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은 좀 부지런을 떨었다.
하루배송으로 날아온 여름 바람막이 점퍼 두장을 빨아널고 남친이 준 '버릴까 하다 갖고 왔다'는 작은 항아리에 장미조화를 꽂아 작은 오브제를 만들었다.
이왕 줄거 '잘 써봐'도 아니고 '버릴건데..'는 좀 심하지 않나, 싶으면서도
이젠 그의 화법에 어느정도 적응이 됐는지 그러려니 한다.
그러더니 기껏 한다는 말이 '안버릴 거면 고추장 담아놓든가'라고 했다.
요즘 고추장을 누가 항아리에 담냐고 타박을 했지만
그렇게 하는 집이 의외로 많다는걸 알기에
언젠가는 진짜 고추장이든 된장이든 담아놓을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어릴적 집에는 크고작은 항아리가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그래서 '장독대'라는 공간도 있고 했는데...
아파트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그런 것도 다 잊고 지낸다.
하지만 삭막하다면 삭막한 아파트 공간에 이런 레트로한 물건이 한두점 놓이면
어김없이 작품 (오브제)이 되는 신기한 마력이 있다.
장미가 싫증나면 계절마다 다른 조화를 꽂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생화도 담아보려 한다.
그러다 말라버리면 드라이 플라워를 만들어 침대 머리맡에 두든가
남친에게 주든가 해야겠다.
"뭐야. 버리는거 주는거야?"라고 할게 뻔하지만
그래도 쓰레기통에 처박을 사람은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