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데스노스라는 프랑스 시인이 있다. 그의 <마지막 시>는 몽환적 이미지와 슬픈 분위기로 곧잘 회자되곤 한다. 여기서 그가 애타게 기다리는 대상은 조국 프랑스의 독립일수도 특정한 이성이거나, 동료일수 있다. 이렇듯 이 시는 무수한 함의를 갖는다 .
그런데 나는 이 시의 제목을 곧잘 <그림자연인> 으로 기억할 때가 많다. 그건 아마도 시 속에 '그림자 '라는 단어가 임팩트있게 위치해 있어 그런것 같다.
'오고 또오는 그림자 되는 일일뿐'
그는 독학으로 시를 공부했고 초현실주의에 가담해 마취상태에서 곧잘 시를 쓰곤 하였다고 한다. 한편 독일치하의 조국 프랑스를 위해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 체포, 체코의 한 수용소에서 사망하였다.
45세로 요절한 시인이라 그런지 이 <마지막 시>는 더욱 처연하게 와닿는다.
그런데 데스노스는 소설 <자유 또는 사랑!>이란 소설에서 <마지막 시>의 사랑의 미학을 완전히 파기한다. 그속에서 사랑은 학대하고 착취하고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는 행위로 나타난다. 시에서 보여준 애타게 사랑하는 대상을 기다리는 애절함은 온데 간데 없고 모든걸 파괴하고 짓밟고 도발하는 배타적 사랑만이 존재한다.
이렇듯 우리 안에는 양 극단이 존재하고 프로이트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삶의 의지와 죽음에의 동경으로 요약될 것이다.
조금전까지 젠틀하고 마일드하게 나를 대하던 사람이 돌변해서 먼 타인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물론 멘탈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혹시 이 두가지 욕구, 삶과 죽음의 욕구가 충돌하는 그 순간은 아닐까?
나 역시 늘 이 두가지 양극을 오가며 헤매고 고통받고 착란과 망상에 시달린다.
이렇게 정 반대의 두 에고가 우리들 안에 있어 그것이 부딪칠때 전쟁이, 예술이, 착쥐가 일어난다. 그래서 인간은 늘 '분열된채 방황하는 미완의 존재'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