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본 영화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을 들것이다.북유럽 영화문법에 익숙치 않아 처음에는 데면데면했으나 몇번 반복해보면서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영화라는 걸 알았다.
자연광을 선호한 감독 보 비델베르그의 노력이 여실히 묻어나고 , 살인을 '동반자살'로 포장한 그 스킬skill도 놀라웠다.
솔직히 이 영화를 보기전까지 난 '동반자살'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활고를 비관한 부모가 아이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었다, 뭐 그런 기사를 접하면 오죽했으면, 하고는 동정하고 슬퍼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봄으로써 인간이 그리 허술한 존재가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는게 맞지 않는가.
지금도 정신과 교재로 자주 회자 되는 영화라고 하니 꼭 보았음 하는 바람이다. 눈부신 북유럽의 여름과 나비, 세상의 잣대를 조롱하는 두 연인, 그리고 배고픔...마지막의 총성.
너무나 아름다워 잊히지 않는 것도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내게 확실한 트라우마로 각인됐다. 이 영화 이후 한동안 다른 영화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정말 오랫동안 헐리웃 영화는 쳐다보지도 않았다고나 할까.
이 영화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고 빛을 낸것은 바로 ost로 쓰인 모짜르트의 피아노곡이다. 어릴때 이 곡을 들으며 막연히 먼곳을 동경하고 슬픔에 빠지고 하던 나는 이 영화의 ost로 쓰인걸 알고는 천재들의 절묘한 만남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씬은 테이블 밑으로 남자에게 돈을 슬쩍 건네주던 여자의 배려, 그리고 개울에 종이배를 띄워 "사랑한다" 고백하던 남자의 수줍은 고백 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