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만에 잠실을 가게 되었다.
거기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검도시합을 보러 간다.
그닥 재밌을거 같진 않지만
같이 가는 사람이 워낙 좋아해서...
잠실, 하면 예전 대학원 문학과에
잠시 적을 두었을때가 떠오른다.
연말연시면 교수님들께 세배를 올리는
독특한? 전통이 있어서
당시 신입이었던 나는 선배들을 따라
그곳에 사시는 s교수님댁에 간적이 있다.
막 들어서는 순간
역시 학자의 집이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거실부터 방까지 가득 메운 서재스타일의
인테리어며 책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조용히 음식을 서빙해주시던
사모님의 연로하지만 고운 손길도
아름답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렇게 우리가 단체로 교수님께
세배를 올리자
"세뱃돈이 없는데?"하면서 농을 하시던
평소에는 근엄해보이기만 하던
그분의 또다른 모습도 볼수 있었다.
그분은 내가 입학할때 면접을 보시기도 했고
"합격하겠지 뭐"라며 넉넉한 미소를 주셨다.
그리고는 입학후
이런저런 힘들때마다 내 편이 돼주신 고마운
은사이기도 하다.
결국, 나는 야간대학원 풍토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에 뛰쳐나왔고 더 큰 사단을 만들수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그 분 얼굴이 떠올라 더이상 나아가지 않고
그쯤에서 내가 물러나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보은을 하고 싶어서였다.
지금도 간간이 포털 프로필 난을 뒤적이며
아직도 생존해 계심을 확인할때
여간 고마운게 아니다.
나처럼 학부때 영문학을 전공하신 그 분은
단 한번도 그런 티를 낸 적이 없이
평생을 조용히 번역작업을 해오신것을
뒤늦게 알았다.
비록 내 성질머리와 사교장 같은
학교의 시스템이며 분위기가 충돌해
중간에 그만두고 나오긴 했지만
그분은 분명 내게 귀인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면서
척박한 삶 속에 그런 존재를 한두번은
만나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더 늦기 전에, 어쩌면 작고하시기 전에
꼭 한번은 잘 된 모습으로 찾아가 큰절을 올리고 싶은
그런 내 마음의 영원한 은사이기도 하다.
그런 기억들은
찬바람만 휑하니 불어대는 내안에
이따금씩 감미롭고 훈향이 묻어나는 봄을 선사한다.
이렇게 오늘 나는
폭염과 장마속에
봄을 만나기 위해 잠실로 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