황을 극복하여 진정한 인간상을 확립하고, 잃었던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문예사조를 말한다. 사르트르, 까뮈 등을 중심으로 한 철저한 인간중심주의 문학을 가리키고, 이는 '실존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무신론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부조리문학은, 삶과 죽음, 고립과 소외, 소통의 단절 따위의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 존재의 근본적 무의미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문학의 경향을 말하고 2차 대전 동안 연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차 대전 직후 독일에선 표현주의가 등장했고 2차 대전 속에선 부조리 철학, 하드보일드 문학이 탄생했다
맥코이의 또다른 대표작 <I should have stayed home>역시 부나방같은 헐리우드의 삶을 꿈꾸다 상처받는 젊은이들을 그리고 있다 . 그런면에서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간의 삶자체가 영원히 ‘상실’된것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광란의 춤’같은 삶을 계속해야 하는 것을 맥코이는 명료하게, 심플하고 하드보일드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