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비행기에서

그날 이후, 우리의 내일

by 유리의아빠

창밖으로 구름이 흘러간다.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 안, 좌석에 몸을 기댄 채 문득 한 해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무안공항 참사. 그날 이후로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수백 명의 고귀한 생명이 한순간에 사라진 그날. 뉴스로, 신문으로, SNS로 전해지던 비보들. 그 무게를 감히 가늠할 수 없었지만, 살아있는 우리 모두는 그 슬픔을 각자의 방식으로 가슴에 새겼다. 희생자들의 얼굴, 유가족들의 눈물,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아픔. 그것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마주해야 할 상처였다.

이러한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충격과 애도로 온 나라가 멈춘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간다. 살아남은 자들, 살아있는 자들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출근을 하고, 밥을 먹고, 웃고, 울고, 사랑하고, 다투면서. 그렇게 우리는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가슴 한켠에 묻고 산다. 잊은 것이 아니다. 다만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그 무게를 견디며 걸어갈 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애도하고 잊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무안공항 참사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국내 항공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전 규정, 관리 체계, 비상 대응 매뉴얼, 그 모든 것이 다시 한번 철저히 검토되어야 한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이름으로 더 나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내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안전벨트 착용, 비상구 위치 확인, 구명조끼 사용법. 익숙한 문구들이지만 오늘따라 다르게 들린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덧없는 인생을 산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저녁에 돌아올 것이라 믿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무안공항에서 떠나지 못한 이들도 그날 아침, 평범한 여행을 꿈꾸며 공항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야 한다. 살아있는 우리들은 내일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 희생자들이 살지 못한 오늘을, 우리가 대신 살아내야 한다.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면서. 그것이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는 방법이고, 살아남은 우리들의 책임이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춘다. 제주의 푸른 바다가 보인다. 나는 오늘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도착할 수 없었던 이들을 잊지 않을 거다. 그들의 기억을, 그들이 남긴 과제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겠다.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떠나고 돌아올 수 있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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