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산 여행.
전남 영암군 '월출산'에 다녀왔다.
등산을 즐기며 매주 가까운 산을 오르는 나는 어떤 코스라도 문제 될 게 없었지만,
같이 산을 오르는 일행들은 등산하면 '싫어 싫어'하며 차량 흔들 인형이 되시는 분들이라. 그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가장 쉬운 코스를 선택했다.
경포대 탐방지원센터- 경포대 능선 삼거리-통천문 삼거리 - 천황봉- 바람재 삼거리-경포대 탐방지원센터
이미 다녀오신 분들의 블로그에선 3시간 코스라고 소개되어 있었고, 능선도 다른 코스에 비해 비교적 완만했다.
아침 일찍 점심으로 먹을 김밥과 물을 사고, 차량 2대로 전남 영암을 향해 출발해 경포대 탐방지원센터에는 12시쯤 도착했다.
탐방지원센터에서 경포삼거리까지는 등산로라기보다 산책 코스 같았다.
1 급수로 보이는 맑은 계속물, 군데군데 피어있는 동백꽃들, 햇빛 들뜸 없이 오밀조밀 들어선 나무들까지 산들바람 속에 흩뿌려진 꽃향기와 산내음을 폐 깊은 곳까지 전달하고 싶어 저절로 심호흡이 쉬어지는 코스였다.
경포 삼거리에서 부터 능선 삼거리 까지는 제법 가파른 길이 이어졌다. 암산인 월출산의 특징대로 등산로가 작은 돌로 깔려 있기도 하고, 제법 커다란 바위를 올라서기도 해야 해서 등산스틱으로 조심스럽게 바닥을 짚어가며 한걸음 한걸음 정상으로 향했다.
경포대 능선 삼거리에 도착했을 때 헐떡거리는 숨을 뒤로 하고 탄성이 앞섰다.
와~
마치 책을 책꽂이에 꽂은 듯 가지런히 세로로 풍화가 일어난 암석들이 산등성이 곳곳에 삐죽삐죽 솟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아이들이 어릴 때 좋아했던 '스테고사우루스'의 등줄기 같아 금세 웅크린 등근육을 치켜세우며 어슬렁어슬렁 앞으로 걸어갈 것만 같은 생동감까지 느껴졌다. 참.. 아름다웠다.
삼거리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통전문을 지나면 천황봉 정상에 도착한다.
중간에 김밥도 먹고, 토마토도 먹고, 오이도 먹고, 또.. 에너지바도 먹고... 이것저것 먹고 쉬며 오르다 보니 2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천황봉에서 한숨을 돌리고, 바람재 삼거리로 하산길에 접어든 지 5분쯤 되었을까?
삼거리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등산 중 흔하디 흔한 질문을 받았다.
"천황봉 다 왔어요?"
"네~ 다 왔어요."
나도 흔하디 흔한 대답을 하자 흔하지 않은 질문이 돌아왔다.
"아니면, 저 욕할 수도 있어요. 물어보는 사람마다 다 다 왔데..."
등산의 고통을 얼굴로 온전히 표현하고 있는 그분에게 나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다시 대답했다.
"틀리면 욕하셔도 돼요. 진~짜 다 왔어요."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며 하산해 다시 경포대 탐방지원센터에 다다랐다.
처음 올라갈 때 하산하면 발을 담가봐야지 했던 족욕장이 다시 반겼다. 뱀님이 자주 방문하시는 장소라 하시니 족욕은 다음에 하고 손만 담가보며, 등산의 피로를 살짝 씻어 본다.
그렇게 월출산 등산은 꼬박 4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빠르게 오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다 같이 산을 즐기며 오르는 게 목적이었으니,
아주 적절하게 운동을 했고, 모두 같은 길을 안전하게 걸었으며, 같이 조금씩 건강해진 것으로
너무나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다른 코스로도 꼭 다시 한번 더 가고 싶은 월출산이었다.