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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돋움 Nov 11. 2022

사춘기 반항에 필요한 건 뭐?

오랜만에 팀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며 전화를 걸었다.

"나 이제 들어가려고 뭐 좀 사갈까?"

"아니, 괜찮아."

어째, 신랑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다.

"어. 밥은 먹었어?"

"응."

"알았어~"


집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요즘 사춘기 두 아들 녀석들이 어디로 튈지 몰라 늘 집안 분위기는 불안 불안하다.

집에 들어서니, 둘째는 멍하니 TV를 보며 거실에 앉아있고, 신랑은 안방 침대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아, 정말 제랑 말 못 하겠어. 했는데 안 했다고 하고, 말하면 대답도 안 하고, 띵하게 앉아있고."

아이들과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사춘기잖아~' 하며 나를 달래곤 하던 신랑도 이번엔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다.

"내가 한번 얘기해 볼게"

나는 거실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둘째 옆에 앉았다.

"엄마랑 밤 산책 좀 할래?"

"응."

벗어놓은 외투를 주섬주섬 다시 입고, 둘째와 나는 현관문을 나섰다.

"어디로 가든 엄마가 따라갈게. 좀 걷자."

플리스 점퍼에 파자마 바지, 슬리퍼를 신고 나선 둘째는 말없이 한참 집 주변을 걸었다.

나도 둘째보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보조를 맞추며 같이 걸었다.

30분쯤 걷던 둘째가 적당한 벤치를 발견했는지 털썩 앉았다.


"아빠가 분명히 들었는데, 왜 말 안 했다고 했을까? 원래 거짓말하면 다 화가 나거든."

"응."

"그 당시에 말하기가 싫었어?"

"응"

벤치 끄트머리에 앉아 먼산을 바라보며 둘째는 단답형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그래도, 거짓말한 거는 나쁜 거니까, 우리 둘째가 먼저 아빠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면 안 될까?"

그 질문에 처음으로 둘째가 긴 대답을 했다.

"아빠도 잘못했어! 그렇다고 그렇게 까지 화낼 건 없잖아. 그러니까 나도 사과 못해."

이래서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던가?

눈가가 촉촉해진 둘째는 아빠의 잘못이 더 크니, 자기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 생각이 없다는 다짐을 단단히 한 모양이다.


"저기 달 보이냐?"

"응"

"달이 보름달이 되기 전에, 초승달이지."

"응."

"달은 그럴 거야. 자기 혼자 힘으로 초승달에서 보름달이 되었다고. 그런데, 아니다. 지구랑, 태양이랑 다 역할을 해서 저렇게 보름달이 된 거다."

왜 갑자기 뜬금포 달 얘긴가? 달을 보며 한 이야기에 둘째는 대답 대신 나를 쳐다본다.

"너도 둘째야... 엄마 아빠가 너를 사랑으로 보살펴서 이만큼 까지 멋지게 자랄 수 있었다고 얘기하는 거야. 엄마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알고 있으라고."

더 이상의 충고도, 질책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고, 도움은 커녕 어긋나기만 할 것 같은 상황이라 나는 빙빙 둘러 한마디를 하고는 아이를 따라 산책을 하다 집으로 들어왔다.


나도 그랬으니. 뭐...

나도 엄마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으니...

왜 저러나 싶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지금 그건 깨달았다. 열심히 나를 키워주셨다는 거.

부모님이 처한 상황에서 그게 최선이었을 거란 거..

나의 이야기가 둘째에게 이해되는 날이 올지 오지 않을지는 잘 모르지만,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내가 신랑이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더 알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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