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는 것과 운영 총괄이 되는 것은 책임감의 무게부터가 다르다. 위로 올라갈수록 권한이 많아져 리더의 생각대로 사업이 운영될 것 같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오히려 그 반대이다. 조직 전체를 리딩 하는 포지션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인사 (人事)'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일수록, 조직이 작을수록 최적의 능력치를 가진 최소한의 인원이 한마음으로 달려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환상에 가까운 일이다. 단, 최고의 인재가 아니라 하더라도 시작 멤버들의 '의지 (will)'가 일치되는 조직이라면 성공적인 운영에 아주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픈 멤버들 채용 시 우리 사업장은 인테리어 공사 중이었고 인터넷에는 관련 정보도 거의 없었다. 모 기업의 브랜드 파워가 있긴 했지만 시장에서 당시 우리 존재는 '백지상태'에 가까웠다. 인터뷰 당시 가장 피력했던 부분은 신규 사업인 만큼 준비를 한다고 해도 담당 업무, 제품 등 초기에 변화가 잦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컬러를 맞춰가야 하기에 따라야 하는 규칙들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감사하게도 '오픈 멤버'가 되고자 하는 '의지 (will)'을 보여주신 분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Day1부터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철저한 스크리닝을 거쳐도 막상 현장에서 부딪혀 보면 서로의 이해와 기대치가 달라 조율의 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직원 중 한 명은 계속되는 지각에 대화, 회유 등을 거쳐 written warning까지 전달해 근태 이슈를 해결해야 했다. 또한 바로 고객 모집이 호황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다양한 문서 작업이 병행되어야 했는데 시간관리를 하지 못해 마감일을 자주 놓치는 것은 물론 퀄리티가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정말 싫지만 그때부터 해당 직원과는 1달을 넘어가 업무의 경우 매주 업무 계획과 진척도 확인 및 피드백 공유를 위한 미팅을 진행했다. 첫 미팅부터 준비가 미흡해 속이 탔지만 다행히 지금은 마감일 전에 꽤 괜찮은 성과물을 가지고 온다. 아름다운 결실을 맞아 감사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직원이 울기도 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할 일도 안 하면서 감정적인 호소만 하는 직원이 답답하기도 했다.
최적의 인재라면 믿고 전적으로 일을 위임할 수 있지만 초기 사업은 좋은 인재를 모셔도 기존 사례가 없기 때문에 리더의 '리딩'이 필요할 때가 많다. 그때마다 우아하게 대화하지 못하는 내가, 감정이 먼저 불쑥 올라오는 스스로가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 모른다. 미숙한 대화의 기술도 마음에 차지 않았지만 "초자 리더 티가 나는 건 아닐까?"라는 자존심 이슈부터 "내가 리더라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자책까지 지난 반년은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탔다. 운영 방식에 있어서도 내 딴에는 초기 조직의 기강과 사업 운영 규칙을 align 하기 위해 피드백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마이크로 매니징이었던 때도 꽤 있었던 것 같다." 마이크로 매니저는 '완벽을 추구하는 일이 어째서 잘못이냐'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완벽은 '상대적인'것이다. 그에게 완벽이란 '모든 것을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일 뿐이다. -경영이라는 세계, 황승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리딩 하는 조직이 아니었다면 훨씬 잘 되었을 텐데." "내 성향이 문제 인가?" "나는 리더니 감이 아닌가?" 등등 자책의 굴레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리더십 관련 다양한 자료를 파면서 지금은 다행히 나름의 해법을 어느 정도는 찾은 것 같다. 리더십 전문가에 따르면 '리더십 스타일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며 비즈니스 스테이지에 따라 조직이 선택할 수 있다. 사업 초기는 비행기의 이륙처럼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 이때 리더는 전쟁기처럼 직원들에게 자율권보다는 명확한 업무 지시를 할 수도 있어야 한다. 반대로 성숙기 조직에서의 리더는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조직과 조화를 이루며 성장할 수 있도록 가드너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리더에겐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열정이 조직에 전염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단 하나의 결점도 없는 리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 천성을 바꾸는 대신 맞는 조직에 가 리더십을 발휘하면 된다.
요즘 내가 운영하는 방식은 ''어슬렁 경영, Management By Walking Around', 이다. 간섭은 최대한 덜하려 하고 실책이 있어도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개인적으로는 열심히 달리는 것보다 절제하고 안 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 힘 빼기를 실천하는 지금 속으로 들어가 보면 사실 내 마음 관리를 하는 중이다. VC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하게 생각하는 게 '비즈니스 플랜'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말이 십분 이해된다. 외부 경쟁 업체가 사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위협은 내부 의지력 상실에 있다. 직원들도 어려운 시간을 지나왔지만 나도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실제 시장에 선보이고, 안정기를 찾아가고 있는 지금에 올 때까지 심신이 지치는 시간이었다. 우리의 첫 일 년을 맞이할 그날 다 같이 수고했다. 우리 잘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일도 나는 나의 노력을 또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