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사춘기 아들과 비가 좋은 엄마의 동상이몽
'톡톡톡' 오랜만에 반가운 비가 온다.
작은 빗방울들이 차창에 골고루 점을 찍어 그린 물방울 그림에 가로등 불빛이 더해져 물방울 하나하나 빛을 머금은 듯 몽글몽글 살아 숨 쉰다. 비 온 후 습하고 따뜻한 저녁 냄새, 처마 밑 모퉁이 어딘가 얇은 쇠판에 부딪히는 청아한 물방울 소리.
나는 이런 환상적인 분위기를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비 오는 날이 좋다.
퇴근하고, 아이들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늘 피곤한 일상에 작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아름답지 않냐? 물방울들~"
"별로."
2호 학원 마치고 1호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차 안에선 정적이 흐른다.
나는 지금 비 오는 상황에 취해, 2호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받은 줄 모르는 스트레스에 취해.
사람들은 모든 상황을 다 다르게 바라보고, 기억한다.
자신이 경험한 삶의 기준에 맞는 시선과 생각, 느낌으로.
같은 공간에 살고, 같은 유전자를 가진 부모 자식 간에도. 다름은 없다.
"오늘 뭐 기분 안 좋은 일 있었어?"
"아니."
대꾸도 하기 싫어하는 아들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인지.. 부모로서 싸가지 없음을 가르쳐야 할 상황인지...
-.-^
오랜만에 마냥 감성적인 나의 이 기분을 망칠 수 없어, 나는 침묵을 택했다.
'나도 말하기 싫다 이거야~!'
30여분을 기다리고 1호가 학원에서 나왔다.
"엄마 배고파~"
"소시지 빵 사 왔는데 밥 먹기 전에 하나 먹을까 그럼?"
"나도 먹을래."
침묵하던 2호가 소시지 빵에 입을 열었다.
역시, 사춘기 아들은 감성보다 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