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업무 미팅은 정해진 일정에 루틴 하게 진행되기보단 필요시 소집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구성원이 대부분이 초면인데다 사업을 다져가는 시기이다 보니 소통이 많이 필요하다. 요즘 시대에 무슨 아날로그적 발상이냐고 할 수 있지만 원오원만큼은 아직도 나는 채팅보다는 대면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인 직원들과의 원오원은 문서적으로 소통이 되었다고 해도 반드시 대면 미팅을 통해 서로의 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 업무 상 미팅이지만 불편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면껄끄러운 분위기에 자리를 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지난 미팅들을 돌아봤다. 그리고 다음 두 가지가 미팅의 성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사전 준비
바쁠수록 일대일 미팅은 중요도가 밀리거나 스팟성으로 급하게 진행되기 쉽다. 직원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잠깐 시간 돼?"라면서 미팅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업무를 하다가 혹은 중간에 짬을 내어 시작된 미팅은 다루어야 했을 사안 중 일부를 놓친다거나 업무만 주고 결과물에 대한 기댓값은 '다음'으로 넘기게 되었다. 신입 직원일 경우같이 일한 시간이 길지 않으므로 다음 미팅 시 이해한 바가 달라 엉뚱한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거나 캐주얼한 부탁으로 이해해 업무 시작이 지연되거나 결과물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들이 생겼다.
그때 깨달았다. 원오원은 개별 업무이기에 따로 만나는 것도 있지만 서로의 이해도 확인이 더 깊게 필요해 진행되는 것인데 지금 진행하고 있는 형태는 그룹 미팅과 다를 게 없거나 더 간소화되어 있구나. 만나는 직원이 한 명이다 보니 접근 자체를 나부터가 '캐주얼'하게 하고 있었구나. 그 후부터 나는 원오원도 미리 일정과 되도록 어젠다를 정해 진행했다. 또한 질문하고 싶은 것들도 미리 적을 수 있도록 사전 준비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서로의 사전 준비가 잘 되어있을수록 미팅의 시간은 짧아지고 효율은 증가했으며 완성도도 좋았다.
2. 소통 방식
두 사람이 진행하는 일대일은 보는 눈이 적다. 편안하다나는 이유로 대화 방식까지 캐주얼해 지지 않도록 자가 점검이 필요하다. 둘이 진행하는 미팅이니 업무 요청이 불 명확하게 이해되거나 확인 요청이 필요한 게 있으면 편하게 질문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금물이다. 소규모 미팅이기에 분위기가 편안하다고 해서 업무 지시가 너무 간결하거나 모호해지면 서로의 이해와 기댓값에 대한 차이로 실망과 서운함이라는 불필요한 감정이 섞일 수 있다.
예를 들면 1번식 요청은 "~님, 부탁드리는 A 업무 대상은 ~이고, 되도록 ~까지 마감이 필요해요. 그전에 2번 시간을 정해 업무 진척도를 함께 확인했으면 해요." 필요하면 그전에도 미팅은 가능하니 가능한 시간 내일까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이고 2번 식 요청은" ~님, 주말 잘 보냈어요? A 업무에요. ~까지는 완료돼야 하고 중간에 시간 맞춰서 몇 번 같이 봐요." 인 것이다. 얼핏 보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1번식 업무 요청이 더 자세하고 공식적으로 보인다. 2번은 지시가 짧고 명확성이 덜 하다. 자세한 업무 요청과 마이크로 매니징 사이에서 고민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초기 업무요청은 최대한 자세하게 할수록 좋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최근 재 계약 논의 시점이 된 직원들과 원오원을 마쳤다. 그간 쌓아온 시간과 경험 덕분이었을까? 그간 업무 경험, 도전적이었던 순간과 극복 경험, 계약 갱신 희망 여부, 앞으로의 기대치 (근무 조건, 희망 연봉 포함)를 논의 함에 있어 솔직하고 명확한 대화가 가능했다. 특히 한 직원은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변화의 의지를 보였고 갱신을 희망했다. 원오원을 자주 하게 되면서 다시금 느끼는 건 직급을 떠나 서운하거나 속상한 마음은 상사나 직원이나 동일하다는 것이다. 예전엔 이런 감정을 굳이 드러내 놓고 나눌 필요가 있나 싶었는데 해당 직원과 그 부분을 오픈하고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서로의 기대치에서 나누다 보니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넖어지고 업무 태도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하는 걸 경험했다.
마지막으로 사전 준비에는 앞서 말한 업무적 준비도 중요하지만 심적 준비도 필요하다. 특히 어려운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상사는 미팅 전 다른 일은 잠시 놓고 마음속 여백을 만들어 두어 단둘의 미팅이 감정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이 직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매번 다짐하고도 여전히 놓치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만 오늘 또 마음을 다잡는다. 잊지 말자. 늘 기억하자. 우리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