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려온 걸 오늘 이루었다. 다름아닌 비 온 뒤 불어난 개천을 보는 것이었고 어제 오늘 내린 비에 거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지난번 비가 온 후에도 이런 풍광을 기대하고 나갔는데 물장수가 물을 다 퍼가서 마른 바닥이 보였다. 얼마나 실망했는지...
오늘은 이 때문이지 늘 재잘대는 청둥이도 백로도 다 숨어버렸지만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또 기어나올것이다. 오래된 빈촌의 유일한 자랑거리라면 이 개천과 산이다. 나는 비록 곤궁해도 국립공원에 산다는 메리트는 있는 셈이다.
산은 마음먹어야 가게 되는것이라 요즘은 그저 눈에 담기만 하고 주로 개천을 걷는다. 오늘 콸콸 흘러내리는 물을 보면서 '그'와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소중한걸 보거나 느끼면 늘 그리운 이가 떠오르는다. 아플때도, 힘들때도 늘 그가 떠오르는것 같다. sns에서 이쁜 이탈리아 사진만 봐도, 귀여운 강아지 그림만 봐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던 지난 겨울이 떠오른다. 그렇게 개를 키우고 싶어하던 그가 떠올라...
그래서 사랑은 선물같은 것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선물같이 내 삶에 폴짝 뛰어들어와 나를 헷갈리게 하고 때로는 절망을 때로는 기쁨과 설레임을 주는 그런 마법상자같은.
"어려우니까 니 생각만 났어"라던 그의 메시지를 오랜만에 받으면서 나역시 그랬노라 말하고 싶은걸 간신히 참았다. 나중에 얼굴보고 말하리라 나도 그랬다고.
언젠가 새로 이사한 그의 집에 초대를 받으면 지척에 있는 바다를 보여달라고 조를 참이다. 우리집 앞 천변보다 나은지 확인해야 겠다고 떼를 쓰면서. 그는 아마 못이기는척 받아주리라 . 언제나 그랬으니까...내가 '잉'하고 투정을 부리면 '뚝'하면서 근엄한 얼굴을 하던 그가 너무나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